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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Dec 22. 2024

3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day38

포르투갈 길 역주행 7일 차 :   Fão까지 30km


내가 경험한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길 2번, 은의 길, 북쪽길, 영국길, 묵시아&피스 떼라 길이고 이번에 포르투갈 길은 일부를 걷는다. 총연장은 4천 km쯤 되는데, 그 길의 수많은 알베르게 중 가장 아름다운 위치의 알베르게(호스텔,오스뗄)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어제저녁의 일몰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오늘 아침의 풍경은 또 다른 멋짐이다. 

어제저녁에 먹은 간장라면을 아침에도 한 개 조리해서 먹고 길을 나선다. 이 간장라면 맛이 꽤 괜.

간장라면. 제법 짭짤해서 먹을만하다. soja 소하는 '간장"

아쉬움에 성당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어제 힘들게 오른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비아나 두 까스텔루의 최고 전망지이자 포르투갈길(포르투에서 시작하는 해변길) 최고의 전망은 고단함에 대한 최적의 보상이다.    어제 올라오면서 2백 개 넘게 헤아리다 힘들어서 계단수 세는 것을 포기했는데, 내려가면서 다시 세어 본다. 

가야 하는 길 방면의 강과 다리가 있는 풍경
계단의 단차가 꽤 높아서 내려갈 때가 더 괴롭다. 

계단수를 세며 내려가다 보니 끝에 이르러 나온 수는 계단은 600... 맞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맞겠지. 어제 끝에 도착하면서 한 300개가 좀 넘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600개 면 꽤 많다. 

시내에서 순례길을 찾아 나가는 일은 항상 쉽지 않다. 오프라인 맵을 거꾸로 읽어서 진행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고, 또 이 도시의 도로는 독특하게 지하도를 건너게 하기도 하고 큰 도로가 있어 길을 좀 헤맬 수밖에 없었다.  

산을 다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성당? 

포르투갈에 들어와 이틀째 걷다 보니 스페인과의 차이점 하나는 성당의 외관이다. 흰 벽면, 혹은 타일화로 장식된 부분이 많다는 것과 좀 더 심플(검소)하달까? 이 도시에는 비아나 두 카스텔루 대성당이 있다고 하니 둘러보면 좋을 듯한데, 나는 경로상에 있지 않아 지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다리에 보도가 좁게 놓여 있고 통행량이 상당히 많아 걷기에 좋지 못했다. 리미아 강의 가장 하구에 놓인 이 다리의 이름은 'Ponte Eiffel'이라고 하며 1878년에 개통되었다고 하며 아래층에는 기차가 다니는 철로가 놓여 있는 2층 형태의 다리이며, 포르투로 가는 기차가 다닌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괜찮다. 강 하루 바다 방향에는 뭔가 산업 시설들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강변 왼쪽의 모래톱에는 작은 예배당처럼 보이는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Capela de São Lourenço

다리를 건너고 만난 마을에서 길을 좀 헤매다 제길을 찾아서 언덕 위에 올라 뒤를 바라보니 비아나 두 카스텔루의 전처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걷는 길은 바다를 거의 볼 수 없는 마을과 마을일 지나게 되는데, 도착지에 이르러서야 해변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참 아담한 동네 성당.Igreja Matriz da Paróquia de São Tiago de Vila Nova de Anha
수퍼복. 포르투갈에서 많이 보이는 맥주 브랜드다. 

오늘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만난다. 중간에 한 번은 맥주만, 또 한 번은 빵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걷는데, 만나는 순례자들도 적지 않다. 높이가 있어 바다가 보이는 마을 성당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어 가기도 한다. 마땅한 식당을 만나지 못해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못했다.   

인적이 드문 작은 돌다리가 놓인 강을 건너기도 하고 숲길을 통과하는데 숲 속은 그나마 좀 시원한 느낌이다. 이곳을 흐르는 강의 이름은 '네이바 강'인데 수량이 풍부해 물놀이하기에 괜찮아 보인다.  

Ponte do Sebastião 포르투갈길에서 꽤 유명한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를 포함해 주변의 숲은 꽤 괜찮다.

숲길을 지나면 다시 인적이 드문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 이어진다. 높은 담이 끝도 보이지 않도록 세워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담장 아래쪽 배수로를 통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용도가 불명이다. 단지 주택인지 농장인지 모를 안쪽에 물길이 있어 밖으로 배수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Capela de São João do Monte

Belinho, Mar라는 지역을 지나는데 주택도 제법 있는 동네지만 동네 사람들 만나기는 쉽지 않다. 23km쯤 걸었을 때 만난 동네에 식당도 여럿 있어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두리번거리다 들어간 곳은 빵류(패스트리?)를 파는 곳. 고기가 들어 맛있어 보이는 빵 두어 개와 콜라를 시켰는데, 빵은 콜라만큼 맛있진 않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우리나라 빵집의 빵들처럼 달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뻑뻑하고 투박한 맛의 빵이다.   

Igreja Matriz de São Miguel Arcanjo das Marinhas 이 동네를 지나면서 길은 해변으로 붙는다. 

마을을 잠시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길은 해변으로 붙으면서 다시 해변 관광지 같은 상당히 번화한 이스포젠드Esposende라는 곳으로 이어진다. 포르투갈어 발음은 정확하지 않으니 대강 적는다.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은 2km가 넘었고 6시간 넘게 걸어온 정신상태에서 햇볕 따가운 포장로를 걷는 행위는 뭔가 유쾌하지도, 정신적 만족도가 높지도 않은 좋음보다 지루하고 힘듦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해변을 빠져나가는 길의 사람 없는 공원에서 쉬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다. 날씨가 좋았음에도 촬영한 사진의 수량이 매우 적었던 것은 이런 이유였을 것으로 핑계를 만들었다.  

이스포젠드를 빠져나와 예약한 숙소가 있는 Fão라는 동네까지는  Cavado River를 가로지르는 공사 중인 Ponte metálica de Fão를 건너야 했는데, 뭔지 모를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예약한 숙소는 The Spot hostel Ofir라는 곳으로 정원에 수영장이 있는 멋진 곳이었고 쥔장도 친절했다. 수영장에 물이 받아져 있지만 수영하기엔 좀...

The Spot hostel Ofir

근처 마트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마카로니 면 등을 사고 국물이 있는 불명의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본다. 스틱 다시다를 한 봉지 넣고, 토마토를 몇 개 썰고 추가 소금 간을 해서 완성. 보기엔 드럽게 맛없어 보였지만, 쇠고기 다시다를 넣어 만든 음식이 실패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 슈퍼복 한 병과 맛있게 한 끼를 해결했다. 

밤 새 모기인지 아니면 개미인지 모를 벌레들에 공격당해 깊이 잠들지 못했다. 혹시 빈대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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