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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번째 스무살 Jul 02. 2024

3. 화상 인터뷰의 시작

세상이 바뀌었구나.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감사하게도 영주권이 나왔고.

이제 나는 법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상태였다.

본격적인 구직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인터뷰 경험이 없는 나에게 첫 인터뷰는 내가 사는 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잡 타이틀과 아주 유사한 잡이었고,

글로벌 기업에 다닌 내 경력이 리쿠르터의 눈에 아주 띄었던 것 같다.

처음 해보는 리쿠르팅 절차라 처음엔 모든 순간이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이 순서가 아주 익숙해졌다.

application (resume/cv) -> phone screening -> 1st round interview -> 2nd round interview


난데 없이 난관은 Hireview 라는 이름의, 폰 스크리닝과 첫번째 면접 사이의 화상 레코딩 면접이었는데

시작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뜨는 질문에 답을 하는 내 모습이 레코딩되는데,

제일 불편한 부분이 '영어로 말하는 내 모습'을 내가 화면으로 마주 보며 이야기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할때, 한국어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영어를 말할때의 소소한 내 표정, 입꼬리의 움직임, 찡그림, 눈가의 주름 그 모든 것이 거슬렸고 너무도 불편했다..

시간 제한이 없어 망정이지, 답변을 끝없이 수정해가며 장장 몇 시간에 걸쳐 몇가지 질문을 마무리하고 자폭하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는데, 정말 놀랍게도 다음 면접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긴장감.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평소 큰 일 앞에서도 잘 긴장하지 않는 성격 탓에,

학창시절 시험기간에는, 너 공부를 많이 했구나, 라는 오해를 자주 샀던 내가 이 일생일대의 최대 기회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그날은 11월 첫주 금요일이었고 나의 인터뷰는 9시였다.

인터뷰는 화상, 패널 인터뷰였고, 나의 전 직장에서와 마찬가지의 형식 (면접관 소개, 직무 소개 -> 4가지 정도의 behavior questions -> interviewee questions) 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런 익숙한 형식과 면접관들의 학습된 정중함과 교양있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사시나무 떨뜻 떨다가, 머리속이 하얘지고, 횡설수설하다가 또 머리속이 하얗게되는 상황을 반복하다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취업전선에 다시 나와보니 세상은 바뀌어있고

나는 화상 인터뷰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급기야 이 구역 최대기업이라는 아우라에 눌려서, 그리고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잡아서 보란듯이 재기해야한다는 과한 중압감에 사로잡혀, 결국 이후 오랜동안 나는 화상 인터뷰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된 길고긴 여정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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