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비족의 여행-2편 구례(지리산)

조금 더 무해하고 가볍게 여행을 합니다.

구례에서의 1박 2일

7/29~7/30 아빠김밥(비건옵션)-빙구례(맛난젤라또)-동네떡집-섬진강 대나무숲길-성삼재휴게소-노고단대피소에서 하루 묶고- 새벽 노고단의 일출-성삼재 휴게소

여름휴가의 첫 시작은 지리산이다. 지리산 대피소로 들어가기 전 저녁거리로 구례 김밥 맛집- 아빠김밥으로 향했다. 항상 시골, 읍내에서 낭패를 보는 건 자주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에 전화를 했다. 비건인을 위한 야채 듬뿍 김밥이 떨어지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왠 일, 문을 1시에 닫는다니요. 도착이 1시 50분인데 말이다. 2시에 도착하면 미리 김밥을 싸놓고 있겠다고 하셔서, 나는 그만 좌절했다. 다회용기에 담아먹으려는 우리 가족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니 말이다. 여행 첫날, 첫 밥부터 제로웨이스트는 실패했다. 남편은 가끔 실패담도 있어야지 ,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겠어?라고 말한다.

가끔 나의 일방적이고 완벽하게 실천하려는 것이 자녀와 내 남편을 괴롭히는 것만 같아서 요즘 유연해진 건지 나 자신을 세상과 타협을 시킨 건지 모를 감정이 다반사다. 안 사 먹으려다 다시 맘을 고쳐먹고 김밥집에 전화를 드린다. 플라스틱용기만 아니면 테이크아웃을 할 맘으로 말이다. 다행히 종이포장이라는 이야기에 야채 듬뿍 김밥 4줄을 주문하고 구례로 향한다.

김밥을 애정하는 천보자기에 담고 아이들이 계속 기대한 젤라또 집으로 바로 향한가. 룰루랄랄~~ 종이컵대신 실리콘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가도 될까요? 항상 이런 질문 앞에 가게 사장님이나 종업원은 나를 한 번 더 쓰윽 쳐다보고 한다. 어떤 이들은 담아주는 용량 때문에 안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칭찬을 하고 어떤 이들은 상관없다 하고, 어떤 이들은 왜 그러냐고 묻고 대화를 걸어오고... 각각의 반응들이다. 어떤 반응이 되었든 나는 진심을 다한다. 이번엔 흔쾌히 실리콘컵에 4 스쿱의 각각의 맛을 담아주신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시를 짓는다. 구례에 오자마자 빙구례, 여행 시작 전 빙구례, 그냥 웃지 빙구례.

빙구례 젤라토는 실리콘 다회용기 컵에 담아먹지요

두 번째 코스는 대피소에서 먹을 아침간식이다. 떡집에 들러서 달랑 두 개의 떡을 샀는데 웬일 옥수수 먹을래? 방금 쪘어^^ 라며 주인아주머니가 찐 옥수수 4개를 주신다. 우린 떡 2개를 샀다가 간식으로 찐 옥수수 4개를 덤으로 얻는 이 놀라운 마법은 수를 계산하지 않는 시골의 인심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북적이는 명소가 아니라 동네가게가 좋은 이유다.

어딜 가든 그 지역의 비건베이커리를 놓치면 아쉬운 나는 주전부리에 진심인 탄수화물 파다. 구례의 비건 빵 3군데가 모두 휴무라니.... 또 좌절인가..ㅜ 살았다!!!! 목월빵집이 문을 열었다. 도착하자마자 계란 없는 빵을 찾는 우리 가족에게 모든 빵에 계란이 안 들어갔다니요.. 감사하다. 계란, 호두, 땅콩 아버지가 있는 첫째에게 나이 지긋한 한 분이 오시더니 여기에는 무엇이 들어있고 이건 네가 먹을 수 있는 거야, 맛있어... 하며 하나하나 빵을 알려주신다.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를 둔 건 불편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배려와 친절을 받는다. 그렇게 자녀를 키우며 몰랐던 세상이 펼쳐진 건 내가 또 누군가를 배려하고 품을 수 있는 아량과 어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거 같다. 다회용기에 빵을 담아간다 하니 더 반겨서 열심히 싸주신다.


성삼재휴게소로 가기 전 시간이 좀 남아 섬진강 대나무숲길 산책을 한다. 40도를 찍는 이 폭염 속에 대나무 숲길의 그늘과 대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의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강가 주변에 자연스럽게 자라난 갈대와 억새는 수를 놓은 듯하다. 역시 자연은 우리에게 감사와 풍성함을 값없이 준다. 그네에 앉아 갓 사 온 빵을 먹으며 섬진강변의 억새의 흐름과 대나무숲의 그늘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 성삼재휴게소로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성삼재에서 배낭 속 침낭과 등산용품, 먹거리를 챙겨서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갔다. 해발고도만 높을 뿐 난이도 하의 매우 쉬운 산책길 같았다. 처음으로 산장? 에서 잠을 취하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칸칸이 있는 방에 침낭을 펴준 것만으로도 신난 우리 두 아이, 가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다람쥐, 김밥과 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고양이세수만 대충, 씻지도 않은 채 잠을 청한다. 새벽 4시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이들을 깨우고 어제 입은 그대로의 옷에 바람막이 하나, 헤드렌턴을 하나씩 머리에 씌우고 텀블러에 물을 채워 노고단으로 출발~~ “우리에게 노고단은 no~고단”이라 아재개그를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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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대피소 반야봉실에서 둘이 신났다. 새벽산행을 하는 세 부녀의 뒷모습, 눈이 부셔서 똑 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일출까지

올라가는 길에 유난히도 밝은 별 샛별(금성)인 건가? 하늘에 선명히 보이는 샛별들, 앗!!! 별똥별이다!!! 30분이면 너끈히 올라가는 노고단, 고산지대의 구상나무와 초원길을 지나 안개가 짙게 깔린 구름사이로 해가 뜬다. 이렇게 일출을 눈부시게 보다니.... 구름 아래의 섬진강의 굽이굽이 보이는 장관까지,,, 아름답다. 하지만 자연은 항상 아름다움만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니다. 추위에 떤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다.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자연… 그 자연을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다.

노고단 대피소로 내려오니 산장에서 자는 경험이 전무했던 우리 가족에게 버너가 절실했다. 너무 추웠다 정말… 어제 사온 떡으로 대충 때우고 다람쥐를 쫒다가 짐을 싸서 후다닥 내려왔다. 이렇게 찌는듯한 폭염 속에서도 산은 쉬이 이 변화를 내주지 않는 것만 같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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