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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Apr 03. 2024

러닝엔 무슨 장비가 필요한가

인류에겐 장비병의 DNA가 있기에

호모 파베르, 도구의 인간. 인간의 본질은 도구의 제작과 사용이라는 관점이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 고대시대는 결국 도구의 재질로 구분된다. 현대 인류 장비병의 기원이다.


장비병을 불신했었다. 아무 운동화나 신고 한번 달려봤다.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며칠 고생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취미는 장비가 필요하다. 러닝은 장비가 단출한 편이다. 러닝화 한 켤레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몇 가지 장비가 더 있으면 러닝의 편의성이 올라간다. 


1. 러닝화


이건 필수다. 남들이 말할 땐 다 이유가 있다. 밑창에 충분한 쿠션이 있어 지면의 충격을 흡수해 준다. 10만 원 정도 하는 나이키 모델을 구입했다. 당장은 이 정도만 푹신해도 만족스러웠다. 고가의 운동화는 얼마나 더 좋을지.


때가 되면 교체해야 한다. 시간이 아니라 주행거리에 따라서다. 500km~1000km 달리면 교체하는 게 좋다. 대회용, 연습용 등 용도에 따라 러닝화를 바꿔 신는 사람도 있다. '런너스 클럽'에서는 발 모양, 달리기 습관 등을 측정해서 러닝화를 추천해 준다. 방송인 기안84가 러닝화를 구입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다음 운동화 교체 시 가볼까 한다. 



2. 무릎 밴드


연예인 이시영 씨의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됐다. 파텔라 밴드이다. 나이키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온다. 파텔라는 영어로 무릎뼈를 뜻한다. 무릎 전체를 감싸는 통상적인 보호대가 아니라, 폭 1센티미터 정도의 얇은 밴드다. 무릎뼈 바로 아래에 착용하여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준다. 본격적인 무릎 밴드보다 효과는 떨어지겠지만, 착용과 휴대가 쉬워 장점이 크다.




3. 웨이스트 팩


허리에 차는 주머니 밴드다. 러닝 앱을 작동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달리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얇고 신축성이 있어 스마트폰이 타이트하게 들어간다. 허리에 딱 붙어 달릴 때 거추장스럽지 않다. 암밴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다.




4. 러닝 앱


동기부여를 위해 필요하다. GPS를 사용해 달린 거리, 경로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가 있다면 달리는 동안 거리, 속도, 심박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써 본 것은 두 가지다. 


런데이 앱은 한국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 스스로를 '런저씨'라고 부르는 남자 코치가 도와준다. 말투는 사무적으로 친절하고 의도적으로 활기차다. 의외로 효과 있다. ("여러분은 달릴 때 외롭지 않아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요. 하! 하! 하!")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은 디자인이 깔끔하고 스마트워치와 연동이 잘된다. 


5. 있으면 좋은 것들


5-1. 계절용품

겨울에 달릴 땐 방한용품이 필요하다.  발열 상하의, 장갑, 귀마개, 목폴라, 방한조끼 등을 장만했다. 데카트론이라는 프랑스 스포츠 스파브랜드에서 구입하면 가성비 있다. 여유 있으면 나이키 등 다른 옵션이 있다.


여름에는 햇볕을 막을 모자나 선글라스가 도움 된다. 땀을 많이 흘리므로 휴대용 물통이 있으면 좋다. 헤드밴드가 있으면 땀이 얼굴로 흐르는 걸 막아준다.


5-2. 의류

멋 내기의 용도를 겸한다. 달리면 땀이 나므로 빨리 마르는 소재가 좋다. 티셔츠는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마라톤 대회를 나가면 생긴다. 바람막이 두 벌(베이지색 배색인 검은색 나이키와 거대한 스우시 마크가 있는 검은색 나이키)과 레깅스(검은색 나이키) 한 벌 구입했다.



방한 용품 제외하고 전부 검은색 나이키로 구입했다. 죄수의 딜레마가 돼버렸다. 개별적으론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모아놓으니 그렇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이다. 나이키 홍보대사도 아닌데 8개의 나이키 마크만 강조될 뿐이다.(머리띠 1개, 바람막이 1개, 허리밴드 1개, 무릎밴드 2개, 레깅스 1개, 운동화 2개) 이 어둠의 기운을 중화해야 한다. 새 러닝화를 살 때까지는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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