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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Jun 09. 2024

6.9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강화하거나......

"아! 너구나! 넌 안 나와도 돼. 그냥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술 실습 결과물을 검사받으러 갈 때, 미술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이다. 미술 선생님은 내가 그림을 못 그린다는 걸 알고 계셨고, 그래서인지 내가 그린 그림 자체를 보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나에게 C를 줬다. 사실 그 시절 미술 시간에 C는 최하위 점수였고, 그림 자체를 보지 않았던 건, 유일하게 나 혼자였으니 실제적으론 난 학급에서 유일하게 최하위인 F를 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성공하려면, 단점을 보완해라. 성공하려면 장점을 강화해라.


나는 20~30대에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기왕 사는 인생,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를 약 50여 권 가까이 읽고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을 흉내 내려고 노력했다. 20대에는 나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으며, 30대에는 장점을 강화하면서 성공한 인생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40대 후반이 된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계획했던 인생계획들은 90프로 이상 성취하지 못했다.


40은 다른 말로 불혹 즉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는데, 나는 나이를 헛 먹은 것 같다. 아직도 난 성공한 인생과 안정적인 노후를 생각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노후 대비에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폭풍 속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그들이 말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성공한 인생을 위해 나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강화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말이다.) 중년이 되어서 생각하는 인생 성공을 위한 전략은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내가 흥미로워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단점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하면 그게 바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이제 난 막대한 부나 강력한 권력 등을 원하지 않는다. 재물과 권력, 그리고 명성을 얻기엔 늦은 나이이고, 내가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닌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은 단점이라 생각했던 일 중에서 내가 좋아하던 것을 하고 있다. 그림 연습과 캘리그래피다. 그림을 못 그리고 악필이라 내가 쓴 글씨도 못 읽어서, 난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나아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모습을 버리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꾸준하게 그것들을 연습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단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다 보니, 단점이 자연스레 보완이 되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포기하지 않는 나의 장점이 더욱 더 강화되는 효과를 동시에 겪고 있다.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난 돈 주고 꼰대들의 이야기(자기 계발서)를 읽고 배우면서,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성공의 방법을 쫒았다는 것을 말이다. 난 아직도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사실 내 인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일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삶을 통해 배운 교훈 단 한 가지가 있다. 단점이나 장점에 상관없이 내가 흥미롭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소소한 인생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음을 말이다. 그래서 나의 인생 후반전에서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갖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삶을 살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 그림 변천사(Before / After), 나저씨가 아이패드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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