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일 차 500km를 넘긴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까지
레온 성당을 거쳐 골목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는 바실리까 데 산 이시도로 Basílica de San Isidoro를 거쳐 콘벤또 데 산 마르꼬스(성 마르꼬스 수도원) Convento de San Marcos 그리고 뿌엔떼 로마노 데 산 마르꼬스 Puente romano de San Marcos를 건너면 구도심을 빠져나오게 되는데 성 마르꼬스 수도원에서 로마노 데 산 마르꼬스 다리 방향으로 지는 겨울 석양이 매우 아름다운 구간이다. 2016년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성 마르꼬스 수도원과 성당은 무료 개방 중이라 시간 내어 잠깐 둘러보기 좋다. 그리고 절반은 국영 빠라도르 호텔로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15만 원 정도면 하루 쉴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보니 최하가 45만 원이었다. ㅠㅠ
레온을 빠져나가는 길은 도시형 건물을 가진 마을이 몇 개 끊기지 않고 이어지다가 La Virgen del Camino 라 비르헨 델 까미노부터는 예의 그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길로 다시 이어진다.
마사리페까지는 나무가 꽤 많은 메세따의 느낌을 아직 가지고 있다. 넓기만 한 들판인 줄 알았는데 평원 밑으로 꺼진 부분에 마을이 있기도 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한참 오르기도 한다.
몇 개인가의 마을과 흙길, 아스팔트 옆길을 지나고 비야르 데 마사리페에 도착했다. 하루 묵어갈만한 거리를 걸었지만 아직 이르기도 하고 예상보다 걸음이 느려서 계획된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오스삐탈 데 오르비고까지 걷기로 하고 마사리페 마을 끝의 바르에서 간식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한다.
마을을 다시 되짚어가는 듯하다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아래 사진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 직선도로가 나타난다. 아 정말 길고 지루했다. 산 마르틴 델 까미노로 갔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몇 번인가 했다. 이 지루한 길은 7km 정도 이어졌고 몇 가구인가의 농가와 공장을 돌아 다시 밀밭 사이의 너른 흙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도 직선의 긴 구간이었다.
아스팔트길 1시간 반, 흙길 40여분을 걷고야 알베르게를 겸하고 있는 Villavante마을의 바르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선배를 기다렸다. 아스팔트 길을 몹시 싫어라 하는 선배는 내가 천천히 맥주 한잔을 다 마시고 담배를 3대쯤 말아 핀 후에야 도착했다. 맥주를 재빨리 받아다 드리고 같이 좀 더 쉰 후 마지막 남은 약 4km 정도의 길을 돌아가지 않고 직선에 가깝게 걸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의 오르비고 강과 다리. 이 다리에는 명예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사연이 길다. 따라서 생략
알베르게가 꽤 예쁘게 꾸며져 있다. 대문을 들어가면 중정이 있고, 중정 둘레 2층 건물엔 아마도 2인실, 4인실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고, 다인실은 중정을 통과하면 뒷마당 오른쪽으로 화장실과 다인실이 늘어서 있다. 마당도 예쁘게 관리되고 있어 춥지만 않으면 야외에서 다과와 음주를 즐길만했을 것 같다.
오르비고 강가? (오르비고 강은 송어가 많이 잡혀서 송어 요리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강이라고 하기엔 물길이 많이 빈약해졌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식당에서 좀 고급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선배님 덕에 화이트 와인 한 병과 뿔뽀와 스테이크, 그리고 특별 수제 파스타까지. 가격이 좀 나갔지만 아주 맛있는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즐겼다.
오르비고의 알베르게의 오스삐딸레로는 젊고 아름다운 아메리카 여성이었는데, 말아 피우는 담배를 매우 능숙하게 말았다.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대략 피울만하게 말고 있으므로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ㅋ 사실 말 걸면 되도 않는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괴로움 때문에 안 한 거지만.
20일 차의 순례길 도보여행도 무사히 알차게 마칠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