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이 꺼진 차 외엔 너무 예민해
이전 챕터에서 자동차를 보고 쫗아가는 강아지를 교육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뤄보았다. 한 마디로 이 교육은 차가 지나갈 때 단순히 짖으며 달려가지 않게 강아지를 붙잡는 교육이 아니라, '자동차는 경계할 대상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강아지도 인식하게 되면 문제 해결이 수월해진다.
강아지에게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저자극 부터 차근차근 자신감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단계를 열 번 시도하여 7~8번 성공하는 것보다, 아주 쉬운 단계를 5번 시도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이 강아지의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그리고 교육에 강압이 들어가는 순간 그 교육자체에 불신이 생길 수 있고 강아지의 집중도를 떨어 뜨릴 수 있으니 강아지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지하는 칭찬과 짧은 교육시간의 조절이 중요하다. 특히 강압이 들어간 교육은 교육의 진척을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교육 중 강아지에게 화를 낸다거나, 강아지가 보호자를 눈치보거나 두려워 하는 상황이라면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교육이 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교육이었으나, 단순히 보호자의 비위만 맞추다 끝나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강아지의 컨디션을 확인해가며 이행해야하고, 교육은 일관적이고 반복적이게 하되 보호자의 끈기가 중요하다.
'어떤 차를 보고 놀라게된 순간부터 모든 차를 보고 짖는 강아지'를 생각해보면, 자갈밭을 굴러온 차만 위험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모든 차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반화'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역이용해서 우리 강아지가 익숙한 우리집 차부터 새롭게 적응시키는 것이 해당 강아지에게 가장 낮은 자극이 될 것이다. 시동이 꺼져있는 우리집 차 안에서 보호자와 편안하게 있어보고 바퀴주변을 왔다갔다하면서 간식을 먹어보는 등 문제가 없음을 강아지에게 인식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우리집 차조차 경계한다면, 더 멀리부터 시도하자. 자동차에서 보호자가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차 시동은 강아지가 밖에 있을 때 거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익숙한 장소인 자동차 안에 있을 때 시동을 걸어보는 것이 좋고, 차 밖으로 나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아주 낮은 단계부터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강아지의 마음을 탄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모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호들갑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행동하여 강아지가 안전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신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강아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보호자도 확신이 들었을 즈음에는 한 보호자가 강아지와 밖에 조금 떨어져 있는 동안 운전자가 차를 조금 움직여보고 강아지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빠르게 해결해보려다가 더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서 진도를 늘려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저자극부터 시작해서 탄탄하게 마음이 다져진 강아지는 조금 당황할 순간에도 쉽게 놀라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파트 단지라면 단지의 주차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가 세게 다니지도 않아 강아지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뿐더러 차와 안전거리가 어느정도 확보가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주변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고, 야외교육이므로 하네스나 목줄이 안전하게 잘 되어있는지도 꼭 확인하자.
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보호자가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 강아지는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앞서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차에게 뛰쳐들어 짖었던 강아지는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반사적으로 뛰어나갔던 것이지만, 반대로 '보호자가 날 지켜줄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강아지라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호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강아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아지에게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강아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 보호자가 강아지와 그 존재의 사이에 끼어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아지를 보호해주는 '방패'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인 강아지의 산책을 보면 보호자보다 앞에 나서고 있는 강아지들이 많다. 평상시 문제없이 산책을 하는 상황이라도, 위험한 대상이나 경계하는 대상이 있을 때에는 강아지를 리드하여 보호자의 뒷쪽에 서게끔 한다거나, 지나쳐 걸어야 할때는 그 대상과 강아지 사이에 보호자가 끼어있는 상태로 조금 돌아 걸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행동할 때면 강아지는 '보호자가 나를 보호해주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