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킹 Apr 07. 2024

서열놀이는 그만하고 싶었는데

[로스쿨 생활기 #13] 공부 못하는 취급을 받아 분하다


지방대 로스쿨에 들어올 때는 나는 오만함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했고, 애써 자기비하도 해가며 마음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 성적이 더 높다는 이유로 내 능력을 무시한다. 분한 마음에 숨겨왔던 나의 우월하고 싶은 욕구가 다시 올라온다. 공부할 동기부여를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까.




1. 모범생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모범생이었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렇게 대기업까지 들어갈 때는 좋았는데, 회사에서 보니 공부가 성과와 직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나보다 대단한 천재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모범생 컴플렉스는 남아 성과를 인정받고 싶어 애쓰는데, 그 자존심 때문에 실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지방대 로스쿨을 갈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지방대라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누구나 아는 대기업의 직원보다는 잘 모르는 대학 출신의 전문직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스쿨에 다니면서 우월감, 특히 오만함을 버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우월감이 내 노력의 동기가 되어준 것은 맞지만, 이제는 그 우월한 마음 하나를 위해 내 몸이 고생하고 달성이 안됐을 때 마음이 아파지는 대가를 치르기 싫었기 때문이다.


2.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


나는 입학했을 때부터 내 공부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정말로 나는 암기를 잘 못했고, 학교에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너는 공부 좀 해, 다른 애들은 밤 12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지금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왔고, 아주 우수한 성적은 아니어도 학기 장학금 받을 있을 정도의 성적은 유지하고 있다. 나보다 성적이 더 좋다고 해도 내게 훈계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나를 낮추는게 상대방에게 뭔가 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들렸었나보다.


3. 재수없어서 열 받는다.


 내가 뭔가 자랑하면 본인들이 더 잘났다는 말이 돌아온다. 만약 내가 책 한권을 다 봤다고 하면, 그 책은 당연히 봐야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하면, 나보다 성적 좋은 애도 그 결과는 힘들다고 대답한다. 내가 다른 사람이 틀린 문제를 맞췄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나보다 성적이 높다고 대답한다. 반대로 어떤 문제를 틀렸다고 말하면, 그걸 틀리냐고 대답한다. 어차피 나는 엄청난 변호사가 될 욕심도 없는데, 왜 몇 개 등수 차이로 뭔가 열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교수님도, 고객도, 고용주도 아닌 같은 학생들에게.




내 특기라고 생각하는 공부에서 뭔가 열등한 취급을 받는게 분하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내 우월감과 욕심의 발현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언가에 보람을 느끼거나 기대를 할 때마다 성적이 언급이 되는게 기분 나쁘다. 그럼 끝까지 나는 부족하고 자신 없는 사람으로 있다가, 학생이 하는 훈계나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건가.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성공해서 나를 낮춰보는 그 태도를 비웃고 싶다. 이렇게 또 내가 서열놀이에 참가할 의지를 줘서 참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힘든 건 공부가 아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