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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양육을 위해 도움받기

도우미 아주머니와 잘 살기

나는 아이를 키울 때 양가의 사정 때문에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주말부부인데 낯선 곳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도우미 아주머니와 7년을 함께 살았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만이 아이를 봐주시는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데 다행히도 나는 좋은 분을 만났다. 


그러나 살림을 봐주시는 가사 도우미분과 내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분은 아무래도 다르다. 내 아이를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돈을 드리는 입장이지만 눈치를 보게되고 을의 입장이 된다. 혹시나 아주머니가 피곤할까, 잠을 잘 못자지는 않았을까, 기분은 괜찮은가, 연신 살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짬이 나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아주머니를 쉬게 해드렸다. 주말에 아주머니가 쉬러 나가시지 못할 때는 아이와 함께 이 곳 저곳 드라이브 다니면서 관광지 구경도 시켜드리고 지역 음식도 대접해 드렸다. 


아이가 조금 커서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갑자기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머니에게 드리는 월급은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가지는 않는데 아주머니가 하던 일이 줄었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기도 했다. 어떤때는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인데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는 것이 화가나고 서럽기도 했다. 양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그런 때마다 아주머니 덕분에 근심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급한 일이 있거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아주머니가 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강연에서 김미경 강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면 무조건 돈을 더 드리라'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 경우, 보통 친정엄마는 허물 없다고 돈을 덜 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어쨌든 어렵다고 돈도 더 드리고 눈치도 보면서, 친정엄마는 허물 없다고 돈도 덜 드리고 짜증까지 낸다면서 짜증내는 값까지 보태서 돈을 더 드리라는 것이었다. 정말 일리있는 말이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쨌든 행운이다. 그만큼 그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 해야한다. 도우미 아주머니와 잘 지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나는 다행히 좋은 분이기도 했고 궁합도 맞아서 오래 같이 지낸 것이지만, 내 친구(양가의 도움을 받지 못함) 중에는 아주머니가 계속 바뀌고 안 맞어서 아이들도 힘들고 친구도 힘들다가 결국 일을 그만둔 경우도 있다. 지금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감사하면서 맞춰가는 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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