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어가는 건지.. 열정이 사라지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성장통인지
한 달 만에 일요일에 글을 쓴다. 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느꼈던 것을 나눠보려고 한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언제나 밝고 희망찬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한 달 동안 2개의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바르셀로나와 두바이. 이렇게 2곳을 다녀오니 한 달의 2/3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첫 번째 출장인 바르셀로나 출장도 6박 8일의 일정이었고, 약 5일 후에 주말 끼고 6박 8일 일정으로 두바이를 다녀왔더니, 생체리듬이 깨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한 시간 자고 밤을 꼬박 새웠다. 그런 상태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점심 약속을 다녀왔는데, 이동하는 내내 기절하듯 졸았다. 이번 출장은 나에게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첫 번째는 내가 나잇값을 하지 잘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을 할 때, 나이를 잊고 일을 한다. 나와 함께 일 하는 직장동료의 나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하는데, 이번에 갑자기 큰 현타가 왔다. 30대 초반의 마음으로 일을 했는데, 문득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나이를 봤다. 상급기관의 프로젝트 책임자는 나보다 2살이 어렸고, 협력 기관 팀장은 내 막내동생보다 2살이 어렸다. 그리고 나처럼 실무를 보는 애들은 나와 최소 띠동갑 정도의 차이가 났다. 이런 업무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현타가 쎄게 왔다. "인정도 못 받고, 무시당할 거면서 난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니, 내가 하는 일이 아무 의미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무슨 의견을 내더라도 실무자이기에 의견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다년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의견을 내도 꼰대 소리만 들었고, 고집 센 아저씨였다. 정말 내가 고집만 센 능력 없는 꼰대가 되어버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도 점점 작아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나의 이런 허탈감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이젠 올 해를 기점으로 나의 나이를 인정하고 지금까지 내던 열심을 조금은 덜 내기로 마음먹었다. 30대에는 패기로 보이던 열정이 40대가 되니까 고집이 되어버리는 걸 이번 출장에서 깨달은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나이에 맞는 언행이라는 게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내 인생 후반전이 시작됨을 몸소 체험했다. 이걸 성장통(?)이라 해야 할지 사(십) 춘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출장을 다녀온 걸 기점으로 내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 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태까지 내 나이는 아직 인생 전반전이라 생각했는데, 국외출장에서 다른 기관들과 업무를 하고, 릴레이 출장으로 인한 체력 고갈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허탈함, 분노 등)의 변화를 느끼면서 올 해를 기점으로 내 인생에 많은 부분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신이 됐다. 나의 무엇이 바뀔지는 모르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바뀔 것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집이 생기면서 내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게 될 것이고, 나의 연애나 인간관계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올해 보다는 욕심은 덜 내고 현 상황에 만족하며, 상대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화내는 걸 더디 하는 성숙해진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로 바뀌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 출장을 통해 얻은 수확이 있다면, 드디어 내가 내 나이를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젠 욕심을 덜 내고, 회사의 일 보다 나이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며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보려 한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되뇌련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