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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작가 Jul 26. 2023

팀장맘으로 살기

아이 학기 중 방학 전날, 아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큰 사건이 별로 없어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놀라웠다. 학교 보건실에서 온 전화였고, 코로나 시국(작년 이야기임)이기에 처음에는 아이가 열이 나는가 싶어 걱정했는데, 운동하다 다쳤다고 한다.


피구를 하다 옆 남자아이 손에 차고 있는 시계에 턱을 맞았는데 남자아이도 실수했고 충분히 미안하다 사과한 후라 더 확대할 수 없었다. 딸아이의 상태에만 집중했고 딸은 턱에 멍과 타박상, 입술 찢어지고, 앞에 영구치가 조금 나간 것 같다고 보건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보건 선생님은 영구치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급히 전화를 주셨고 치과를 갈 것을 추천하셨다.


보건 선생님은 통화 후 딸에게 전화를 바꿔 주셨고 딸과 통화를 하며 나는 걱정되고 놀란 상황인 와중에, 딸은 아픔을 참고 울먹이는 그 목소리에 아이가 많이 놀랐음을 알았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수 없는 심정에 다행히 급한 업무가 없어, 바로 보고 하고 휴가 신청 내고 아이 학교로 운전했다.


운전하면서 급한 마음에 사고도 날뻔한 상황을 지나 만난 아이는 생각보다 태연해 보여 오히려 고맙고 한편 걱정이 되었다. 치과에서 사진을 찍고 아이 치아 상태를 본 후 끝이 조금 나간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 감사하고 이 정도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이 사건 덕분에 커져, 오래간만에 아이와 긴 대화와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동안 아이와의 시간 부족으로 아이가 갖고 있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스트레스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아이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아이 이야기는 지난 학년에서 경험한 본인의 스트레스를 뒤늦게서야 이야기했다. 아이가 그 당시 말을 못 한 이유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었다.


둘째 어린 동생을 육아하느라 첫째 아이를 너무 혼자 스스로 크게 놔둔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동안 첫째 아이 돌아보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폭풍 수다를 듣다가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밤 12시 지나서 아이와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깊은 고민에 빠졌고, 회사의 보어함과 회사의 권태로움 그리고 회사 근속에 대한 무보장을 느끼는 요즘이라 회사보다 아이를 더 신경 써야 하나 싶어 퇴사 고민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런 와중에 아이가 다치니 더 맘이 안 좋았다.


아이가 다친 거나 아픈 건 사고였을 뿐인데 왠지 내 잘못 같고 내가 회사 다니는 잘못 같아 아이에게 미안함이 커졌다.




꼭 팀장이어서가 아니라, 직장맘이라면 아이가 기관이나 학교에서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기 어렵다. 다행히 현 회사(과거 회사가 됨)와 현 상사는 깊은 내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아이 일로 휴가를 허락해 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난 팀장이기에 주변 눈치는 본다. 팀원들의 경우 팀장에게 이야기만 하고 조퇴 및 병원 방문 등 개인 사정을 봐주지만, 팀장들은 경영진 그리고 조직 내 head의 눈에 더 띄는 법이라 불시에 찾아오는 이런 상황을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연차 및 휴가도 내가 아닌 아이들을 위해서 간신히 반반차까지 쪼개서 쓰더라도 1년에 사용하는 연차가 모자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일이 직장 다니면서도 빈번하다.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 따로 계신다 하더라도 나의 경우 아이들 학교, 집, 유치원이 내 회사와 가까워 내가 주도적으로 이런 상황은 해결했다.



남들은 단 1개월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던데 나는 첫째와 둘째 모두 출산 당시 팀장이었다. 내가 회사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육아 휴직 동안 적어지는 생활비가 아쉬울 수도 있고, 육아해 주실 분이 계셔서 그런지, 내가 육아가 어려워 그런지, 나 스스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두 아이다 나는 육아 휴직을 사용해 본 적 없이, 출산휴가 3개월만 사용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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