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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17. 2024

시험기간에 책상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미루고 싶은 마음

쓰레기봉투를 가져와 며칠간 눈에 거슬렸던 것들을 주어 담는다. 오늘은 거실을 공략하기로 한다. 세명의 아이들 책상이 거실에 있다 보니 굴러다니는 게 많다. 내 소중한 휴무를 야무지게 쓰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여럿이어도 깔끔한 엄마들 있다지만 나는 그와는 거리가 먼 털털하다 못해 외면하면 그만인 그런 사람인 걸 어찌하랴. 물론 한번 맘먹고 치울 때는 것들로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때다. 집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청소했어?", "응, 했지." 나보다 깔끔한 편인 남편 어리둥절한 표정은 늘 같다.  그럼 말 다했지.





틀어 놓은  유튜브에서는 자기 계발에 진심인 유튜버의 음성만이 거실을 메우고 있다. '참 부지런하시네요. 왜 날씬한지 알겠어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요.'라고 속으로 말하며 덩치와는 다르게 그렇지 못한 내 안의 모습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좋아할 때는 언제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글감은 생각만, 또 글의 경계를 정하지 못해 어쩌지? 하며 시간만 보내는 내 모습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 같다. 갑자기 레기봉투에 어질러지고 불필요한 것들을 담고 싶어지는 것도 시험기간에 책상정리가 하고 싶어지는 심리가 아닌가 하고 짐작해 본다.


자꾸 미루고 싶은 마음은 어쭙잖은 내 글쓰기 실력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또 진짜 잘 쓰고 싶은데, 신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이런 내 상태를 생각하다 보니 이 또한 글감이 되는 것도 신기하 하지만.




신앙, 가정, 봉사, 직장에서의 내 역할 또 내가 이어가야 하는 것들 글쓰기, 독서, 피아노연습 등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뒤죽박죽의 상태가 되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지난 주일은 그 와중에 생리통까지 겹쳐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냥 따뜻한 곳으로 가 드러눕고만 싶더라는.



'하나님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요.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래 너 잘하고 있다라고 하나님 보시기에 어여쁜 자녀 되게 해 주세요. 지혜를 허락해 주세요. 욕심이 너무 많나요? 솔직하게 기도해야 한다기에 이렇게 기도드립니다만.' 기도가 절로 나다.



물론 글쓰기는 시험처럼 날짜가 정해져 있고,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니지 어느 정도의 루틴은 있어야 한다. 내 의지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 글을 쓰면서 복잡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있고, 내 마음을 알아채는 시간이 되 있다는 것.



예전에 어느 글쓰기 강사가 한 말이 있다. 글쓰기 노하우를 너무 많이 내놓는 강사에게 누군가 질문을 했다. "그렇게까지 정보를 주셔도 되나요? 감사하긴 하지만.", "아, 상관없어요. 제가 아무리 다 알려 드려도 100명 중에 그걸 실천하고 이어가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거든요." 하긴 그렇다.





한마디로 꾸준한 사람을 이길자가 있냐? 뭐 그런 얘겠지. 일주일에 한편이라도 쓰자해서 지난주에 발행하고, 이번주는 이 글을 발행하려 한다. 차츰 늘어나야겠지만 워워 지금 내가 할 수 있을 정도만 하자. 서두른다고, 지지고 볶는다고 해봐야 내속만 시끄러울 테니까. 근데 내 푸념만 쓰는 잡문집 괜찮은 걸까..


아.. 나도 멀티 플레이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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