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검문
전산실로 전화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신원 조회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외부에서는 일반 전화로 의뢰자 신원을 확인 후 일일이 전산실에 전화했고 경찰서에 근무 중인 전투경찰 중에 4명을 차출하여 24시간 교대 근무하고 있었다) 전산실 조회 결과로 지문 대조를 해 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내에게 감사 표시를 한 뒤 뒤돌아 나왔다. 그리고 몇 개의 방을 더 검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배 형사! 여인숙 쪽 말고 여관 쪽으로 가보자 아무래도 이 자슥들은 한 건 했으면 느긋하게 시설이 좋은 곳에 안 있겠나? 그리고 보통 여관은 임검을 잘 안 하므로 여관 쪽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지 싶다."
당장에 나타나는 것은 없지만 운(?) 좋게 수배자를 검거할 때도 있다.
나와 배 형사는 여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범죄자들은 범행이 성공하면 저축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물 쓰듯 쓰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범행하여 유흥비로 탕진을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속담과 같이 언젠가는 검거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며 돈을 펑펑 쓰는 경우와 도박장에서 돈을 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분명 여관 쪽에 범죄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
" 배 형사. 고급 여관 말고 허름한 여관 위주로 검문하자."
우리는 고급스러운 여관보다는 조금 낡고 낙후된 여관을 위주로 검문했다. 하지만 우리 예상과는 다르게 투숙객이 한 명도 없는 여관이 많아서 범법자들을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곳만 들려보고 없으면 철수하자고 했다.
상가 골목 끝자락에 있는 작은 여관을 우리는 마지막 방문지로 정했다. 여관에 들어서니 60대의 여관 남자 주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 두 분이 묵으실 거라 예?"
여관 주인은 우리를 처음에는 손님으로 알고 반겼으나 차림새나 행동을 보고는 냄새가 나는지 형사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사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리는 서부서 직원들입니다. 요즘 사건이 많아서 숙박 시설을 다녀 보고 있습니다. 혹시 협조 좀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
여관 주인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안내실 밖으로 나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진짜 형사님들이십니까?? "
"예 맞습니다. 서부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요사이 형사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오나”며 툴툴거렸다.
우리는 신분증을 여관 주인에게 보여줬다. 신분증을 본 여관 주인은 안도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우리를 데리고 여관 바깥으로 나왔다.
"잠깐 보입시다."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관 주인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지요?? "
나와 배 형사 또한 주변을 살폈다.
"예 아무도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여관 주인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말했다.
”하이고.. 진짜 타이밍 끝내주네요. 안 그래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거도 없고 해서 발만 동동 굴렀네요. “
나와 배 형사는 귀가 솔깃해졌다.
”사장님! 뜸 들이지 마시고 저희한테 얘기해 보세요. “
”그게.... 실은 며칠 전부터 우리 여관 2층에 젊은 남자 두 명이 묵고 있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이 너무 수상해요. 매일 같이 보따리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거야 뭐 개인적인 일이니,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매일 같이 소란을 피운다는 거예요. “
”소란이요? 어떤 소란이요? “
”그 두 사람이 친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돈 문제로 매일 같이 싸웁니다. 그런데 그 돈 문제 얘기가 정상적인 돈 문제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중요한 건 매일 같이 소란을 피우니 다른 투숙객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해서 장사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합니다..“
나는 직감했다. 분명 이것은 도둑놈들이 범죄 후 분배하는데 똑바로 안 하므로 싸우는 것 같았다.
항상 동업하다가 보면 깨지는 이유가 이익 분배인데 도둑들도 이익 분배가 잘되지 않아 서로 고자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장님 그러면 그 두 사람 나가라고 하지는 않으셨나요? “
사장은 손을 절래 저었다.
”하이고.. 형사님 예.. 그 사람들 성질이 보통이 아닙니다. 인상도 험상궂은데다 한번 주의를 시켰더니 되려 돈 내고 방 쓰는데 왜 지랄이라며 역정을 내더라니까요. 무서워서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
”지금 그 사람들 방에 있습니까?“
”아니요. 거의 매일 새벽이나 아침 일찍이 나가서 다음 날 밤이나 새벽에 들어옵니다.
며칠씩 안 나가기도 하지만, 새벽에 들어오는 날은 오후쯤에 나가기도 하고요. 오늘은 이미 나갔습니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그 사람들 수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
여관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형사님들하고 싶으신 거 다 하시소. “
우리는 여관 주인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손님이 없는 방에서 TV를 보며 잠복에 들어갔다. 오후 11시 자정이 가까워질 즈음에 여관 주인은 우리 방으로 전화가 왔다.
”형사님 예! 그 사람들 왔습니다.“
나와 배 형사는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 똑 똑 ’
우리가 문을 두드리자 방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십니까?“
”예 프런트에서 왔습니다. 아까 손님께서 뭐 흘리신 거 같아서요. “
나는 프런트에서 왔다고 말했고 방안에서는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객실 문이 열렸다. 객실 문을 연 사람은 키는 작았으나 얼굴 생김새가 여관 주인이 말한 대로 험상궂기 짝이 없는 사내였다.
”뭡니까? “
나는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오른발로 객실 문 밑 끝을 걸쳤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요즘 사건이 많이 나서 숙박업소를 돌며 임검 중입니다.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
그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와 프런트에서 왔다고 구라를 까고 그라십니까? 예? “
”불편하게 해 죄송합니다.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아.. 진짜 귀찮게 구네.. 그래서 내 뭐하면 됩니까? “
나는 얼굴을 굳혔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
사내는 말 없이 방안으로 뒤돌아 갔다.
“ 마 뭔데? ”
방안에서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몰라 형사들이란다 뭐 돌아다니면서 검문 중이라나.. 뭐라나.. ”
나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옆에 계신 분도 신분증 좀 보여주십시오. ”
나는 또 다른 사내의 눈을 노려보았다. 내 기세에 눌렸는지 그 사내는 말없이 자신 가방을 열었다. 잠시 후 두 사내는 나와 배 형사 앞으로 신분증을 들고 왔다.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신원 조회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