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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번째 스무살 Jul 02. 2024

1. 40대 경단녀 미국 취업 스토리

나의 황당한 첫 인터뷰

첫 단주를 잘못 채우다.


때는 2020년 6월.

그렇다 미국에서 코비드로 인한 락다운이 내가 사는 주의 경우 3월 13일 부터였으니,

그로부터 3개월 지난 시점, 백신이 개발/ 보급되기도 한참전. 매일 아침 새로운 뉴스와 사망자 통계를 보며 공포에 떨던 바로 그때였다.


주재원이었던 남편은 영주원을 신청해놓고 한국 본사로 복귀하고, 아들 둘과 나는 미국에 남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와중에 미국에 홀로 남겨진 우리에게 의료 보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세명의 한달 보험료를 알아보니 최소 몇백 불은 되었다.


그때 마침,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시는 지인분이 사람이 필요하다며 연락을 해 왔는데 그분의 입장은 일단 팬데믹으로 인해 정상적인 리쿠르팅이 어렵고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던 차라, 서로 알고지낸 시간이 있기에 영주권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회사에 추천하게 된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 취업으로 의료보험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단순한 동기였는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문제였다.


황당무개한 인터뷰


나를 회사에 소개하신 지인분이 윗분들과 인터뷰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분이 하이어링 매니저 이긴 하지만 절차라는 것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인터뷰의 취지를 완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상을 통해 얼굴과 이름을 확인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인사, 소개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스웨터 하나 걸쳐 입고 노메이크업에 립글로즈 정도 바르고 화상 인터뷰에 들어갔는데, 회사쪽에서는 사장님, 본부장님, HR, 하이어링 매니저 (나를 소개한 지인분), 그리고 사업부의 담당 세일즈 매니저 까지 등장했다. 그 직무는 엔트리 레벨이었는데 사실 사장님께서 직접 면접에 나오셔서 적쟎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인터뷰에서 오갔던 질문이었다.


과거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영어로 자기소개하기까지는 무난했는데, 나의 하이어링 매니저의 질문이라는게 이것이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애들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네??.." 이미 우리는 서로의 집안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이 아니던가? 그런데 인터뷰 전 우리 둘 사이의 대화에도 없던 질문을 왜 굳이 이 인터뷰 자리에서 하는 거지? 게다가 이런 사적이 이야기 (종교, 결혼유무 등) 은 인터뷰의 금기 질문 아니던가??


더 황당한 것은, 이어지는 사장님의 질문들이었는데. 그분도 꼭 같은 질문, 애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이 일에 걸림될이 되면 일을 시작할 수도 없다, 라는 말씀과 주재원이었던 남편의 회사이름을 캐물었다.

무언가 많이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최대한의 방어노선을 지키려 노력하며 회사 이름을 대는 대신 oo 계열로까지로 마무리하고, 사장님은 나의 인상과 차분한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드신다며, 일전에 인터뷰를 봤던 사람은 영 아니었다시며 원치않는 합격의 싸인까지 주셨다.


하지만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HR에게 질문하라고 했는데, HR 매니저는 나에게 단 한가지의 질문을 날렸다. "일을 시작하면 애들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


인터뷰란 맞선보는 자리와 같다.

회사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 또한 어떠한 회사인지를 인터뷰를 통해 알게되는데,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느낌이지만. 그때는 팬데믹이었고, 나는 미국에서 경험이 없었고, 단지 보험을 빨리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덜컥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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