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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Jun 17. 2024

6.16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짧은 휴식……

지난주는 바이오리듬이 좋지 않은 한 주였다. 무더위에 밖에 있다가 더위 먹고, 만성 비염으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고, 몸이 피곤해서 저녁 9시만 지나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그림과 캘리그래피, 그리고 스페인어 수업도 엉망진창이었다.


그림을 그렸는데 어딘지 모르게 삐뚤빼뚤한 느낌이 들었고 캘리그래피 글씨도 중구난방이었다. 스페인어는 단어도 기억나지 않는 데다, 회화를 하는데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걸 내 머리에서 거부하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내가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다 보니, 내 정신이 오작동을 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려는 생각을 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이 있어, 쉬는 것이 불안했다. 지금 쉬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도 억지로 주말 일정을 소화하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무리한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상황이 오히려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이번 한 주는 쉬어가는 한 주로 보내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림도 그리지 않고, 다음 주에 있을 캘리그래피 자격증 시험에만 집중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그림이나 스페인어 수업, 그리고 캘리그래피 수업도 없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기로 다짐했다.


맘을 먹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과외 선생님들께 이번 주는 쉬어간다는 문자를 보냈다. 왜냐하면 고민을 하다 보면, 이번주도 쉬지 못할 것임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자를 보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다. 한 주를 쉬는 건데, 실패하고 뒤쳐진 느낌이다.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불안함이 나를 엄습한다.


워커홀릭.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 생각했는데, 나도 워커홀릭이었나 보다. 무언가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면 말이다. 이번 주말은 아무 생각 없이 좋은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야겠다. 그리고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음을 감사해야겠다.


나 자신에게 휴가를 주고, 나도 휴가를 떠나야겠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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