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영업이 아니었어

10화. 첫 모임

by 아세빌

내가 느낀 1인 자영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늘 혼자 일을 하니 문제가 있더라도 지적해 주는 사람이 없거니와 주변에 비교대상도 없으니 내 문제가 뭔지도 잘 모른다는 거였다.


지하사무실 시절의 나는 송장프로그램에 넣을 엑셀파일을 편하게 변환하는 법도 모르는 상태였던터라 송장을 뽑을 때마다 일일이 타이핑을 치고 있었는데(-_ㅜ) 거의 한두 시간씩 걸리곤 했는데도 그게 문제인지도 모른 상태로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했었다. ㅋㅋㅋㅋ


나중에 친해진 사장친구가 이런 내 상태를 알고는 엑셀을 알려주며 나를 상당히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ㅋㅋㅜㅜ


요즘은 GPT 덕분에 정보의 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그때만 해도 모르는 게 있으면 주변의 선배사장님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궁금한게 생길 때 마다 네이버 카페를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판매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람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난다. 누가 무슨 상품을 팔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고, 오늘은 누가 대박이 났는지부터 시작해 별 사적인 시시콜콜한 수다까지 나누다 보니 모두가 금세 친해졌다.

종일 혼자 일하다가도 단톡방에 들어가면 마치 친구가 몇십, 몇백 명은 있는 기분이었다.


몇 달쯤 지나 모임장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자고 했다.

첫 모임이라고 나름 사장처럼 보이고 싶어서 제일 좋고 단정한 옷도 골라 입고 머리도 말끔히 하고 나갔는데 막상 가보니 다른 사장님들에 비해 나는 그냥 촌스럽고 평범했다.ㅜㅜㅋㅋ


게다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얼마나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인지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실감했던 것 같다.

누가 엄청 비싼 차를 타고 왔다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는데 나는 그게 무슨 차인지조차 몰랐다.


그래도 그날 첫 모임은 참 재밌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서로 힘든 일은 돕기도 하고 잘된 일은 같이 기뻐해 주면서 좋은 인연으로 오래오래 이어졌었다.


그 첫 모임을 나간 지 벌써 아홉 해가 흘렀다.

그때 친해진 사람들 중에 인연을 이어가며 아직도 좋은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9년을 지나오면서 대부분이 장사를 그만둔 상태다.

슬프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새로운 장소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예전의 나는 자영업을 그만두면 뭘 하면서 살지 상상만 해도 막막했었다. 매출이 떨어지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미래가 없다고 느꼈었다.

‘폐업’이 곧 ‘실패’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하던 장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삶까지 닫히는 건 아니고 그저 다른 챕터가 열릴 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거란걸 알고 있다.

그날이 온다면 훌훌 털고 웃으며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길을 떠나는 날

놀이동산에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나온 사람처럼

“진짜 재밌었다.” 하며 맥주 한 잔 마시며 웃고 싶다.


버티느라, 애쓰느라, 외로웠던 날들이 언젠가는 다 재밌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지금 이 길을 막 시작하는 분들, 다른 길을 찾아 떠나려는 분들 모두의 앞날에도 그런 추억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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