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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킹 May 11. 2024

불안하기 시작한다

[로스쿨 생활기 #14] 시험의 굴레가 다가오고 있다


오늘 5월 모의고사를 쳤다. 정식 모의고사는 아니고 객관식 위주로 하루동안 보는 시험인데, 제대로 풀었다고 느껴지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지금 급한 과목들이 있어 개념에 공백이 많은 상태이고 진지하게 준비를 한 것도 아니라서 잘 볼거라고 기대는 안했다. 그래도 내게 불안감을 주기는 충분하다.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했다.


한학년 위 선배들이 변호사가 되어 자유롭고 멋있게 사는 모습을 보니, 내 멀지 않은 미래인 것 같아 설렜다. 돈을 벌면 어떤 물건을 살까, 나는 어떤 사건을 맡게 될까 기대감에 가득찼던 날도 이제 갔다. 그런데 그 찬란한 순간을 위해 당장 넘어야 할 벽이 내 눈앞에 놓여있다.

6월 말에 치는 모의고사부터 정말 중요하다. 1차 졸업시험이 되는 뿐만 아니라, 지금 수강하는 모든 수업이 6월 모의고사 성적으로 시험 대체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없이 올해들어 처음 평가되는 시험이 6월 모의고사가 되었다. 그런데 시험이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일부분만 공부하던 지난 내신시험과 달리 모의고사부터는 전범위를, 기출 범위 제한 없이 풀어야 한다. 공부를 해도해도 한바퀴 돌리기가 힘들다. 공법, 민법, 형법을 오마카세처럼 한점씩 먹다보면 한달 두달이 훅 가있다.


2. 3학년 하반기는 정신없이 지나간다고 한다.


선배들 말로는 6월 모의고사 치면서부터는 변호사시험이 가깝게 느껴지는데다가, 내가 부족한 부분이 확실하게 보여서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한다. 부족한 과목 공부하고 있으면 금새 8월 모의고사이고, 곧바로 3학년 2학기 개강하면 또 수업듣고 10월 모의고사를 친다. 두달 간격으로 이벤트가 있고, 시험이 끝나도 끝난게 아니라 보충할 점만 보이니 그럴만도 하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지만 빨리 안갔으면 좋겠다. 해야 할게 많아서 빨리 안 갔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변호사시험 전국 한자리수인 엄청난 선배들도 변호사시험 직전까지 불안했다고 하니 이 불안함도 어차피 거쳐야 하는 절차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 징징 거리다가 다들 한 해가 가는 것 같기는 해서 내 시간도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3. 외롭기도 하다.


3학년이 되어서는 학교 정독실에 나가지 않고 있다. 집에서만 공부해서 편하긴 한데, 사람하고 대화하거나 같이 밥 먹을 일이 없다. 가끔 목소리 내고 싶어서 코인노래방 가기도 한다. 밥 먹을 때는 드라마 틀어놓고 먹는다. 평소에 유튜브는 많이 봐도 드라마는 안봤는데, 너무 사는게 똑같다보니까 좀 서사를 보고 싶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 노래방 가고 드라마 볼 시간에 공부해야하나 싶지만, 어차피 나는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인간이 못된다.

그래도 이 순간이 그저 참고 견디는 시간이고, 다 지나면 나은 인생이 펼쳐질 것 같아 참을만은 하다. 그치만 올해를 넘기면 안될 것 같다. 전문직종들이 사회성 없는 경우가 꽤 있는데, 내 수험기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면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 될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글로 우울함을 털어버리고 다시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 미래의 소중한 의뢰인님들이 나의 이 시간의 가치를 알아주셔야 할텐데.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 제가 이렇게 동굴에 들어와서 머리를 착즙하고 있습니다. 우울하니까 빵이나 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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