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를 넘기다

도전 : 군것질 안하기 2일차

by 전푸른

오전에 고비가 있었다. 동료가 그룹 미팅에 쿠키를 가져온 것. 다 같이 먹는 와중 옆 동료가 내게 건네주려고 했다.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데다 점심 전이라 무지 배고팠는데 사양했다. 보통은 먹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마음으로 쿠키를 가져온 동료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스스로를 실망시켰다. 오늘은 이 글을 쓸 순간을 생각하며 그러지 않았다.


점심이 되자 넉넉히 싸온 짜장밥을 싹싹 다 먹었다. 오후에 피곤해서 주전부리 하고 싶단 생각이 떠올랐지만 저녁에 맛있는 거 해먹을 생각하면서 일을 했다. 배고픔을 참다가 집에 오면 아몬드 같은 걸 우물거리며 요리를 하곤 했는데 요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 간단한 파스타였지만 요리하고, 그릇에 담고, 식탁에 앉는 과정을 갖추고 식사를 시작했다. 많은 양이어서 덜까 생각했지만 그냥 다 먹었다. 이번 100일의 도전은 양 줄이기가 아니라 군것질 안하기, 식 간에 안 먹기니깐.


이번 도전은 내게 의미심장하다. 어느 순간 다짐을 지키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 내 나이 이제 초년이라 할 수 없는데, 이렇게 중년과 말년을 보내게 될까봐 위기감이 느껴졌다. 부를 이루거나 커리어를 확장하거나 운동에서 뛰어나지거나 악기를 배워보거나 하는 위시리스트는 긴데 그것의 앞단에 있는 식사조절에서 늘 발목을 잡혔다. 먹는 것 조절도 못하는데 뭘 할까 하는 마음의 소리는 먹는 것 조절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떠날 줄 몰랐다.


100일간 잘 해내고 스스로에게 멋진 선물과 성취라는 보상을 주고 다른 도전으로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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