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환경
스마트폰=non-eco friendly
1990년대 말, 휴대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했다. TV 속 휴대폰 광고는 매번 이슈였고, 인기가 많았다. 이효리처럼 당시 최고 인기 있는 사람이 휴대폰 광고의 모델이 되었다. 새로운 폰이 끊임없이 출시되었으며, 최신폰이 '최신'이 아니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착된 카메라 개수가 늘어나고 화소가 많아지고 용량이 점점 커져갔다.
(다행인지) 기기 욕심이 많지 않은 터라 최신형 휴대폰에는 관심 없었다. 굳이 폰에 비싼 돈을 들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다. 저렴한 보급형의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2년 또는 3년의 약정 기간이 끝날 때는 폰을 교체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약정 기간이 다가오면 소모품인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고 있었고, 배터리를 5~6만 원을 주고 교체하는 것보다 공짜와 다름없는 가격의 새 폰으로 바꾸는 것이 누구에게나 훨씬 가성비가 좋은 선택이었다.
*알게 된 사실 1_폰을 만들기 위해 재료가 되는 다양한 광물이 필요하다. 광물 채취부터 환경에 부담을 준다. 채취보다는 자연에 대한 '착취'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또 공장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며 폰을 생산한다. 소비자인 우리는 그저 소비할 뿐이다. 한 사람이 2대의 폰을 사용하기도 하고, 기기가 고장 나지 않아도 싫증 나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결국엔 전자 쓰레기가 되어(또는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재활용 명목으로 제3세계로 이동, 그곳의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폰을 자주 교체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며. 현재 4년째 같은 폰을 사용하고 있다. 가끔 멀리 있는 새를 찍거나 할 때면, 10배 확대 기능이 아쉽다. 100배 확대되는 폰 카메라와 확대해도 선명한 화질을 보면 부럽다. 갖고 싶다는 마음도 들긴 하지만, 전자 쓰레기를 최대한 덜 보태겠다는 의지가 이기고 있다.
참 의문이다. 생산하는데 비용이 들어간 폰이 어떻게 공짜폰이 될 수 있을까? 이것도 대량생산에서 오는 허점이고, 외부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아 가능하다.
4년째 사용하다 보니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어 외출할 때는 보조배터리를 챙기거나 아예 충전기를 갖고 다닌다. 배터리가 방전될까 이렇게 신경 쓴다는 말은 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동 중에 폰이 방전되면 할 수 없는 일을 나열해 보겠다.
센터의 스케줄, 나의 스케줄 확인이 어렵다. 스케줄 앱과 스프레드시트에 기록되어 있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도착시간을 체크하는 일을 하지 못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나에게 이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유튜브를 보지 못한다. 책을 읽기에는 집중력이 부족하지만 영상은 멍하니 본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저장한 사진을 보지 못한다.
수업 자료나 레시피 등을 검색하지 못한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겨도 참아야 한다.
전화, 카카오톡이나 문자 같은 소통을 하지 못한다.
은행 입출금 업무를 즉시 처리하지 못한다.
쇼핑을 하지 못한다.
정말 손바닥만 한 폰으로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소형 무선전화기가 출시되었을 때는 상상 못한 기능이었다.
*알게 된 사실_2
다운로드해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탄소 배출이 많다.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편하다 생각하며 재생했는데, 세상에!
우리가 보고 즐기는 것들은 데이터 센터에 저장이 되어 있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받아 가며 재생하는 것이다. 동영상 화질도 탄소 배출과 관련이 있었다. 4K는 HD보다 에너지가 30% 더 필요하다. 16시간을 동영상을 재생하면 6.5KG의 탄소가 배출되고, 이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려면 소나무 한 그루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변에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는 분도 있었는데, 그 이유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있었다.
사람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고, 환경활동가로 불리기를 원하면서 스트리밍 시간을 줄이지 않는 모순된 행동을 한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같다.
검색을 주로 네이버나 구글에서 했었는데 요즘은 챗 GPT나 COPILOT을 이용해서 검색을 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비해서 훨씬 빠른 답변을 찾아준다. 주로 수업과 관련된 질문을 종종 하는 편인데, AI와 의논하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SDG12 수업을 할 거야. 주제는 녹색소비가 될 것이고,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 큰 마트로 가서 녹색소비와 관련된 사항을 찾아볼 생각이야. 그때 학생들이 찾아보았으면 하는 관련 질문을 뽑아줘, 많을수록 좋아. 대신 난이도가 쉬운 질문이 필요해."
이렇게 물어보니 즉시 20문항을 뽑아줬다. 이 질문을 그대로 사용할 것은 아니지만, 아주 유용한 수업자료가 된다. 그 질문을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더하고 빼서 정리하면 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알게 된 사실_3 최근 즐겨하는 AI 검색엔진이 그냥 검색보다도 더 탄소 배출이 훨씬 많다. AI 검색으로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AI를 훈련하고, AI에게 데이터를 많이 제공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찾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내가 편리해진다'='다른 어딘가에서 탄소를 더 배출한다'
데이터센터와 AI를 이용한 검색으로 탄소 배출이 더 늘어나는 것은 기후 위기 예방 차원 보면 방해하는 일이다. 편리함이 습관이 된다는 것이 무섭다. 습관은 뇌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고 탄소 배출과 관련해서도 둔감하게 만든다.
수업 중에도 학생들에게 직접 검색하라고 하면 바로 챗 GPT를 이용한다. 이 또한 우려스러운데, 예전에 검색할 때처럼 정보를 다양하게 찾고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하는데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섬세한 질문을 만들기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전화 수첩 속 외웠던 많은 전화번호를 이제는 외우지 못한다. 외울 필요가 없다는 걸 뇌가 알고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폰이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나 싶은데도 휴대폰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AI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휴대폰과 AI 두 가지 모두를 만든 것도 인간인데, 어째 인간이 점점 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외부 의존형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호모엑스터노디펜던스(Homo Externodependens)-인간을 뜻하는 Homo, 외부 External와 의존 Dependent를 조합했다. 내가 만든 건 호모 엑스터널 디펜던스였는데, 호모엑스터노디펜던스는 챗 GPT가 그럴듯하게 다듬어 주었다. 아이코! 또 탄소 배출했습니다!
환경활동가라면서, 동시에 유튜브 영상 보기(수업자료 검색 말고 킬링타임용)를 멈추지 못하고, AI 검색엔진 사용을 그만두지 못하는 인지부조화를 겪는 중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만드니까, 채식을 하니까, 5년째 비행기를 타지 않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저탄소 배출을 실천하자고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지 가끔씩 의문이 든다.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에는 백 퍼센트 제약이 따른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조금'에서 '많이'까지 행동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거나 한두 가지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졌다. 인정! 제로섬게임이다. 우리가 편리해진 만큼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알아가길 바란다. 탄소 배출이 점점 증가할수록 우리의 환경은 급속하게 나빠질 텐데, 그 순간에도 최신형 휴대폰, 빠른 스트리밍서비스와 0.1초 만에 대답해 주는 AI가 지금처럼 큰 의미가 있을지 '지금 당장' 고민하자! 이건 AI에게 답을 구하지 말고 우리끼리 머리 맞대고 토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