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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y 28.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19

절반을 넘어서 레온에 들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오늘도 날씨는 최상이다.

Reliegos ~ León  24km


렐리에고스 알베르게에서 아침으로 현지 컵라면(일본 이름이긴 했다)에 고추장을 풀어 먹으니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숙소에서 한국인으로는 가장 늦게 길을 나섰다. 비교적 편안한 밤을 보냈지만 항상 1시 ~2시 사이에 저절로 깬다. 깨면 어쩔 수 없이 또 방광을 비우러 다녀올 수밖에.


역시 우리 뒤에 출발한 모든 팀이 우릴 추월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순례길 보다는 확실히 가벼워진 몸 때문에 빨라지긴 했지만 무릎도 계속 불편해서 인지 추월하기보다는 추월당하는 경우가 훨씬 자연스럽다. 순례길에서의 추월은 그저 남들보다 빨리 숙소에 도착한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숙소에 도착해서 하는 것이라고는 샤워, 빨래, 흡연, 음주, 일기 쓰기 정도일 뿐인데 기를 쓰고 빨리 걸을 이유는 없다. 차라리 길과 길섶과 길 주변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들을 망막에 새겨질 정도로 보고 또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걸 알면서도 한번 걷기 시작해 익숙해진 발은 멈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쉼 없이 걷는다. 그건 다리의 의지인지 뇌의 의지인지 내 마음의 의지인지 알 수 없다. 쉬었다 다시 출발할 때 느껴지는 발바닥과 무릎의 통증이 싫어서 인 건지 남들처럼 빨리 도착해 온전히 쉬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대 도시에 가까워지다 보니 똑같은 해발 900m 내외의 고원지대 메세따지만 좀 덜 자연스럽고 그래서 덜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Mansilla de las Mulas의 바르에서 에스프레소를 한잔 들이켜고 다시 출발한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는 성벽의 흔적이 제법 많은 마을이었는데 보통 성곽 마을은 그 지역의 고지대에 만든 경우가 많지만 만시야와 레온은 모두 평지에 성을 쌓았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초입
바르 앞 주택 안에 칠면조가... 스페인어로 빠보pavo라고 한다.
만시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성문
Iglesia de Santa María

만시야를 빠져나와 Rio de Esla를 건넌 후 수 킬로를 걷자 다음 마을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가 나온다. 얌전하고 느리지만 빠르게 통과한다.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해 상의 바람막이와 플리스 자켓을 벗고 걷는다. 뜨겁지만 추운 상반되는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 이 길의 이 시간이다.

포즈 잡아 준 이번 순례길 최초의 냥이

다음 마을인 뿌엔떼 비야렌떼 앞에 뽀르마 강을 건너는 로만 브릿지(Puente Romano sobre el Río Porma)가 자동차용으로만 사용되고 보행자용 다리를 별도로 놓았다. 다리 구경을 하며 미니 축구장에서 퍼질러 앉아 휴식과 흡연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오른쪽의 Puente Romano sobre el Río Porma와 보행자 전용 다리
프랑스 부부가 사이좋게 걷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사진작가라며 나의 커다란 카메라를 보곤 아들과 같은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번역기를 통해서...ㅋ
Arcahueja 2016년 하루 쉬었던 아르까 우에하

배는 고픈데 적당한 식당이 나타나질 았는다. 아마도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일 것이다. 아르까우에하에 맛있다는 평가가 있는 식당은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문을 열지 않은게지... 도로 옆 상가가 있는 곳에 바르가 하나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콜라와 맥주,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빠에야로 허기를 달랜다.

레온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 메세따의 끝자락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제 아름다운 메세따는 더 볼 수는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멀리 도시가 보인다. 규모가 큰 것으로 보아 레온이 틀림없는데 이상하게 레온 대 성당이 보이지 않아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도로가 깎아버린 산모퉁이 뒤에 숨었던 레온 대성당이 이 도시가 레온임을 선언해 버리는 듯했다.

멀리서도 가장 크게 보이는 레온 대성당과 그 뒤로 보이는 산들.

도시 외곽에 들어와 문연 첫 번째 바에 들러 시원하게 맥주 한 샷 하고 피곤한 도심의 까미노를 걷는다.

렌즈에 커다란 먼지가 두 톨이나 앉았다. 조리개를 조이고 찍으면 저 먼지도 같이 찍혀 버린다. 아... 싫어라...
레온 시 앞을 흐르는 또리오 강을 건너면 본격적인 도심의 길이다.  보이는 다리는 Puente de Puente Castro
아름답다고 하기 어려운 요상한 조형미를 가진 분수
레온 구시가지를 보호했던 성곽
레온 대 성당 가는 길

공립 알베르게를 찾아 간다. 2016년에 머물렀던 곳이 아닌 수도원에 붙어있는 Santa María de Carbajal 알베르게로 찾아들었다.

알베르게 입구

짐을 풀고 나와 오랜만에 미제 햄버거 브랜드인 부르헤르 낑에 들러 밀 세트를 주문에 맛있게 먹어본다. 아... 이게 햄버거지... 이 햄버거 식사 세트가 13유로 내외니, 환율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히 비싸다.

두꺼운 레온 성곽

레온 대성당을 포함해 구시가지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다만 레온 대성당의 보물 관람은 하지 않았고, 대성당은 마침 미사(행사가 있는 듯했다)가 있어 미사보는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 무료 관람에 성공했다.

레온 대성당 입구
레온 대성당의 제단 방향 모습
옆모습. 장미창이 측면에도 있다.
매우 크다고 할 순 없지만 고딕 양식의 성당은 실제 크기보다 더 웅장해 보인다.
입구 상단의 예수와 입구 중앙의 성모 마리아 조각이 매우 아름답다.
입구 쪽 장미창과 스테인드 글라스
제단과 스테인드 글라스
 AVE MARIA라고 조각해 놓은 오른쪽 종탑
입구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조각상


레온 시내를 알차게 돌아보고 충분한 휴식과 알찬 식사로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마무리.



오늘의 지출

커피 - 3.4유로

점심 -12유로

점저 - 24유로()

아이스크림 -5유로

알베르게 - 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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