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피포 Mar 22. 2024

몰디브의 별 헤는 밤

별 보는 거 어렵지 않아요

우리 집 안방에는 우주가 펼쳐져 있다. 우주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별을 투사하는 우주 비행사 프로젝터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밤마다 아들은 별 틀어줘를 외친다. 그리고 별이 많아서 좋다며, 침대에서 방방 뛴다. 침대에서 뛰다 머리 쿵한 원숭이 이야기를 해줘도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거실에 있던 폼롤러를 낑낑 거리며 들고 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거 망원경이야! 이걸로 별 보자!

집에 설치한 우주인 별 투사 프로젝터 / 엄마아빠 스트레칭을 위한 폼 롤러


한참 폼 롤러로 망원경 놀이를 하는 녀석. 그러다 아이는 진짜 별을 보고 싶다며, 망원경을 사달라고 한다. 엄마는 망원경이 너무 커서 집에 놓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자 아빠가 한 말.


망원경 말고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우주 별 볼 수 있어!






2017년 여름 결혼식을 올린 우리는 신혼여행으로 인도양의 섬인 몰디브로 간다. 많은 유럽의 도시들을 가 봤다는 이유도 있었고,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른 후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휴양지를 선택했다. 두바이를 경유해 도착한 몰디브의 리조트는 말 그대로 낙원 그 자체였다.


리조트 외관 / 리조트안 숙소에서 바라본 바다


지금은 철 지난 유행어지만 당시에는 유효했던 유행어.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을 할 수도 있었고, 다양한 음식과 주류가 무한으로 제공되는 그곳은 나 같은 주당에게는 천국 그 자체. 음식이 특별히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그냥 다 한다.


리조트 안에는 여러 개의 음식점과 바(Bar)가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그곳들을 들려서 산해진미를 즐기고 낮에는 물놀이를, 밤에는 술을 즐기는 천국과 같은 생활. 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새로운 만찬을 즐길 수 있게 준비가 다 되어있다.


매일매일 온갖 맥주들과 와인이 방으로 리필이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안주들. 마른안주나 감자칩, 하리보 같은 것들도 무한으로 제공이 된다. 배부르게 방에 온 사람들이 간단하게 한 잔 더 할 수 있도록 리조트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해 준다. 


가장 좋았던 점은 위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발코니에 나가서 밤하늘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점. 선베드에 맥주와 안주를 들고나가 누워있으면 지구에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잔잔히 이어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펼쳐진 밤하늘의 별은 정말 예술과도 같다.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가 듣고 싶어 노래도 튼다. 이 노래가 듣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첫 가사가 "별 헤는 밤이면 들려오는 그대의 음성"이기 때문.



다 좋았던 신혼여행의 아쉬웠던 점 하나는 밤하늘의 별을 눈으로 밖에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 사진은 당시 묵었던 숙소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몰디브 하면 그냥 바다에서 놀 것만 생각해서 별이 많은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만약 몰디브의 밤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 점 하나.


몰디브에 쌍안경 챙겨가서 별을 봤어야 했어!






우리는 보통 별을 보기 위해서는 고가의, 그리고 아주 큰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별을 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쌍안경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쌍안경하면 공연을 볼 때나, 먼 곳을 볼 때 쓴다고 생각을 하지 우주를 볼 때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쌍안경들은 우주를 보는 데에도 최적화되어있다. 게다가 초보자용 고급 사양을 가진 제품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10만 원대로도 구매가능하다. (코스트코에서는 가끔 고가의 쌍안경을 5만 원 내외로도 판매한다)


맨눈(좌), 쌍안경(우상), 망원경(우하)으로 본 혜성의 세 모습 


위 사진은 나사에서 공개한 사진으로 맨눈과 망원경, 그리고 쌍안경으로 관찰한 츠비키 혜성의 모습이다. 생각보다 쌍안경으로 봤을 때에도 선명하게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망원경이 아니라도 쌍안경만으로도 우주를 쉽게 관측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 달만 봐도 눈으로 보는 것과 확연히 차이나는 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또한 눈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목성을 쌍안경으로 보면 4대 위성도 함께 보인다. 하늘에 별이 많이는 곳에 가면 안드로메다 은하를 타원형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쌍안경이 좋은 점은 가격도 싸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도시에서도 슬쩍 들고 가서 달이나 목성을 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휴대성이 주는 강점이 있기에 연인들끼리, 아이들과 우주를 쉽게 보는데 최적화되어있다. 


현재 나의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생쯤 되어 쌍안경을 볼 수 있게 되면 함께 우주를 보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흥미를 가진다면 망원경을 구매하는 것도 목표이다. 


보통 망원경 하면 전문가가 다루는 것 아니냐 생각을 하는데, 요즘 망원경은 완전 쌩초보도 우주를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고투(GoTo)라는 기능이 탑재된 망원경은 천체를 자동으로 찾고 추적을 해준다. 사용자가 관찰하고 싶은 천체를 입력하면 고투 시스템이 천체의 위치를 찾고 망원경이 자동으로 그 천체의 위치로 방향을 맞춰준다. 그리고 좀 더 고급의 고투 시스템은 별의 이동에 맞춰 망원경도 이동을 시켜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는 망원경도 있어,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은 별을 입력하면 알아서 찾아준다.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망원경 세계


한때 코스트코에서 국민 망원경을 판 적이 있었다. 당시 판매한 망원경은 고투 기능이 내장되어 있음에도 가격대가 20만 원 대였다. 고투 기능이 내장된 다른 망원경들이 100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쌌기에 불티나게 팔렸다. 단종이 된 지금도 중고시장에서는 30~40만 원대로 거래되는 제품이다. 


여기까지 읽고 혹하는 마음이 생기셨다면 이제 남은 것은 지름뿐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의 흥망성쇠를 느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