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수리부엉이가 살아요.
자연도(영종도)로 이사를 온 지 만 3개월이 지났다. 그렇게 나는 어쩌다, 주택살이를 하고 있다.
이사를 오자마자 주변 지인에게서 들은 가장 핫한 소식은 이곳에 수리부엉이가 산다는 것이었다. 꺄악~~~ 소리 질러!!!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심한 자녀를 키우면서 돌즈음 신도시에서 도망치듯 산아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때는 도시의 공기 좋은 곳을 찾는 정도였고 아파트는 포기할 수 없는 곳이었다. 어떻게 여기서 사나,,, 싶었는데 나는 자연스레 동네마트의 단골이 되고, 동네 떡집의 단골이 되고, 동네 미용실에 머리 하러 가지 않아도 동네 분식집에 들락대면서 수다를 떨어도 이상하지 않은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어린 자녀들이 집에 갇혀있는 게 안타까워 동네 산을 오르락내리락, 동네 텃밭을 알아보고 지인들과 같이 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집은 참새방앗간처럼 혹은 복덕방처럼 항상 문이 열려있었다.
들락대는 사람한테는 치여도 아무리 아무리 찾아와도 치이지 않고 오히려 평온을 안겨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새였다. 그 새소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나의 삶에 깊숙이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몇년 후다. 자연스럽게 산밑의 아파트다 보니 숲세권을 누리고 창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눈이 오면 새하얀 세상을 만들고 여름의 짙은 녹색과 아까시 꽃의 향이 지금도 느껴진다.
2017년 11월쯤이던가 둘째 새벽 모유수유를 하는데 들려오는 음침한 소리, 그땐 그 소리가 누구의 울음인지도 몰랐다. 부~~ 엉, 부~~ 엉, 바로 수리부엉이였다. 그저 그런가 보다. 무섭게 시리 웬 부엉이 소리.. 하며 넘겼는데 그곳에 매년 그 산을 지킨 터줏대감을 그리도 몰라주다니... 아직도 그 산의 어디에 부엉이가 정착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스터리..
그리고 21년쯤이었을까? 아침에 새소리와 함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소리가 계절마다 달라진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새소리앱을 깔고 들려오는 새소리에 핸드폰을 들이대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새를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눈으로 가 아닌 귀로 말이다. 4월엔 소쩍새가, 5월엔 되지빠귀와 흰 배지빠귀가, 검은 등뻐꾸기가, 호랑지빠귀가.... 6월엔 뻐꾸기와 꾀꼬리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떠나가는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귀가 아닌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무작정 쌍안경을 하나 구입해서 뒷산을 돌아다닌다. 동네 새 물까치, 박새 외 쇠박새를 가장 먼저 만나고 새들의 둥지도 찾기 시작했다. 덤불 속에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뱁새)는 사진으로 포착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게 새들에게 푹 빠져 살다가 영종도로 이사를 왔는데 그리도 만나보고 싶던... 나의 뒷산에 내가 살기 이전부터 있었고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던 수리부엉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이사를 오자마자 그 소식을 접하고 5일 만에 박성공원으로 온 가족이 출동했다. 가족들 모두 촉을 세우고 왠지 여기 같아... 절벽 근처에서 어슬렁어슬렁 대다가 한낮에 나온 새끼 수리부엉이를 드디어 만났다. 아직 솜털이 빠지지 않은 어린 새끼와 그 뒤에 졸음을 깨지 못했지만 새끼를 돌봐야 하는 어미 수리부엉이가 꿈벅꿈벅 눈을 하나밖에 못 뜬 채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펄쩍펄쩍...
우리가 찾았어! 우리가 탐험에 성공했어!!
를 연신 외친다. 그렇게 만난 5마리의 수리부엉이 가족... 그렇게 우리는 수리부엉이의 안부를 종종 물으며 박석공원으로 향했다. 6월 초쯤 이쯤이면 이소 했을까? 떠나면 이제 못 볼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찾고.. 엇!! 아직 안 갔네.. 하면서 다시 또 찾고.. 벌써 7월 초다. 이들은 이미 커서 나는 연습이 충분히 되고 세 마리의 새끼 수리부엉이의 날개소리는 퍽퍽퍽~~ 새의 날갯짓이 아닌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다. 아는 사람들의 눈에만 들리고 보인다고 산책하며 지나가는 어린아이들도 노인들도 중장년층도 그냥 산책길을 지나가는 게 아쉽기만 하다. 카메라와 쌍안경으로 연신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와 주는 게 그래서 좋다.
그런데 이들은 이렇게 성장했는데도 왜 떠나지 않을까? 순간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쉽사리 해결된다. 이들이 날아가 살 곳이 없어서이다. 박석공원은 하늘신도시가 만들어지고 남은 공원이다. 사실 이곳의 터줏대감은 수리부엉이였지만 도서관을 따라 나지막한 공원만 남고 주변의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상태이다. 이소 할 곳을 찾아 이 숲, 저 숲을 다니며 자신의 서식지를 찾아야 할터인데 날아도 아파트고 또 날아도 도로변이니 아마 난감한 상황이 아닐까?
이소를 실패하는 상황에서 5 식구가 살기에는 서직지의 크기도 먹잇감의 량도 사실 너무 부족할 거 같다. 수리부엉이의 서식 반경은 약 2km, 이들은 주로 산림 지역, 암벽 지대, 바위산 등에서 서식하며, 서식지 단절 및 단편화에 매우 민감하다고 하는데... 특히 수리부엉이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 멸종위기종이 내가 사는 터전에 있다. 서식지의 단편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들... 나는 이들에게 얼마나 공감하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일까? 도로와 건물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니라 숲과 생명체로 가득 찬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을 것을...
그날 오는 길에 아빠와 함께 수리부엉이 노래를 자작곡 했다.
"수리부엉이를 찾아서~ 수리부엉이를 찾았다, 수리부엉이가 끔뻑끔뻑 수리부엉이가 갸웃갸웃~수리부엉이는 멋지다~" 우리의 노래 속 주인공이 된 수리부엉이, 우리의 일기 속에 기억된 수리부엉이...
수리부엉이야.. 오래오래 함께 하자...
7월 초 수리부엉이 만나고 돌아오면서 자작곡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