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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킹 Apr 07. 2022

로스쿨,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구나

[로스쿨 생활기 #5] 뒤늦은 행정과 배려 없는 절차에 지친다.


이번 주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중간고사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고, 학교 차원에서 인원이 30명 넘는 수업은 시험을 보지 않는 것으로 지침이 있었다, 교수님들도 중간고사 진행 여부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시험을 본다 만다를 애매하게 말하다가 결국 거의 중간고사를 보는 것으로 오늘 확정이 났다. 




중간고사를 10일 남기고 시험 진행 여부가 확정됐다.


로스쿨 공부는 일반 대학과 다르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항상 공부를 하고, 변호사 시험을 위해 전반적으로 회독을 돌릴 것인지, 교수님 스타일에 맞게 시험 대비를 할 것인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안보는 것도 아니고 시험 보는 걸로의 확정을 10일 전에 하니 정말 난감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같은 과목이어도 분반이 다른데, 분반별로도 중간고사 보는 과목 안보는 과목 다 다르다. 사실 이러면 중간고사 보는 과목이 적은 학생들한테 유리할 수밖에 없어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한 교수님께서 "너희들은 눈물을 쏙 빼야 공부를 한다, 시험을 쳐봐야 실력이 좋아진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강하게 중간고사 진행을 주장하셨는데, 그 시험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목표하는 변호사 시험을 위한 실력이 향상되는 건 확실한지 궁금하다.


나도 중간고사 안 보기를 바랐던 가장 큰 이유가 공부 방식 때문이었다. 중간고사라고는 하지만 지금 듣는 민법은 범위를 나누는 게 의미 없다. 과목별로, 전체 목차별로 어차피 다 연결돼있어 교수님이 수업한 부분만 쏙쏙 골라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마치 미적분 시험이지만 이차방정식은 시험 범위가 아니라고 하는 수준의 아이러니함이다. 그래서 선행이 된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못한 나는 전체를 훑어보지 못하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중간고사 범위만 준비해야 하니 심란하다.


가만히 내버려 둬 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지방 로스쿨이라지만 여기 오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 다들 인터넷 강의 듣고, 스터디 만들어서 시험 유형별로 준비를 한다. 그런데 교수님들 눈에는 그저 눈앞에서 신경 써야 나아질 것 같은 학생들인가 보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갓난아이처럼 극성으로"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나무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가장 많았던 11기 선배들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말이 있다. 혼자 공부하는 게 체질에 맞는 내 입장에서는 납득이 간다. 1시간 15분 수업을 3시간씩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 교수님 수업보다 인강 강사의 1시간 수업을 1.5배속으로 40분 정도 듣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다 지나가고 혹시 내가 학생을 가르칠 일이 생기면 생각이 달라질까.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배워야 할 게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걸까. 지금 마음으로는 수업은 다 자율로 돌리고 학년 진급 시험만 따로 봤으면 좋겠다.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꼭 이 방식이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갈수록 감당하기 버겁다.


첫 수업일로부터 37일 만에 온전한 학생증을 받았다.


그 와중에 학생증이 문제로 1학년 학생들은 학교 출입에 제한이 있었다. 첫 번째 학생증도 3월 말에 받았건만, 신규 학생증 전체에 문제가 있어 다시 발급받으라는 문자 한 통과 함께 1학년 학생들의 학생증은 정지됐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오도록 학교 출입을 위해 필요한 학생증이 먹통이었던 것이다.


학교 행정은 미비하고, 어떤 강의실은 난방이 안되고, 교수님들의 방식이 다소 전통적이더라도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기대에 맞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수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갈수록 이건 너무 심한 것 같다. 등록금도 일반 대학의 2 배면서 어떻게 이렇게 운영이 될 수가 있는 걸까.




나는 학교에 완벽한 케어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알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기를 바란다. 시험을 치는 것도 좋으니까 준비하게 제 때 제대로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데 지금 상황으로는 학교가 변호사 시험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앞둔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것만 같다. 나는 이렇게 을로 살아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내 생각이 짧은 걸까.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게 있을까.


오늘 지도 교수님과 면담을 했는데 무엇보다 학점이 중요하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물론, 1학년이니까 성과가 나타날만한 게 학점뿐이겠지만 이렇게 공부가 아닌 학교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부여하는 학점에 집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 내신은 버리고 정시에 올인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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