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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피포 Apr 11. 2024

엠마는 산책을 좋아해

베트남 다낭 여행 (2024.4.5 ~ 4.8)

할아버지 칠순 기념, 베트남 다낭 여행의 첫 아침.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새벽에 깬 가족들은 조식을 먹기 전 리조트 산책을 한다.


한국 나이로는 5살이지만, 아직 39개월인 윤우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에 신이 나 있고, 한국 집보다 훨씬 넓은 리조트에 푹 빠져있다. '베트남 집 좋아'를 연발하며, 여행 첫날부터 한국 집에 가기 싫다는 자신만의 주장을 당차게 내뱉는다.


그렇게 하하 호호하며 산책을 하던 와중. 반대편에서 윤우 또래의 서양 여자 아이가 베이비시터(Babysitter)와 산책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슷한 또래의, 하지만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른 인종의 아이들이 우연히 산책길에서 처음 만났다. 어딜 가나, 아이들 간 만남의 뒤에는 보호자의 대화가 있다. 베이비시터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 이름이 엠마(Emma)이고 동갑임을 알아냈다.


엠마는 새로운 친구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같이 놀고 싶다는 듯 윤우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윤우는 수줍어하며, 엠마에게서 도망쳐 엄마 뒤에 숨는다. 다가오는 엠마와 숨는 윤우. 두 아이 사이에는 새로운 친구에 대한 호기심과 알듯 말듯한 미묘한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만 같다.




다음날도 윤우와 엠마는 산책길에서 만난다. 여전히 두 아이의 모습은 비슷하다. 엠마는 다가오고 윤우는 도망간다. 그렇게 두 번째 아침의 산책도 끝이 났다.


3박 4일의 일정은 빠르게 흘러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이날도 엠마는 아침 일찍 베이비시터와 산책을 한다. 요 며칠 산책을 하며 만난 윤우를 찾는 엠마. 하지만 윤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엠마는 베이비시터에게 물어본다.


Where is Yunu?


윤우네 가족은 여행 마지막에 다다르며 시차 적응이 완료되고 있었다. 점점 기상 시간이 늦어지며, 아침 산책 시간도 늦어진 것. 뒤늦은 산책길에 오른 윤우를 어렵게 만난 엠마. 마침내 윤우를 발견한 엠마는 손에 들고 있던 공으로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윤우는 여전히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엠마의 다정한 제안을 거절하며 도망을 친다.


다가오는 엠마와 도망치는 윤우






리조트에서 스치는 인연으로 끝난 윤우와 엠마. 마지막 함께 놀자는 제안도 당차게 거절한 윤우이기에 이들의 만남은 짧은 순간으로 막을 내린다. 아쉬움만 남긴 채 끝이 난 것 같던 그들의 만남.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윤우는 조잘조잘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베트남 집이 좋다는 얘기를 하거나, 마지막날 호이안에서 탔던 배 이야기를 하면서 또 베트남 오고 싶다고 하던 녀석은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다.


엠마는 산책을 좋아해


부끄러움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걸까? 새롭게 싹 틔울 수 있었던 우정을 놓친 것이 아쉬운 걸까? 이 작은 만남이 두 아이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지난 주말을 껴서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느라 글 업로드가 뜸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 중 하나를 가볍게 꺼내보며 브런치에 돌아왔음을 신고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열심히 글을 써보겠습니다 ㅎㅎ


글 중간에 나온 'Where is Yunu?' 이야기는 엠마의 베이비시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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