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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1

바다를 낀 아름다운 북쪽길

by 감뚱

1.바스크 지방

■Irun 이룬

북쪽길의 시작점을 향해


사실 북쪽길의 시작은 프랑스 내의 어디가 되든 관계없다. 프랑스 사람 기준으로... 실제로 집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하지만 통상 북쪽 길의 스페인 출발지는 이룬이라는 프랑스 접경 마을이다. 이룬에 가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많은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는 파리에 도착 후 떼제베나 버스, 혹은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남서부 끝마을인 '엉데 Hendaye'까지 가야 한다. 파리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탄다면 '비아리츠 Biarritz'까지 간 후 엉데로 이동하면 된다.


CDG 공항에 오전에 도착해 떼제베 출발지인 몽빠르나스 역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틀담역에서 내려 수리 중인 노틀담 성당을 보고 퐁뇌프 다리를 건너 뤽상부르궁을 지나 몽빠르나쓰역까지 파리 거리를 조금이라도 즐기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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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상부르 공원과 낮잠을 즐기는 여행자.
20220907_110950.jpg 멀리 에펠탑의 상부가 보인다.
20220907_113749.jpg 몽빠르나스역


몽빠르나스역의 외관은 역처럼 보이지 않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가면 정신없는 기차역이 나타난다.

20220907_141230.jpg 떼제베 차창밖으로 보이는 보르도 대성당.

떼제베는 보르도까지는 고속철답게 매우 빠르게 이동하지만, 보르도를 지나서 엉데까지는 속도가 1/3로 줄어든다.

20220907_164654.jpg 프랑스의 마지막 마을 엉데. 떼제베의 종점은 이곳까지이다.

엉데역에서 나와 오른쪽 방향으로 걸으면 바로 국경이다. 아무런 검사도 없이 마실 가듯 다리를 건너면 스페인 '이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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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 번화가를 지나면 북쪽길 출발점인 공립 알베르게 'Jakobi Pilgrim Hostel'에서 하루 정비한다. 9월 2주 차의 좋은 날씨 때문인지 이 알베르게는 만원이다. 이곳에서 순례 필수품인 순례자 여권을 만들 수 있다. 숙박비는 기부제이며 순례자 여권은 별도 요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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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의 공립 알베르게 'Irungo Erromesen Aterpetxea(바스크어) 이룬 영혼의 여관' 'Jakobi Pilgrim Hostel'

북쪽길의 첫 번째 지역은 바스크 지방이다.

북서쪽 끝 이룬에서 동쪽의 대도시는 빌바오, 남쪽으로는 로그로뇨 북단과 닿는다. 주로 해변길을 걷게 되는데 중간에 피카소의 게르니카로 알려진 도시 헤르니카(Gernika) 중심을 통과해 빌바오까지 이르는 길은 내륙의 산길 비슷하다. 첫 구간이라는 곳에서 오는 신체적 미적응으로 매우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인데, 뭐 이 지역을 지난다고 해도 크게 나아지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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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북쪽길을 걷는다. 첫날은 보통 도노스티아라는 해변 도시까지 약 25km에 산을 2개 정도 넘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 일찍 길을 나선다. 도노스티아의 유스호스텔까지는 꽤 멀고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두울 땐 특히 순례길의 방향 표식인 노란 화살표를 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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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 전 547m 높이의 하이스키벨 산 방향으로 길을 찾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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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본격 진입하기 전 작은 예배당을 만났다. 명칭은 Santa Barbara 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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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dalupeko Ama Birjinaren Santutegia. 과달루뻬 성지 성당에서 아침 미사가 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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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키벨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제법 많이 힘들다. 정상은 500m 정도의 높이이고 약 10km 정도를 지나야 산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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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첫번째 만난 프랑스 순례자. 흔쾌히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물론 찍은 사진은 메일로 보내준다고 약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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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631.JPG 정상부는 평탄한 곳이 길게 펼쳐지는데 캠핑카와 차박을 하는 여행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P1120632.JPG 산 정상에서 남쪽 내륙방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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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642.JPG 제주도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든다.
P1120648.JPG 진행방향으로 빠사이아 Pasaia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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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657.JPG 등산을 마치면 Lezo, Pasai Donibane라는 멋진 중세풍의 마을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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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667.JPG 17세기에 만들어진 성당. Donibane Bataiatzailearen Parrokia,Saint John the Bapt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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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곳으로 내륙 쪽으로 강과 만나는 좁은 만의 양쪽으로 자리 잡은 동네로 상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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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8_132424.jpg 항구에서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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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682.JPG 비스케이 만 방향
P1120683.JPG 내륙 방향

배를 내리면 바다 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날 방식의 조선소가 있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길고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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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계단 끝에 올라서니 길은 계속 산으로 이어졌고, 0m에서 다시 275m까지 고도를 높인다. 중간에 Twelve Tribes Pilgrims' Hostel이라는 곳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 갈증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산속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하루 머물렀어도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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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lve Tribes Pilgrims' Hostel

산길을 내려서며 시야가 확 터지는데 오늘의 목적지 도노스티아(산 세바스띠안)가 눈에 들어오는데 너무 멋지다.

P1120707.JPG 사진 정면의 바다와 바다 사이에 있는 동네가 올드 타운
P1120709.JPG Zurriola Playa(수리올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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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0714.JPG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Urumea 강
P1120716.JPG 올드 타운에 있는 Udal Liburutegi Nagusia(시립도서관)과 뒤쪽의 Behato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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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길에서의 첫 번째 큰 도시는 도노스티아 혹은 산 세바스띠안이라고 불리는 휴양 도시로 오래전부터 프랑스의 왕족을 포함한 권력층과 스페인의 권력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대성당이 있었는데, 가는 길에 찾지를 못했고, 숙소가 도시의 반대쪽 끝 쪽에 있어 제대로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도노스띠아(Donostia)는 바스크어, 산 세바스띠안(San Sebastián)은 스페인어 이름이다.

20220908_173820.jpg 대략 10유로쯤 하는 스페인 부르헤르낑(버커킹의 스페인식 발음)의 메뉴. 배가 몹시 고팠지만 다 먹질 못했다.

도시끝쪽 산밑에 La Sirena Youth Hostel - Ondarreta라는 이름의 유스호스텔이 있는데, 순례자들이 보통 하루 쉬어가는 곳이다. 시설은 뭐 공립 알베르게 수준이다. 다만 방안에 욕실이 있어 좀 편리한 점이 있다.

20220908_183844.jpg Donostia-San Sebastián City Hall 도노스티아 시청 건물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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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부터 도노스티아까지 첫 구간은 첫날이라서 힘들기도 하고, 실제 지형도 산을 두 개 정도 넘어가야 해서 힘이 많이 든다. 걷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빠사이아 부근에서 하루 머무르며 여독을 달래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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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램블러 수치 기록.png
거리와 고저차를 고려해서 진행하면 좋을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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