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생활기 #7] 중간고사가 끝나서야 법 공부가 뭔지 알 것 같다.
얼렁뚱땅 중간고사가 끝났다. 점수에 반영되는 시험은 형법 한 과목이었지만, 어쨌든 중간고사는 끝나고 기말고사를 향해 달려갈 때가 왔다. 이제는 법 공부에 대해 얼추 감을 잡았다. 학교생활도 이제 익숙해져가고 있다. 3월 1일에 정확히 서울을 떠나왔으니 2달을 꼬박 채우고서야 정신이 든 셈이다. 중간고사를 제대로 안 친 게 내게는 좋았다.
이제야 로스쿨 생활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이제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 학교 사람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 열심히 어울리려고 노력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같이 있고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인데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비슷한 상황과 수준의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있는 게 꽤 좋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내 또래가 거의 없었고, 10살 이상 많은 선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온전히 나로 있기보다는 사회생활을 한다는 마음으로 긴장해있었는데 여기 로스쿨에 와서 평등한 관계 속에 있다. 특히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법 공부를 할 때다.
법의 양이 엄청 방대하다는 사실, 준비해야 하는 시험 유형이 기존에 내가 준비해왔던 방식과 다르다는 사실 모두 점점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준비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자꾸 단권화 소리를 하는데 그게 뭔지, 전체적으로 정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서서히 적립하고 있다.
학교에서 변호사 시험과 공부법에 대한 강연을 한다고 해서 들었는데, 사실상 공부법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점수가 나와야 합격 안정권이고, 어느 수준의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인 내용이었다. 내가 기대한 공부 방법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 변호사 시험과목도 몰랐던 나였던지라 변호사 시험과 로스쿨 운영 체계에 대해 알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요새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내가 너무 부진하고 다른 애들이 정말 뛰어나다. 그만큼 여기서 내가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따라잡아야 할 때가 왔다.
수험생의 공부는 '그냥'하는 것이 답이었다.
나는 열심히 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열심히'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효율을 따지지 않고 나를 희생한다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무언가 노력한 결과 성취를 한 경험도 있지만 지쳐서 관두거나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남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열심히'를 대체하는 마인드셋으로 '정성을 다해', '열정적으로'와 같은 정신적 소진이 전제되지 않는 단어를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중간고사를 치른다고 나름 공부해본 결과 공부는 '그냥'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공부는 참는다고 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을 준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냥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숨을 쉬듯이 익숙하게 해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중간고사 기간을 지나면서 그나마 법 공부에 익숙해졌고, 어떤 게 필요한지 조금이나마 갈피를 잡았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자리를 잡은만큼 더 빠른 성취가 필요한 때이다. 공부를 내 인생의 적대적 관계로 놓고 정해진 시간 안에 최고의 효율을 위해 노력해 처리해버릴 야심 찬 계획을 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법 공부가 그런 식으로 단시간에 집중도를 높인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법은 마치 언어를 배우듯이 삶 속에서 익숙하게 함께해야 습득이 될 것 같아 이번에 또 전략을 수정했다. 법 공부의 길이 참 어렵지만 주변에 도움을 구하더라도 이제는 내 길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력을 쌓아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