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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May 24. 2022

'임신 7주 유산 증상'을 검색하신 분에게..

아.. 보는 순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도 모르게 열심히 조렸어요..

"제발 ~~ 제발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

하구.

저 키워드를 누르면서 얼마나 무섭고 떨리셨을지 그 마음이 느껴져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제 글에 이런 키워드가 뜰지 몰랐어요. 싱가포르 관련 키워드만 있었거든요.

며칠 전, 그리고 오늘 다시 뜬 키워드..

지금 저 키워드를 검색하신 예비맘은 괜찮으신지..

부디 아무 탈 없이 건강하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조심스레 서둘러 봅니다.




임신 초기 유산.. 저는 두 번의 경험이 있습니다.

첫째 앞에.. 째 앞에..  그리고 셋째도 유산기가 심해서 병원에서 해줄 게 없다고 했었어요. 이미 경험해봐서 알지 않냐고..

다행히 기적처럼 아이가 잘 버텨준 덕에 셋짼 무사히 출산했구요..

혹시  경험이 도움되실까 싶은 마음에..


주변에서 종종 유산 경험 있으신 분들을 만날 수 있지만.. 제게 저 일이 일어났을 땐.. 주위에서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이었어요.

친구들보다 결혼이 이른 이유도 있었겠지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될 줄 몰랐기에 많이 힘든 시간이었어요..  다 제 탓 같았거든요.



첫 번째 유산 때는 첫 임신이라 사실 임신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어요.. 남편과 둘이 타지에서 지내며 임신을 확인하고 첫임신을 기뻐한 것도 잠시.. 임신 7주차쯤 하혈 증상이 조금 있어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유산기가 있다고 말씀하실 때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아기가 조금 불안정하단 말씀인가 싶었고 혹시 하혈이 더 심해지면 오라고 말씀하셔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남편이랑 병원 앞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 장을 보고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계단만 있는 4층 아파트걸어 올라가서 집에 갔어요.

그러면 안 됐는데.. 유산기가 있으면 큰 도움 안될지라도.. 무조건 누워서 꼼짝 말고 쉬어야 한다는 걸 셋째 유산기 있을 때 알았어요. 쉰다고 다 괜찮은건 아닐테지만.. 그래도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잘 몰랐어요.


그날 한밤중에 정말 처음 겪어보는 통증을 느꼈어요. 누가 제 배를 칼로 긁는 느낌이랄까.. 너무 아프기도 지만 정말 유산이란 걸 하면 어쩌나 무서웠어요. 동시에 하혈이 심해져서 바로 병원으로 갔고 급수술이 이루어졌어요.

"안돼요 ~ 제발 안돼요~ " 하고 제가 계속 소리쳐서 밖에 있던 남편은 전신마취가 아닌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전 기억에 없는 시간인데.. 아마 그만큼 절실하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나 봐요.


유산을 하고 집에 와서 시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연신 죄인처럼 죄송하다고 했었어요. 제 잘못이 아닌걸 지금은 알지만.. 그땐 아이를 잃은 아픔을 위로받고 싶었는데도 제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 같아서 눈물만 나던 시간이었어요.




두 번째 땐..
동생을 간절히 바라던 첫째의 소망대로 임신이 됐고 입덧을 시작했었어요. 임신 7주 차가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정기검진을 간 자리에서 의사 선생님이 굳어진 얼굴로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기집은 보이는데 아기가 안 보인다구요..

"선생님 그럴 리 없어요. 저 입덧도 하는걸요."

"경험 있어 아실 텐데요.. 어서 보호자에게 연락하시고 당장 수술해야 해요."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어떤 건지.. 절감하던 순간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살 때였는데..  급히 남편에게 연락하고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어요.

한 번은 모르고 했지만.. 그 차가운 수술대에 다시 걸어 들어갈려니 얼마나 무섭고 슬프던지..


제가 건강하지 못해서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끊임없이 했었답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어렵게 둘째가 찾아왔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혹시 잘못될까봐.. 또 잃게 될까봐..  첫째 때도 둘째 때도 마음 졸인 시간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건강했어요.




그러다  그다음 해에 다시 임신을 하게 됐고 정말 임신인가 싶던 시기에 다시 하혈 상이 있었어요.

 "이러지.."

불안함 가득 안고 찾아간 병원에선 똑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지요.. 유산기가 있고 해 줄 게 없으니 집에 가서 증상이 더 나타나면 오라구요..

"제발 도와주세요. 입원해서 지켜보면 안 될까요?"

"병실도 없지만 입원해도 병원에서 해 줄게 없어요."


너무 슬펐어요. 집에 가면 두 아이 돌보느라 가만히 쉴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다시 유산이 된다면 너무 절망적일 거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큰 병원에 가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입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선생님은 병원에서 해줄 건 없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 동의하면 입원하라고 했어요.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라고 하시면서요.


마침 명절 즈음이었는데.. 제주 살 때라 남편이 급히 두 아이 맡기러 데리고 고향으로 나가고.. 아무도 없는 6인실 병실에 혼자 누워서 얼마나 울었던지요..


아기집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불안정하다고 했어요. 하혈 중상이 보일 때마다 얼마나 무섭고 속상했는지..


그때 주문처럼 뱃속 아기에게 계속 이야기했어요. 좋은 엄만 아니지만..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고.. 엄마 만나러 와 주면 정말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셋째는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유산을 거듭 경험하면서 제가 다둥이 부모가 될 거라곤 꿈꿔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러니 용기를 가지시길..




부디.. 아무 탈 없이 건강하시길..

잠시 지나가는 증상이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상상하기 너무 힘들지만.. 혹시.. 정말 혹시나..

아픈 경험을 하시게 된다면.. 꼭 부탁하고 싶어요..


1. 본인 잘못이 아니에요.. 스스로 너무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마세요. 유산은 출산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자 몸에 많은 무리가 간대요. 푹 쉬시고 몸에 좋은 음식 챙겨 드시면서 힘내셔야 해요. 누구보다 슬프고 힘들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2. 건강을 위해.. 다음번에 만날 소중한 아이를 위해 건강을 챙기세요.. 운동도 하시고 몸에 좋다는 것도 드시면서 준비를 하셔야 해요. 귀중한 새 생명이 찾아왔을 때 내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부디 건강하시길..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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