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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Apr 06. 2022

도서관에서 일하면 책 많이 읽어?

세상에 쉬운 노동은 없다 


   도서관에서 일하면 책 많이 읽고 좋겠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꽤 자주 듣는 말이다. 

 ......좀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 같다.     




 760쪽의 총균쇠는 몇 그램일까?     

 312쪽의 시맨틱 에러 포토 에세이는?     



 막연히 무겁다, 가볍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사실 나도 도서관에서 일하기 전엔 눈에 채이지도 않는 문제였다. 책이 무거워봤자 아령보단 가볍겠지. 


 예스 24 서적 정보 기준 총균쇠는 1064g이고 시맨틱 에러 포토 에세이는 794g이다. 아령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체급이다. 아령도 책도 무게는 천차만별이라지만, 둘 다 가벼운 수준은 아니다. 

 아령은 차라리 공학적으로 계산이 된 장비이기라도 하지, 책은 그렇지도 않다. 1kg을 그냥 들어서 꽂아야 한다. 


무거운 책을 놓쳤던 적도 있다. 아직 발등과 머리가 무사한 게 요행 같다. 


 무게만 문제인가. 책의 먼지가 손에 묻기도 하고, 종이에 베이거나 모서리에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가면 먼저 장갑 한 켤례를 나눠 받을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은 한 권이 아니다. 대충 세어보니 한 줄에 스무 권이 들어가는 기다란 책수레의 두 칸 내지 세 칸은 채우고 시작하는 게 도서관의 하루이다. 이후 개관 시간 중 들어오는 반납 도서는 말할 바도 없고.


 게다가 책을 꽂는 게 도서관에서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니까 도서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산재하다는 거다. 


 오전, 무인반납기에 들어온 책을 정리하고 바지런히 도서관을 들른 사람들을 응대하고, 그 사이에 쌓인 반납도서를 정리하면 사실 녹초가 된다. 교실을 운영하는 날이면 가서 보조를 하기도 하고 민원이 들어오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앉을 시간이 없지도 않지만 몸이 편안하지만도 않다.      


 부끄럽지만 오늘의 글은 유용하지도 않고, 전하는 정보도 없다. 이 글을 읽을 독자가 생긴다면, 내가 푸념만 늘어놓는다는 감상을 남길 수도 있겠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어디든지 당신이 편리를 느끼는 곳이면, 또는 느끼지 않아도 누군가의 손길이 스미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글쓴이인 나 또한 자주 망각하는 사실이곤 하지만. 


 종종 이 사회가 당연함에 속아 감사하고 배려해야 함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 불똥이 나에게 튀면 억울하고 슬프지만, 그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삶이 고달프더라도, 여러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닦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기를. 그리고 그 사람들도 여러분이 자신의 매일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자신의 매일을 소중히 여겨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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