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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y 27.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18

풍경이 변해도 아름다움은 그대로.렐리에고스 가는 길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맑음 날씨는 다시 따뜻해짐.

Sahagun 사아군 ~ Reliegos 렐리에 고스 : 32km


사아군의 3백 년 넘은 성당 건물을 보수해 사용 중인 Albergue municipal de peregrinos Cluny에서의 하룻밤은 비교적 편안했다. 순례자가 많지 않은 덕이다.

아침의 첫걸음은 늘 힘들고 불편하다.

예전 순례길이 성했을 때 이곳엔 큰 수도원이 운영되었다고 하나 스페인 리꼰께스따(국토수복운동)의 중심이 아래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쇠락해갔다고 한다. 현재 수도원의 흔적은 사아군 아치라고 하는 수도원의 전면부인 Arco de San Benito 만이 남아있다.

천천히 앞선 순례자들을 따라 걷는데 주택 벽면에 말괄량이 삐삐가 그려져 있다. 40년 만에 만난 삐삐 롱스타킹의 모습이 반갑다.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Arco de San Benito
삐삐 롱 스타킹과 그의 친구들. 아 괜히 반갑다. 순례길에서 삐삐라니.
사아군을 빠져나가는 길에 개와 함께하는 순례자. 가만히 보니 개고생이다. 개는 까닭 없는 순례길을 힘들게 걸었다. 발바닥에 상처까지 생기면서 말이지. 이건 아무리 봐도 동물 학대다
도로 옆 길을 한동안 걷는다
Ermita de la Virgen de Perales

10여 킬로를 걷다 보니 첫 마을인 베르씨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다. 어렴풋이 16년 기억이 떠오른다. 곧 바르가 하나 나올 것이다.

요즘엔 까페 꼰 레체가 별로 먹고 싶지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영양학적으론 까페 꼰 레체가 유리하겠지만 이상하게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에스프레소에 설탕 하나 넣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배도 안 부르고 진한 쓴 맛과 단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머문다.

첫 마을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을을 빠져나와 도로 옆길을  따라 두 시간 정도 걷고 나서야 2016년 2월 하루 쉬어갔던 엘 부르고 라네로에 든다.

마을 앞의 돌 십자가와 곡식 창고처럼 보이는 탑 모양의 건물이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게 서 있다.


동네 와인인지 하우스 와인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법 맛있는 와인과 샐러드 믹스타, 질기지 않았던 쇠고기 스테이크가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동네를 잇는 전철이 멋진 배경 속을 지나는데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작하지 않는 들판엔 야생화가 가득하다.
왼쪽 쉼터 방향으로 난 길 끝에는 비야마르코라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도 알베르게가 있다.

20km를 넘기기 시작하면 몸이 어떻게 아는지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그래도 오늘은 제법 걸음이 빨라 평속 4k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차례 충분히 쉬며 걷다보니 렐리에고스에는 6시 전에 들어가기 어려울듯 하다.

나타날 듯 나타나지 않던 렐리에고스가 드디어 나타났다. 렐리에고스 입구 오른쪽 주변에 길2(gil 힐 2) 바르가 있는데, 전에 아들과 쉬면서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던 곳이다. 아직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갑다.

마을 입구 가게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공립 알베르게로 향한다. 작은 마을의 오픈한 바르 앞에는 한국 청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렐리에고스 공립 알베르게의 침대가 있는 공간은 이미 다 차서, 1층의 강당 같이 넓은 곳에 덩그러니 2층 침대 몇 개 놔둔 곳을 차지했는데, 2층의 정식 공간의 닭장 같은 느낌에 비하면 훨씬 쾌적했다.

저녁노을이 지고 있는 렐리에고스의 9시가 넘은 풍경

사실 렐리에고스 또한 기억에 없는 동네다. 2016년 2월엔 이곳을 지나 '아르까우에하'라 불리는 레온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하루 었다.

이번 순례에서는 보통의 필터 담배가 아닌 담배 가루(담뱃잎을 가늘고 작게 썬)와 담배 종이, 필터를 따로따로 사서 말아서 피웠는데 담배 맛도 좋은 편이고, 귀찮으니 덜 피우고,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다. 7유로 정도 들이면 일주일 이상 피울 수 있었다. 참고로 필터 담배는 한 갑에 5.5유로쯤 한다.

볕이 좋아 짧은 시간에 빨래도 대강 말랐다. 침대에 걸쳐 놓으면 내일 입는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오늘도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 다행이다.


*18일 차부터 모바일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현지에서 올릴 수 없었다. 계속 에러가 나는 바람에...

18일 차부터는 부득이 순례를 마치고 귀국해서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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