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 앞 마트에서 진열된 미국 감자를 보았다. 그 모습이 낯설어 사진을 찍었다. 언제부터 수입 감자가 팔렸지? 포장봉투에 적힌 이름은 "러셋감자"이다. 혹시 유전자 변형 조작된 감자인지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본다.
어느 카페에서 2021년도 1월에 작성한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코스트코에서 2021년도에 러셋감자를 구매했는데, 그 감자가 GMO 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국유통 업체에 연락했고, GMO 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 수출농장을 알려달라고 요청, 그 후로 이메일로 연락을 취해서 받은 답변은 아래와 같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한 감자는 Russet Norkotah이고, GMO가 아니다. 미국정부가 허락한 GMO 감자는 Russet Brubank, Ranger Russet, Atlantic potatoes이다."
같은 Russet 감자라도 농장에 따라서 GMO 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코스트코 러셋 감자를 안심하고 먹어도 되니 다행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알아봐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글쓴이는 유통 업체에서 이런 걸 표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니 소비자가 하게 된다고 하셨다.
코스트코에서 수입 농장을 바꿀 수도 있는데 마냥 코스트코 러셋감자는 NON-GMO라고 믿는다면, 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갖게 된다. 소비자가 수입 감자를 구입할 때마다 어느 농장에서 생산된 것인지 확인까지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물론 유통 업체에서 표기해야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는 'GMO 표시 의무제'가 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살림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몇 년째 표시 의무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포장지에 적혀있는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소비자가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2023년 봄에는 GMO 쥬키니 호박 사태가 있었다. 미승인된 GMO 쥬키니호박이 8년간 국내에서 생산, 소비, 유통된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시중에서 유통되는 호박을 모두 검사하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곡물자급률이 25%가 채 안 되는 대한민국. 전 세계에서 GMO 식품 1위 수입국이다. 하지만 내가 먹는 음식에 GMO가 어느 정도나 포함되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저 수입산이라는 표기만 있을 뿐이다.
2022년 GMO 완전 표시제에 20만 명이 넘는 청원으로 청와대가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 답변에는 국민의 알 권리나 GMO로 인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식품회사가 말하는 물가 상승 우려와 표기를 하게 되면 GMO 포함 식품을 선택하지 않을 사람과 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나뉘어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게 될 거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한 학교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NON-GMO로 바꾸었는데, 1인당 추가 비용이 100원 남짓이었다. 생각보다 추가 비용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식량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는데, 우리나라 정책은 먹거리에 아예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정책은 점점 더 국민을 힘들게 할 뿐이다. GMO 수입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