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고민이라고 하고 있다 정말.
그의 첫인상은 안정적인 사업가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조바심 없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와 세 번째 만남이었던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탓이었는지 난 정신을 놓고 신나게 떠들었다. 내 비전보드까지 꺼내 보여주며 대표님은 꿈이 뭐냐고 물을 지경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하다. 비하인드 이불 킥!
그와 나는 대화가 잘 통한 게 아니라 나의 일방적 소통이었으며 타인의 동의를 갈구하는 나만의 갈증해소였을 뿐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주 똥싸개까지는 아니었는지 우리는 종종 사업에 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올봄 그는 300평 정도 되는 넓은 장소에 카페를 오픈했다. 오픈 당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북경에서 커피로 승부를 보겠다는 굳은 신념을 품었던 그는 곧장 적임자를 찾아냈고, 신념을 토대로 운영해 온 결과 지금은 몇 개월 만에 베이징에서 손꼽는 카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명세와는 달리 일 매출 평균이 원하는 만큼에 도달하지 못하자 그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안정적인 사업가가 아니었다. 커피로 승부를 보겠다던 신념은 이미 동나버렸고, 갑자기 와인바로 업종을 변경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나의 경험담을 토대로 현재 카페의 현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현재 카페는 큰 체육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가장 가까운 식당가가 걸어서 15분 이상 걸리며, 호황이 있는 식당가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이 조건에 와인바라고?
과연 누가 술을 마시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할 것이며, 그만큼의 수고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훌륭한 소믈리에를 모셔올 것이냐는 것이다. 게다가 와인바를 유튜브로 보고 그저 단순히 로망을 가지고 오픈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못해 거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바로 업종을 변경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노력과 마케팅이 부질없어짐과 동시에 고객에 대한 기만이 될 수도 있다.
<역행자>의 저서 자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이게 사업의 본질이고 수익의 원천이다."
그런데 지금 와인바로의 업종 변경은 과연 누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인가? 당장의 매출이 원하는 만큼에 미치지 못한다면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와인바로 업종을 변경하게 되면 다시 원점이거나 최악의 경우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은 가끔 그 신념으로 인해 꿋꿋하게 버티다 보면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고 거만한 태도라고 본다.
아마존이 성공한 데에는 <플라이 휠>*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가속도를 붙였기 때문이다.
무슨 장인정신이 깃든 3대에 걸친 맛집도 아닌 주제에 무슨 이런 거만한 생각을 하고 사업을 한단 말인가.
지금 카페의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업종 변경이 아닌, 제대로 된 마케팅이고 그 마케팅 방향을 잡기 위해서 처음의 신념을 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작은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여는 방법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피 한잔에 들어간 원두 맞추기 대회를 여는 것이다.
참가인원은 10명 이내로 소소하게 시작하고 이벤트 상품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해 바리스타 세미나 참가권 또는 박람회 초대장, 커피 쿠폰북 등등 2차 매출 창출을 도울 수 있는 것들을 내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해서 이벤트가 있는 날 의도적으로 왕홍을 부른다. 고액의 왕홍도 필요 없고, 적당선에서 활동하는 왕홍을 시간대에 맞춰 부른다면 자연스럽게 기록이 되고 공유가 될 것이다.
카페는 쉼의 공간이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된다.
<욕망의 북까페>는 자청이 인수한 북까페로 현재 각종 자기 계발서의 저서들이 북 토크나 북 세미나를 열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와인바로 업종변경은 지금 당장 천 길 낭떠러지 점프와 다름없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그가 한 계단 성장할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본다.
*플라이 휠 효과
바퀴를 처음 돌릴 때는 매우 힘들지만, 계속밀다보면 조금 더 빨라지고 언젠가는 가속도가 붙으며 스스로 돌아가 연료공급 없이도 엔진이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