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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길

책을 만들기 위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정리를 시작하며

by 감뚱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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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길', '은의 길', '영국 길', '묵시아&피스테라 길'은 이미 2022년에 다녀온 후 이곳 브런치에 올리긴 했었는데, 작년(24년)에 '프랑스 길'을 다시 걷고, '포르투갈 길'의 일부를 처음 경험하고 나서 순례길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야 노트북을 켜서 새로운 방식으로 브런치에 정리한 후 인디자인을 이용해 전자책과 실물책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꾸준히 작업해 올해가 가기 전에 적어도 전자책의 형태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북쪽길은 인디자인을 배웠을 당시 20일 차까지 만들어 보긴 했지만 완성하지 못했고, 책의 지향을 조금 바꿔

제목처럼 사진으로나마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디자인으로 작업 중이던 책 만들기인디자인으로 작업 중이던 책 만들기

첫 번째로 '북쪽 길 Camino del Norte 까미노 델 노르떼'를 먼저 하기로 했다. 특히나 자연의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에 홀딱 반할만하다 싶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러 경로 중에서도 북쪽길은 그 독특한 아름다움과 깊이 있는 역사로 많은 순례자들을 매료시킨다고 한다. 북쪽길, 혹은 '카미노 델 노르떼(Camino del Norte)'로 불리는 이 경로는 대서양 해안을 따라 이어지며, 프랑스 국경 근처의 이룬(Irún)에서 시작해 주로 스페인의 북쪽 해안을 따라 경로상의 마지막 해안 도시 리바데오 Ribadeo에서 내륙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이르게 된다.

북쪽길 경로와 통과하는 4개 주 바스크, 깐따브리아, 아스리아스, 갈리시아북쪽길 경로와 통과하는 4개 주 바스크, 깐따브리아, 아스리아스, 갈리시아

북쪽길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순례자들에게 좀 더 조용하고 고요한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여름휴가철에는 북쪽의 해변 도시들은 매우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숙소 잡기가 어려울 수 있고 겨울철에는 순례자와 여행객이 적어 숙소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유럽의 여름휴가철과 비수기인 겨울을 택한다면, 좀 더 많은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다 쓸데없는 고민이긴 하다. 길을 따라 펼쳐진 대서양의 푸른 물결과 해안선,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산책로는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준다. 이 길은 순례자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와 고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더불어 보통 사람의 체력 이상을 강요하기도 한다.


북쪽길의 또 다른 매력은 다채로운 문화와 전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스크 지방(Basque Country)의 독특한 언어와 음식, 깐따브리아(Cantabria)와 아스뚜리아스(Asturias) 지방의 풍부한 역사적 유산, 그리고 갈리시아(Galicia)의 깊은 영적인 전통(가톨릭의 전통)은 순례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각 지역마다 다채로운 축제와 전통 음식, 따뜻한 현지인들의 환대는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비스케이만이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 빠사이아 Pasaia비스케이만이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 빠사이아 Pasaia

 바스크(Pais Vasco) 지역은 바스크어를 사용하는데 이 바스크어는 유럽의 어느 나라 언어와도 유사성이 없어 고립어로 불린다. 스페인 표준어와 바스크어를 공식적으로 병기해서 사용하고 있고 "우리는 프랑스도 스페인도 아니다"라는 표어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스셀로나 중심의 까딸루나와 마찬가지로 독립을 주장한다. 프랑스 남서쪽(4개 지역)과 스페인(3개 지역)의 북동쪽을 접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하는 지역 3개를 좁은 의미의 바스크 지역이라고 한다.

"여기는 스페인도 프랑스도 아니다"라는 구호를 종종 볼 수 있었던 바스크 지역"여기는 스페인도 프랑스도 아니다"라는 구호를 종종 볼 수 있었던 바스크 지역

깐따브리아(Cantabria)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해 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 알따미라 동굴로 유명한 곳이 이 지역에 있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삐꼬스 데 에우로빠(Picos de Europa)'라 불리는 높고 넓은 산악 지역은 매우 유명하다. 

깐따브리아의 중심 도시인 산딴데르의 산딴데르 대성당깐따브리아의 중심 도시인 산딴데르의 산딴데르 대성당

아스뚜리아스(Asturias) 지역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특히 아스뚜리아스 왕국이 이슬람 세력에 맞서 싸운 국토 회복운동(레꼰께스따)의 시작이며 초기 중심지였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Hórreo 오레오'로 불리는 전통적인 곡식 창고인데, 다른 지방과는 조금 다르게 '오레오'에 진심이랄까? 타 지역과는 다른 양상의 오레오를 볼 수 있다. 

오레오를 개조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오레오를 개조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품고 있는 갈리씨아(Galicia)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악 지대를 포함하고 있으며 겨울에도 춥지는 않지만 비가 매우 자주 많이 내린다. 가톨릭의 3대 성지 중 하나인 Snatiago de Compostela 때문에 더욱 유명한 지역으로 전 세계의 순례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 앞의 순례자. 이 그룹은 후반부에 같은 숙소에서 만났던 매우 매우 유쾌한 이태리 할배들과 스페인 처자 둘 이었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 앞의 순례자. 이 그룹은 후반부에 같은 숙소에서 만났던 매우 매우 유쾌한 이태리 할배들과 스페인 처자 둘 이었다.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에 가장 넓게 자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에도 이 북쪽길에 접한 지역은 이슬람세력이 발들이지 못했고, 이슬람으로부터 국토를 수복하는 레꼰께스따(Reconquèsta)의 시작이 된 지역이기도 하여, 이슬람 세력을 피해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순례를 이어간 중세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따라 많은 고대 성당과 수도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그 속에서 순례자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레꼰께스타의 서막을 알린 코바동가 전투의 승리가 시작된 삐코 데 에우로빠(Pico de Europa)의 장엄한 모습레꼰께스타의 서막을 알린 코바동가 전투의 승리가 시작된 삐코 데 에우로빠(Pico de Europa)의 장엄한 모습

북쪽길은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을 돌아보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순례길을 통해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는 순례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주게 된다.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북쪽길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나누고자 한다.

이 시작 글이 여러분의 여정에 작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며 순례길에서의 모든 만남과 경험이 여러분의 가슴속 깊이 남아, 삶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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