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첫 번째 책이 나온다. 빠르면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다. 표지에 대한 컨펌을 마쳤고, 마지막 교정을 앞두고 있다. 초고는 이미 넘긴 지 오래고, 워드로 하는 교정도 마친 상태라 '책 쓰기'와 관련된 일은 지난 한 달간 하지 않았다.
1월부터 시작한 책 쓰기 업무는 어떤 때는 숙제처럼 다가왔고, 심지어 마냥 하기 싫은 날도 있었다. 자발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 달리 책 쓰기는 과제이자 업무였기에 괜히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든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초고를 넘기고, 교정을 마치고 책 쓰기 업무가 끝이나니, 숙제로만 다가오던 책 쓰기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여름 방학 동안 학생들 논문도 봐주고, 실험도 진행하며 본업에도 충실히 임했지만, 그럼에도 책이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투고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출간을 위한 제안서 작성에 돌입했다. 많이 사용하는 워드 폼이 인터넷상에 있었지만, 좀 더 튀기 위해(?) PPT로 제안서를 작성했다. 개인 소개글도 적고, 목차도 정리하고, 목차에 맞는 샘플 글들의 링크도 달았다. 그렇게 만든 제안서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브런치에 쓴 글을 정리한 제안서를 만든 후 할 일은 투고할 출판사를 선정하는 일이다. 인공지능 혹은 인문학, 과학과 관련된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출판사들을 선정한 후, 하루의 간격을 두고 투고를 시작했다. 나름의 정성을 담기 위해, 단체 메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 특성에 맞는 메일 본문을 작성하여 하루에 한 곳의 출판사에만 투고 메일을 보냈다. 이때가 7월 초이다.
일주일의 기간 동안 투고 메일을 보냈다. 지금 보낸 메일함을 뒤져보니 보낸 출판사는 총 4곳이었다. 투고 메일을 보낸 이후, 받은 메일함을 들락날락하며 새로 온 메일이 없나 확인하길 며칠. 수신확인이 되었지만 묵묵부답인 것을 보며 역시 투고의 벽은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문을 두드린 출판사가 너무 큰 출판사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출간제안서가 형식적이지 않고, 샘플글을 너무 읽기 어려운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투고를 진행한 후, 잠시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투고를 멈추었다. 이맘때쯤 브런치에 글 쓰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했던 것 같다. 혼돈의 시기를 보내던 7월 말.
투고를 했던 한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
투고를 하면서도 가장 일을 해보고 싶었던 출판사였으며(아부 아님), 올해 진행하는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한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투고한 기획서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말과 함께,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책을 집필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하는 메일이었다.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제의는 아니었지만, 출판사에서 제안하는 집필 방향이 평소 브런치에서 자주 이야기를 해왔던 방향이라 해당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급 생기기 시작했다. 출판사에서 초안으로 구성한 목차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전달하고, 얼마 전에는 대면 미팅을 통해 목차와 일정에 대한 세부 협의를 마친 후, 이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일만 남았다.
비록 이번에도 청소년 대상 서적이긴 하지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어야 하기에 기대가 크다. 아직 청소년들에게 이와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도 거의 없다고 하기에,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나름의 사명감도 느끼게 된다. 관련하여 참고할 서적들도 잔뜩 준비해서 책 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아, 물론 집필 시작은 하지 않았다. 원래 준비가 절반이니 말이다. :)
당초 제출한 제안서에 대해서도 출판사에서 좋게 봐주셔서, 이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물론 이 주제는 엎어질 가능성도 꽤 있지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투고 메일 읽씹 이후 한없이 내려갔던 자존감도 조금 올라온 상황이다.
첫 번째 책은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온 것이었으며, 두 번째 책 계약 역시 브런치의 글들을 묶어 투고를 진행했고, 이를 본 출판사에서 자신들의 기획을 역 제안하여 성사가 될 수 있었다.
교수라는 본업만으로도 바쁘고, 특히나 오늘부터 개강이라 정신이 없지만 이미 책을 쓰는 것에 중독이 되어서인지 끊임없이 글을 쓸 길을 찾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브런치가 좋은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곧 시중에 나올 첫 번째 책 표지 디자인을 받아 만 3세인 우리 아들에게 보여줬다. 아빠 책 나온다는 말과 함께, 아빠 책 나오면 읽을 거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책 재밌어? 공룡 나와? 로봇 나와?"
재미가 없으면 읽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T 성향이 보이는 우리 아들이다. 아빠는 F인데 말이다. 그래도 아빠의 F 성향이 조금은 있는지, 아빠 책 나오면 유치원의 하늘반 선생님, 이슬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한단다. 그리고 마지못해 읽어준다는 이야기도 하는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