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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Apr 15. 2024

모두 형제가 되는 거대한 씨족사회

영업하려면 아는 형님들이 있어야

영업맨들은 형제가 많다. 저출산 시대의 희망이다.


"제가 XX상사 김 회장은 잘 아는 형님입니다."

"OO물산이요? 거기 제가 또 아는 형님이 있어서.."


거래처를 만나면 인맥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호형호제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은 단골 레퍼토리다. 출신학교를 언급하며 동문을 열거하기도 한다. 


영업에 인맥은 중요하다. 모든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진 않는다. 고급 정보를 보유한 사람과 끈이 닿으면 유리하다. 인맥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 돼왔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 '우리가 남이가' (......) 등.


인맥 자랑은 남성의 경우에 국한된다. 영업직 특성상 여성이 별로 없기도 하다. '아는 오빠'를 내세우는 경우는 못 봤다. 기성세대의 요직은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했다. 술 마시고 골프 치고 사우나까지 갈 수 있는 건 같은 남성이다.


"형님, 좀 못 뵀더니 보고 싶네요. 오늘 저녁에 술 한잔 콜?"


가능하다. 


"오빠(?), 좀 못 뵀더니 보고 싶어요. 오늘 저녁에 술 한잔 콜?"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입사 초기 한 선배가 조언했었다.


"성공의 비밀 하나 알려 줄까?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상사 한 명 확보해."


홍길동은 아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성끼리는 끈끈하게 밀어주고 당겨주는가. 모래알에 가깝다. 남성만큼 상하관계가 엄격하지 않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인맥도 하나의 능력이기에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버텨야 할까? 영업에 잔뼈가 굵은 여성 임원의 경우가 한 가지 방법이다.


"저도 거래처와 술 많이 마십니다. 남자들만큼은 못해도요. 대신 소원수리를 해주죠. 남의 회사랑 거래하는 것도 제가 다 조언해 줘요. 그렇게라도 저를 각인시켜서 다시 찾게 만듭니다. 가성비는 좀 떨어지지만요."


인맥의 중요성은 영업뿐만이 아니다. 회사 내에서도 적용된다.


가상의 상사를 예로 들어 보자.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 자식들은 커서 데면데면하다. 배우자도 모임이 많아 바쁘다. 나와 놀아주는 건 몇몇 친한 회사 후배들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우리 부서에 자리가 비는데. 그 친구 일도 잘하는 것 같던데 추천해 줘야겠네.


일을 잘해도 남이 모르면 소용없다. 아는 사이면 호의적이기 쉽다. 몇몇 남자들이 상사와 술 마셔서 잘 나가는 것 같은가? 우선 현상과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대응하냐는 그다음 문제다. 


먼 조상들은 번개가 치는 것을 보고 신의 노여움으로 해석했다. 제사를 통해 용서를 구함으로 해결하려 했다. 인과관계를 알면 덜 불안하다. 대응책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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