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
배 형사가 경찰서 전산실에 전화하여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일단 신분증에 기재되어 있는 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분증의 사진이 왠지 의심스러웠다.
“허정길 씨? (첫 번째 사내 위조 신분증 가명) 본인 신분증 맞습니까? ”
허정길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 아! 그러면요! 내 신분증 맞습니다! ”
“민봉호씨? (두 번째 사내 위조 신분증 가명) 본인 신분증 맞지요?”
민봉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의심을 풀 수 없었다.
“두 분 죄송합니다만, 지문 좀 보겠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보여주십시오. ”
그 당시 경찰 중에는 나보다 더 지문 감별을 잘하는 경찰이 없었다. 나는 그 두 사내의 신분증과 그 둘의 지문을 비교했다.
경찰 컴퓨터 조회서에는 좌우 손가락 10개의 순번을 정하여 지문마다 나오는 번호를 나열해두어서 순서에 맞게 살펴보면 된다.
지문은 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이라고, 만인이 다 틀리고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원칙을 말함
(같이 태어난 쌍둥이도 틀림)
‘역시 이 둘의 지문이 틀리다. 나의 촉이 맞았다. ’
나는 단번에 그 두 사내의 신분증 지문과 실제 지문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두 분.. 신분증 지문과 실제 지문이 다르네요? 이거 본인들 신분증 아니시지요? ”
허정길과 민봉호는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때 허정길이 말했다.
“저기 형사님 예.. 무슨 근거로 지문이 다르다고 하십니까? 예? 지금 생사람 잡습니까? ”
나는 오른손으로 재빨리 허정길의 엄지손가락을 잡고 신분증과 함께 그의 눈앞에 갖다 대었다.
“ 어이 봐라! 중간 타원이 다르잖아? 자꾸 우길래? ”
남의 주민증을 가지고 신분을 속이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범죄자이기 때문에 바로 반말로 제압해 버렸다.
그래서 형사는 종합격투기 10단과도 같다.
신분증이 5단, 목소리가 3단, 눈빛이 2단인 것이다.
허정길과 민봉호는 나의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렇듯 주민등록번호를 엉터리로 알려주거나 또는 신분증을 위조하는 놈들은 뭔가 구려도 구린 놈들이고 또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유형이었다. 나는 나의 촉을 믿고 이 두 놈들을 조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소리쳤다.
“ 어이 둘 다 저 안쪽으로 가봐!”
100킬로그램이 넘는 나와 키가 185센치가 넘는 배 형사가 우선 덩치와 목소리로 제압을 하고나니 허정길과 민봉호는 나의 호통 소리에 놀란 듯 멍하니 서있었다.
“ 안 들려!? 안으로 들어가 ”
그제야 두 사람은 슬슬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 배 형사! 이 새끼들 잘 봐! ”
“ 예! ”
배 형사는 두 사내를 방안 벽 쪽으로 세웠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가방과 소지품을 수색했다. 그러자 그들의 가방에서 나온 것은 몇만 원부터 몇백만 원짜리 채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여관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이들에게 이런 고액의 채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이것이 범죄 사건이라는 것을 판단했다.
“이봐 너희 둘이 채권 어디서 났어? ”
그 둘은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 채권들 어디서 났냐고?!! ”
“ 어.. 저.. 그게.. 서부 정류장( 대구 서부 정류장 )에서 주웠습니다.. ”
허정길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 서부 정류장? 거기서 주웠다고? ”
“ 예.. 그러니까.. 정류장에서 나오는 길에 가방이 두 개 버려져 있길래 주워 왔습니다.. ”
“ 야! 이 새끼야! 그게 말이 되나? 어느 미친놈이 이 큰돈을 버리겠노? 너희 둘이 훔친거 아니야?! ”
“ 아닙니다! 아닙니다! 진짜 주웠습니다.. ”
“ 이 새끼 봐라.. 그게 지금 말이 되나? 그래. 좋다. 그러면 남의 물건을 주웠으면 파출소나 정류장 사무실에 가져다줄 일이지 너희가 왜 들고 오나? ”
“ 그게 너무 큰 돈이라 경황이 없었어예 .. ”
“ 아~ 그래? 그렇구나! 그 상황에서 가방을 열어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는 말이지? 만약 저 가방 안에 옷이나 다른 것이 있었으면 너희들이 들고 왔겠나? 이 새끼들이 어디서 헛소리해?! 주워온 것이 아니라면 분명 훔친 물건이렸다! 배 형사! 이 새끼들 서로 데리고 들어가자! ”
나와 배 형사는 이 놈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확실하게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뒤 허리춤을 꽉 잡고 앞으로 밀면서 연행했다.
