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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May 28. 2024

새로움과 익숙함


2024년 봄은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3월부터 환경교육 체험센터에서 '환경교육 강사'가 되어 적응 중이다. 4년 동안 (자칭) '활동가'라 불리는 게 뿌듯하고, 환경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게 신났었는데, 몇 달째 환경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신기한 건 활동만큼이나 교육이 재밌다는 거다. 마침 센터가 해수욕장 앞이어서 일하다가도 파도 소리를 들리기도 한다. 가끔 일찍 오는 날은 해변의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집에서 멀긴 하지만 근무지가 바다 옆이라는 점은 또 좋다.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과 어른들이 날마다 다르고, 대상에 따른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나씩 참여할 때마다 또 새롭다.


또 '퍼머컬처 디자인코스 PDC에 참여 중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총 72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에 화분이 70개가 있어도 난 그저 바라볼 뿐 직접 심고 가꾸기를 하지 않았다. 식물 키우기에 한 번도 진심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 과정이 날 유혹했다. 다큐멘터리 '내일'에서 본 퍼머컬처는 당장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하고 싶을 만큼 너무 좋아 보였다. 양산천 주변의 그 넓은 땅이 만약 먹거리도 가능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까운 곳에서 얻게 되니 푸드 마일리지가 확 줄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PDC 과정을 진행하는 화제 초등학교와 주변에서 여러 종류의 식물을 알게 되니, 센터에서도 많은 식물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도 한 번 더 쳐다본다. 머위(머위 꽃도 처음 봤다), 광대나물, 어성초, 꽃마리, 쇠별꽃, 차이브, 유채 등의 식물들. 올봄은 초록색과 꽃만 보면 반가웠고,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여름, 가을을 지나 계절이 바뀌면서 환경강사로서의 많은 일들이 익숙해질 테다. PDC 과정을 통해 마냥 새롭기만 했던 주변의 많은 식물들과도 친근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이상기후 현상'이다. 유난히 올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매일 날씨가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5월 19일 어제 낮 기온은 부산, 양산이 30도였다(5월에 30도라니요?). 며칠 전에는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고, 수확을 앞둔 산나물이 냉해를 입었다. 평창의 산 철쭉꽃 군락에는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예상치 않게 눈을 본 시민들은 이색적인 모습에 반가워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이건 자연의 모습이 아니잖아요.
4월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 14.9도를 기록했다.
2023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역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00년 만의' 폭우 등이다. 말에는 뭔가 충격과 놀라움이 포함되어 있지만, 자꾸 듣다 보니 '지구 온난화''기후 위기' 용어처럼 무덤덤해진다.  이상기후 현상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이상기후 현상에는 절대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2023년 봄, 냉해와 잦은 비로 사과 수확량이 30% 줄었다. '금 사과'라는 별명을 얻었고, 아직까지도 쉽게 사 먹지 못하는 과일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과 가격이 세계 1위라니 충격이다. 비행기에 실려 수입해 온 망고가 더 싸다. 내심 올가을 사과 수확을 기대하고 있었는데(가격이 안정화되길 기대하며), 올봄 유난히 잦은 비나 냉해 등으로 인해서 올해 사과농사도 작년과 비슷하게 수확량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벌써부터 앞선다. 사과가 이렇게 먹기 힘든 과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봄마다 들여오는 꿀벌 실종 사건, 올해도 마찬가지다. 벌꿀 수확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일찍 따뜻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온이 뚝, 하고 떨어진다(진짜 뚝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일찍 핀 꽃들이 얼어버리기도 한다. 양봉하는 꿀벌의 숫자를 셀 수 있어 많은 수의 꿀벌이 실종된 것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탄탄하고 촘촘해야 할 생태계에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상기후 현상은 자연재해의 모습을 띄고 있다. 한 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다른 곳에서 홍수의 모습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어느 나라라도 예외는 없다. 다만 아직 견딜만한 재원이 있는 국가와 아닌 국가로 나뉠 뿐이다. 에콰도르는 전력의 75%를 수력으로 이용하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브라질 북부는 가뭄이 심한 반면, 브라질 남동부는 홍수 피해로 마을이 아예 잠겨 가로등 꼭대기만 보인다. 지금 상황도 심각한데 곧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그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클지 안타깝다.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일 뿐, 나의 일이나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큰 규모의 희생자, 피해액은 무미건조한 숫자에서 끝난다. 지구 한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재난 영화 보듯 바라본다.


'지구온난화'를 넘어서 '지구가열화'. 그 결과로 이상기후 현상이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다. 가뭄, 홍수도 걱정이지만 먹거리가 불안하다. 어제 자 뉴스에는 양파와 마늘 값이 폭등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강수량이 많았고,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양념의 기본이 되는 마늘과 양파 가격의 폭등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직접적 비용과 간접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그냥 인플레이션이 아닌 '기후 플레이션'이다.   


이상기후 현상과 관련된 뉴스의 댓글을 보면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빙하기도 겪는 지구에서 지구 평균기온 1.4도 상승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온도만 놓고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빙하기에 지구 평균온도는 지금보다 약 4~5도가 내려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온 변화의 속도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어떤 생물도 적응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중이다.


환경강사로서 좀 더 익숙해지고, 노련해지기를 바란다. PDC 과정이 끝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퍼머컬처를 해보자고 제안할 만큼 퍼머컬처가 익숙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이상기후 현상에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저 자연재해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래서 당장이라 행동하자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길 바란다. 기후 위기 대응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국가나 기업이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서 지적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이 먼저 질책하고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라는 비가 이미 내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잠시 비를 피한 모양새이다. 하늘을 쳐다보며 마냥 비가 그치길 기다릴 수 없다. 지금은 한마음으로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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