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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Jun 02.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20

이십일 차 500km를 넘긴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까지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날씨 계속 맑음

León 레온 ~ Hospital de Orbigo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 36km

보통은 레온에서 San Martin del Camino 산 마르띤 델 까미노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016년의 기억이 나를 비야르 데 마사리페 Villar de Mazarife 방향으로 이끌었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더 많다. 하지만 마사리페에서 하루 머물지 않고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까지 간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마사리페부터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까지 직선 아스팔트 도로 7km, 이후에 흙길 직선 3km를 걷는 지루한 길이 이어졌다. 순례길에 더 좋은, 혹은 더 나은 길은 없다.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 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레온 성당을 거쳐 골목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는  바실리까 데 산 이시도로 Basílica de San Isidoro를 거쳐 콘벤또 데 산 마르꼬스(성 마르꼬스 수도원)  Convento de San Marcos 그리고 뿌엔떼 로마노 데 산 마르꼬스  Puente romano de San Marcos를 건너면 구도심을 빠져나오게 되는데 성 마르꼬스 수도원에서 로마노 데 산 마르꼬스 다리 방향으로 지는 겨울 석양이 매우 아름다운 구간이다. 2016년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6년 2월 초 성 마르꼬스 수도원에서 다리 방향을 바라보고 맞이하는 겨울 저녁노을

성 마르꼬스 수도원과 성당은 무료 개방 중이라 시간 내어 잠깐 둘러보기 좋다. 그리고 절반은 국영 빠라도르 호텔로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15만 원 정도면 하루 쉴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보니 최하가 45만 원이었다. ㅠㅠ

레온을 빠져나가는 길은 도시형 건물을 가진 마을이 몇 개 끊기지 않고 이어지다가 La Virgen del Camino 라 비르헨 델 까미노부터는 예의 그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길로 다시 이어진다.  

El Crucero
레온 외곽의 공장지대 가로등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 프랑스 길에서 길을 잃기는 쉽지 않다. 

레온에서 이어지는 마을들 중 비교적 큰 마을인 Virgen del Camino 비르헨 델 까미노에는 현대적인 성당인 Basílica de la Virgen del Camino 바실리까 데 라 비르헨 델 까미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제단과 입구의 예수와 열두 제자 조각상이 다시 봐도 인상적이었다. 

La Virgen del Camino의 현대적인 성당. 성당 입구 상단의 열두제자의 조각이 인상적이다.

라 비르헨 델 까미노에서 길은 두갈레로 나뉘는데 이번엔 비야르 델 마사리페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아스팔트 길이 이어지지만 차량 통행량이 매우 적어 지저귀는 새소리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마사리페까지는 나무가 꽤 많은 메세따의 느낌을 아직 가지고 있다. 넓기만 한 들판인 줄 알았는데 평원 밑으로 꺼진 부분에 마을이 있기도 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한참 오르기도 한다. 

빠르게 걷는 순례자

몇 개인가의 마을과 흙길, 아스팔트 옆길을 지나고 비야르 데 마사리페에 도착했다. 하루 묵어갈만한 거리를 걸었지만 아직 이르기도 하고 예상보다 걸음이 느려서 계획된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오스삐탈 데 오르비고까지 걷기로 하고 마사리페 마을 끝의 바르에서 간식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한다. 

마을을 다시 되짚어가는 듯하다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아래 사진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 직선도로가 나타난다. 아 정말 길고 지루했다. 산 마르틴 델 까미노로 갔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몇 번인가 했다. 이 지루한 길은 7km 정도 이어졌고 몇 가구인가의 농가와 공장을 돌아 다시 밀밭 사이의 너른 흙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도 직선의 긴 구간이었다. 

베어진 옥수수밭
약 7km의 직선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흙길로 접어드는 구간

아스팔트길 1시간 반, 흙길 40여분을 걷고야 알베르게를 겸하고 있는 Villavante마을의 바르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선배를 기다렸다. 아스팔트 길을 몹시 싫어라 하는 선배는 내가 천천히 맥주 한잔을 다 마시고 담배를 3대쯤 말아 핀 후에야 도착했다. 맥주를 재빨리 받아다 드리고 같이 좀 더 쉰 후 마지막 남은 약 4km 정도의 길을 돌아가지 않고 직선에 가깝게 걸었다. 

예쁘게 생긴 맥주잔만큼이나 맛있었던 맥주(cerveza 세르베사)
비야반떼 마을의 순례자 조형. 날씨가 참 좋아서 하늘이 가을처럼 파랗다.
Iglesia de la Purificación de Nuestra Señora
돌무더기 화살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의 오르비고 강과 다리. 이 다리에는 명예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사연이 길다. 따라서 생략

현대적인 한옥 느낌이 나는 주택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름다운 오르비고 강의 명예의 다리

알베르게가 꽤 예쁘게 꾸며져 있다. 대문을 들어가면 중정이 있고, 중정 둘레 2층 건물엔 아마도 2인실, 4인실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고, 다인실은 중정을 통과하면 뒷마당 오른쪽으로 화장실과 다인실이 늘어서 있다. 마당도 예쁘게 관리되고 있어 춥지만 않으면 야외에서 다과와 음주를 즐길만했을 것 같다.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의 공립 알베르게 Albergue Parroquial Karl Leisner

오르비고 강가? (오르비고 강은 송어가 많이 잡혀서 송어 요리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강이라고 하기엔 물길이 많이 빈약해졌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식당에서 좀 고급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선배님 덕에 화이트 와인 한 병과 뿔뽀와 스테이크, 그리고 특별 수제 파스타까지. 가격이 좀 나갔지만 아주 맛있는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즐겼다. 

화이트 와인과 롤빵. 빵이 따뜻하고 맛있어...
좌로부터 뿔뽀, 스테이크, 파스타. 마이쪙...
9시가 넘은 오르비고 강 주변 풍경
알베르게 정원에서 마르고 있는 빨래가 있는 풍경이 참 인상적이다. 

오르비고의 알베르게의 오스삐딸레로는 젊고 아름다운 아메리카 여성이었는데, 말아 피우는 담배를 매우 능숙하게 말았다.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대략 피울만하게 말고 있으므로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ㅋ 사실 말 걸면 되도 않는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괴로움 때문에 안 한 거지만.

20일 차의 순례길 도보여행도 무사히 알차게 마칠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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