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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31. 2024

AI 드론, 이미 전쟁에서 맹활약 중

드론전쟁과 AI, 그 위험성은? -2-

매거진 안의 매거진. 드론전쟁과 AI에 관한 글을 비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앞선 글을 읽으면 좋지만, 안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


'가성비' 전쟁 시대, 드론 시대의 개막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드론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에만 약 20만 대의 드론을 실전에 배치하였다. 일반적으로 전선 근처에는 대공포가 잔뜩 깔리기에 전투기가 활약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폭발물을 실은 드론은 대공포의 그물을 피해 목표물과 충돌한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장비와 인력의 50% 이상이 드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드론은 작으면서 저렴하다. 뉴스를 얼핏 보면 드론이 탱크도 잡고, 시설물도 폭파시키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라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드론의 본체는 저렴한 중국산 드론이며, 거기에 케이블타이로 폭발성 탄두를 고정시킨다. 저렴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이기에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던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적극 활용한다. 이슬람 무장 집단이 싸게 구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전차포였던 '알라의 요술봉', RPG-7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폭발성 탄두가 장착된 드론은 500달러 이하가 많다 (출처 : 로이터)


전장에서 활용되는 드론은 단거리 드론과 장거리 드론으로 구분된다. 단거리 드론을 활용하는 부대는 최근 조직화되어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 부대에서는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임무를 병사들에게 부여한다. 임무를 받은 병사들은 드론이 촬영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목표물을 태블릿을 통해 '병사'들이 직접 설정한다. 그러면 드론은 이 명령을 따라 목표물을 타격한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드론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의 탱크와 중장비는 최전선에서 몇 킬로미터 뒤에 위치해야만 했다. 보병들 역시 드론을 가장 큰 위협으로 언급하며, 참호를 오가다 공격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좌) 최근 드론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군부대 모습 / (우) 태블릿으로 목표를 지정하는 모습 (출처 : 로이터)


항상 창이 나오면 방패가 등장한다. 드론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대량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시스템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전자전 시스템은 드론의 무선통신 주파수를 방해하여, 드론이 스스로 떨어지도록 만든다. 이들 장비는 각각 특정 주파수를 방해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이들이 방해하는 주파수가 아닌 주파수를 통해 드론을 조종하려고 한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무선 주파수를 놓고 고양이와 쥐 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론을 막기 위한 전자전 시스템 (출처 : 로이터)


사람이 조종하는 드론을 막기 위한 전자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한다. 바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이다. GPS 신호 교란과 통신 링크 차단, 그리고 드론 제어 시스템 방해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드론에 통합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은 GPS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비행할 수 있다. 또한, 재밍에 대응하여 통신 주파수를 자동으로 변경 가능하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점은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식별하여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초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 속 인공지능 드론은 러시아군의 강력한 재밍으로 한동한 신호가 끊겼다. 하지만 스스로 다시 동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 조종자가 아닌 드론 자체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 드론은 성공적으로 러시아의 전차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인공지능 드론의 러시아군 전차 격파 모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계속해서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인공지능 드론은 전쟁의 양상을 다시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드론 공격의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기존의 사람이 조종했던 드론의 경우, 초심자가 조종할 경우 살상률이 10%, 베테랑이 조종해도 50%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우크라이나 드론의 살상률이 크게 증가한다. 올해는 약 80%에 달할 정도이다. 인공지능이 목표물 식별과 조준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은 자율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그것도 장거리로 말이다. '세이커(SAKER)' 정찰 드론의 경우 10km 범위 내에서 적군, 전차, 차량 등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공격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작전에서도 인공지능 드론은 높은 정확도를 유지한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국경에서 1,100km 떨어진 정유공장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는 인공지능이 장착된 드론이 장거리를 이동해도 수 미터의 오차 범위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전장에서 인공지능이 목표를 자동으로 식별해 공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투의 승패, 그리고 효율성만 따진다면 인공지능을 살상 무기에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인간 생명을 빼앗는 결정권을 인공지능에게 넘긴다는 것은 그만큼 큰 책임을 수반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공지능 무기 개발에 투자를 하면서도, 최종 투입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공지능 드론은 이 금기를 깼다. 인공지능이 직접 적군을 공격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드론,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방안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더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인공지능을 전장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국가적으로 진행이 되었다는 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과거에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은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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