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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작가 Jun 15. 2022

회사에서 딴짓하기

정당할까?

보통 회사 정직원의 법적 근로시간은 주중 근무시간 (월~금) 1일 8시간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8시간 내내 일만 할까?



직장인 85.2% 업무 중 ‘딴짓’…2위 메신저, 1위는?

출처 : 동아일보 2016-06-17


직장인 85.2%가 업무시간에 딴짓을 한 경험이 있고, 주로 하는 딴짓은 ‘인터넷 검색’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하루 평균 1시간 10분 딴짓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주로 하는 딴짓은 62.6% 차지한 ‘인터넷 검색이었다. 이어 메신저, 인터넷 쇼핑, 커피  티타임, 흡연, 동료와 잡담·수다, SNS 활동, 전화통화, 수면, 은행·병원  외출, 게임 순으로 딴짓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오래된 기사이지만 지금도 비슷할 것 같다. 이 중에 자기 계발이 없었지만, 지금은 업무 관련 공부, 영어 공부, 업무 무관한 자기 계발 공부 등 자기 계발 순위도 높을 것 같다.


최근에 회사에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구조조정이 있었다. 다소 안정적인 회사로 소문이 날 만큼 현 직장은 구조조정이 적은 회사였고, 회사의 적자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이 시작된 듯하다. 듣기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가 힘들 때 가장 먼저 하는 방법이 인력 감축이고 가장 많은 인력이 배치된 생산과 영업에 인력 감축을 단행하였다. 일부는 partial ERP를 통해 권고사직한 직원이 있으며, partial ERP도 거절하고 버티는 직원이 있는 것 같다. 그중 partial ERP를 받고 그만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 직원은 40대 초중반이고 타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현 회사로 이직 온 지 약 4년 정도 되었다. 현 회사로 이직 온 당시 팀장으로 왔었고 연봉도 사내 동일 연차들에 비해 높게 받았었으니 나름 기대했던 직원이었지만 점점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유는 일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일을 안 한다는 범위가 참 애매하고 타 부서의 일이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 직원 같은 팀과 유관부서 내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여 당시 소속된 팀에서 그 직원을 내보내고 싶어 하였으나 회사가 직장인을 그냥 내보낼 수 없는 것이 현행 법이다. 법적으로 이유 없이 내보낼 수 없다. 결국 그 직원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팀으로 발령받았다. 팀장이었던 그 직원은 팀장 면직되고 다른 팀의 팀원이 되었다.


그만 둘 줄 알았던 그 직원은 이후로도 2.5년을 다른 팀의 팀원으로 꾸준히 다녔고, 그 팀 내에서도 일을 안 한다는 이유로 그 팀과 현업부서의 불만을 계속 받고 있었다.

결국, 그 직원도 이번 구조조정시 partial ERP를 받고 사표를 냈다.

듣자 하니 그 직원은 1년 가까이 회사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결국 그 시험에 합격했다. 틈틈이 준비했으면 불만이 없었겠지만, 근무시간 8시간 중에 보통 매일 2-3시간 정도로 인강을 들으며 개인적인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시험 준비한 것이 티가 났고, 그 직원은 그것 자체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멘탈 갑 직원이었던 것 같다.




요즘 내가 느끼는 건 회사가 나의 고용 보장과 나의 안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내가 20년 가까이 중심을 지키며 주장했던 직장 충성은 이제 없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그 직원이 살짝 부러웠다. 직장생활만 길게 해온 나는 나만의 파이프라인도 없고, 직장이 아닌 나만의 무엇도, 그리고 나만의 노후 준비도 아직 찾지 못한 터라 그 직원이 은근히 부러웠다.


그 직원과 직접적으로 일을 해야 했던 그 팀원들과 유관부서는 화가 나고 그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아마 내가 같은 입장이거나 나와 유관한 일을 하였다면 나도 그 직원에게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퇴사 결정을 하고 회사의 필요한 사람을 다시 찾으려 하겠지만, 난 그 직원이 회사 다니며 얻을 것을 다 얻은 진정한 승자 같았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다른 직원들의 기를 꺾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직원들을 보면 업무 성과에 따른 보상도 없고 피드백도 없는 회사를 상대로 자기 것을 챙기는 그 직원이 요즘 시대에 현명한 직장인인가 싶다.


예전에 나는 회사 면접 시 당골 멘트가 회사의 발전과 나의 발전을 함께 하고 싶다였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나의 노력과 나의 성과가 점점 인정받지 못하거나 보상받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자주 겪다 보니 함께하는 발전이 하기 싫어지면서 이젠 회사와 나를 분리하고 나만 생각하고 내 발전만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아마 회사와 나를 분리하여 직장 생활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많아질 거라 생각하고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아마 회사들은 이런 직원들을 챙겨서 회사 발전에 맞출 수 있는 조직문화와 회사 문화를 만드는 것이 회사도, 직원도, 그리고 개인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인구절벽도 다가오고 앞으로 점점 회사나 직장 생활하려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인데, 회사들이 product가 아닌 people에 더 신경 쓰고 고민해주면 product가 발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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