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 군것질 안하기 9일차
도시락으로 싸간 에그인헬을 점심에 빵과 먹었다. 식후엔 아몬드 몇 알. 집에 돌아와서 저녁은 넉넉히 먹었다. 생선전, 고등어 구이, 어제 손님상에서 남은 고구마 샐러드, 당근 김치, 빵 두 조각. 엊그제 남은 와인도 한 잔 마셨다. 달달하니 맛나다.
내일은 동료와 생일기념 케익/파이를 가져가기로 했다. 내가 있는 네덜란드는 생일날 생일자가 파이를 가져가 축하를 받는다. 처음엔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게 맞다 싶다. 누가 나를 축하해주길 바라는 의존적인 자세 대신에 축하를 이끌어내는 주체적인 자세 같달까. 같이 하기로 한 동료는 정말 우연하게도 나와 생년월일이 일치한다. 몇 주 전부터 같이 준비하면 재밌을 것 같다며 이 날을 기다려왔다.
그는 파이를 사오겠다고 했고 나는 귤을 사가고 싶었으나 남들 하는 것 처럼 디저트를 사가야 할 것 같아서 당근케익을 굽겠다고 했다. 그럼 저녁 먹고 치우고 베이킹을 해야 하며, 다 하고 나서 맛도 봐야한다. 맛보다가 입이 터질지도 모르고 내일 혹시 남으면 남은 음식이 가여워 내가 먹으려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나는 귤 스무 개를 사가고 싶다. 동료에게 문자로 물었다. '너 파이 샀니? 나는 그냥 귤 사가려고. 인생 쉽게 살자!' 그는 10조각 파이를 이미 샀다며 귤도 좋겠다고 한다. 인생 쉽게 살자는 동료.
내일의 예정된 군것질을 잘 피해보려는 계산이 기특하다. 사실 내일 퇴근 전에는 프로젝트에서 연말 파티를 하는데, 조금 걱정이다. 먹지 않을 것 같고, 먹고 싶을 것 같지 않을 것 같은데 자꾸 권하는 사람에게 거절하기 힘들까봐. 그럴 땐 이 100일 챌린지를 공개하고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양치도 하고 참석해야지. 9일간 잘 했는데 또 다시 1일차로 돌아갈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