두 놈들은 연행되는 순간에도 끝까지 신분증을 위조하지 않았고 채권은 정류장에서 주웠다고 우겨댔다. 형사계에 도착하여 조사실에 그 둘을 앉혔다.
“ 배 형사! 내 바람 좀 쐬고 올 테니 일단 이놈들 진짜 신원부터 조사해 봐! ”
나는 잠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뿜어져 나가는 담배 연기 또한 내 마음을 아는지 훨훨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경찰서 정문 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 김선희! ”
나를 부른 사람은 반장이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무엇으로 나를 쪼으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형사들의 실적에 따라서 위에 간부들의 승진과 특히 서장님의 인사고과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예민한 상태였다.
“ 예! 반장님 ”
반장은 무슨 킹콩같이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 김선희! 니 지금 뭐라도 한 건 하고 여기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는기라? 으이? ”
‘ 하.. 이 영감쟁이 또 시작이네 ’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담배를 껐다. 훗날 내가 후배들한테 똑같이 행동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채
“ 아.. 예! 반장님 제가 누굽니까? 김선희 입니다! ”
반장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 그래 안다 임마! 니 김선희인 거 그래서 그 김선희가 한 건 해놓고 신성일이처럼 폼 잡고 담배 태우고 있냐고요. ”
“ 아.. 그게 반장님! 오늘 저하고 배 형사가 비산동 여관에서 채권을 무더기로 가지고 있는 놈 두 명을 달아 왔습니다.! ”
“ 뭐? 채권? 그래서 지금 뭐 하고 있노? ”
“ 예! 지금 배 형사가 신원파악 하고 있습니다! ”
“ 아~ 그렇구나! 배 형사가 지금 그 두 놈 신원파악 중이라고? ”
“ 예! 그렇습니다! ”
“ 그러면 니는? 니는 지금 뭐 하고 있노? 김 형사? ”
“ 예! 저는 잠시 바람을 좀 쐬러.. 너무.. 답답해서.. ”
‘ 딱!!! ’
반장의 전광석화 같은 오른쪽 구둣발이 내 정강이에 꽂혔다.
“ 아악!! 반장님!! ”
나는 내 정강이를 문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 뭐? 채권? 그러면 한 건이 아니고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말 아이가? 근데 사건 다 해결한 것처럼 폼 잡고 있어? 빨리 안 들어가!! ”
“ 예! 들어갑니다! ”
“ 자슥이.. 잘한다 잘한다 카니까 탱자 탱자 하고 있어 김선희! 아무리 니가 지금 최고 실적 찍고 있어도 한번 꺾이면 동네 파출소 직행이다 알겠나?! ”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형사들이라는 것이 그렇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형사들은 자신들이 경찰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형사들에게 파출소 발령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선 나는 조사실로 향했다.
“ 배 형사! 이 새끼들 신원 파악했어? ”
배 형사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 이놈들 끝까지 아니라는데요? ”
배 형사의 한마디에 반장에게서 맞은 정강이가 다시 한번 통증을 몰고 왔다. 나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그날따라 일 잘하는 배 형사가 바보처럼 보였다.
“ 배 형사 니 나와! ”
“ 예.. ”
배 형사는 자리를 비켰고 나는 그놈들 앞에 앉았다.
“너거들 인적 사항부터 똑바로 대고 일을 시작하자 빨리 대라”
“아까 보여준 것 있잖아요”
“하 ~ 이자슥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임마들아! 너거들도 알지만 너거들 지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이럴럐?”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가지고 놀라고 하네..”
“저녁때 공사 한번 해 볼래? 자꾸 지랄해라. 저녁때 직원들 퇴근하고 한번 보자”
“배 형사! 이자슥들 보호실에 넣고 저녁때 보자. 인적 사항도 안 밝히는 놈들하고 뭐를 하겠다고 카나, 너거들이 똑바로 안 밝히고 넘어갈 것 같나?”
“예! 형님”
“어이 ~ 일어나라 같이 가자”
“배 형사! 저녁 먹고 장 형사 조 퇴근하지 말고 같이 일하자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잠깐만요. 형님 잠깐만요”
우리가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칭 민봉호와 허정길이라고 주장했던 놈들이 똑바로 가르쳐 준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다시 불러주는 인적 사항으로 주민, 전과, 수법을 조회 해보니 민봉호는 본명이 조석태(가명),이고 허정길은 성춘식(가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