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쟁이(소매치기)

by 써니짱

소매치기범은 범죄자들 중에 제일 악랄하고 지능적이라서 검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자 확보나 증거수집이 어려워 공소유지에 애를 먹는 범죄이고 형사들이 기피하는 범죄라고 보면 되는데 한 건이라도 인정이 된다면 구속이 되는 범죄였다.


현장에서 검거를 안 하면 물증이나 여러 가지 증거 찾기가 어려워 거의 기피를 하는 추세였고, 예전 선배 형사들 중에는 소매 치기범으로부터 상납을 받고 묵인 또는 내지 방조하였다며 중간에 도태된 형사들이 많았다.


본래 소매치기는 자가용이 많이 없던 시절 손님들이 가득 찬 시내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신사 양복 안으로 손을 넣어 안주머니를 칼로 째고 지갑이나 소지품을 절취하는 안창 따기, 여자들 금목걸이를 따는 굴레 따기, 소지품 가방이나 주머니를 째고 절취하는 일반 소매치기들이 있는데 얇은 옷을 주로 입는 봄부터 여름에 많이 생기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기들 말처럼 회사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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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치기 : 혼잡한 곳에서 남의 물건을 슬쩍 훔치는 사람.

옛날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두루마기 따위 웃옷의 좌우에 있는 옷소매는 폭이 크고 넓어서 흔히 그 안에 돈이나 다른 귀중한 물건들을 넣어서 가지고 다녔다. 그 옷소매 안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대구 서구 비산7동에 위치한 북부 시외버스정류장은 경북 서북쪽(김천, 상주, 문경, 예천, 영주, 안동, 군위, 의성, 영양, 봉화)의 관문이어서 시외버스뿐만 아니라 이곳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도 많아 항상 붐비며 유동인구가 시내 중심가 못지않았다.


그러다 보니 옷 단장을 제대로 안 하고 현금 소지인이 많은 시골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소매치기들이 있었지만 총알택시 ※히끼를 하는 동네 건달들 덕분에 시내보다는 많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히끼들은 소매치기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 자연히 파출소 경찰관이나 형사들이 나오니까 자기들의 영업에 방해가 되어 아예 소매치기들을 못 오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3-4명씩 조를 짜서 오는 게 아니고 조를 못 짠 소매치기들 한, 두 명이 냄새를 맡고 오기도 하는데 이는 서로를 못 알아보기 때문이다.


(※히끼 : 휘파람의 방언이고 당구에서는 역회전하여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도 함. 일어에서는 끌어당기는 힘이라고도 하고 여기에서는 손님을 끌어당긴다는 말로 표현.)


직접 칼로 작업을 하는 기계(도루코 칼을 반쯤 잘라 테이프를 발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범행하는데 여자들 스타킹을 상처 내지 않고 자를 정도로 정교한 기술), 바람을 잡는 바람잡이 1-2명, 장물을 처분해 주는 사장 등으로 팀을 이루어 범행을 한다.


그러다가 누가 검거되면 형이 끝날 때까지 변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수형 시설에 있을 동안 뒤 바라지를 다 한다.


한창 소매치기들이 극성을 부릴 때는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발각이 되면 회칼을 휘두르며 위기를 모면하거나 검거하기 위한 출동을 한 경찰관에게도 회칼로 반항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형사기동대가 신설되면서 시위 사태가 없을 때는 대원들에게 토큰을 사서 사복으로 2명 1조로 빈번 발생 버스에 태워서 예방을 하거나 검거토록 해서 상당히 많은 소매치기범을 검거하기도 했고 예방이 되어 시민들에게 호응을 많이 받았다.



1984년 가을 -


가을의 하늘은 선선했다. 오늘따라 특별히 출동을 해야 하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마냥 커피나 마시며 놀 수가 없는 성격이기에 담당 파출소 관할인 북부정류장에 조장과 같이 외근을 나왔다.


가을의 북부정류장은 농촌 사람들 이용이 많은데 추수시기라 바빠서 오가는 승객들이 많이 줄었다.


형사는 한조가 2명이지만 조장의 뜻에 따라 움직이므로 조장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장은 잠시를 가만있는 스타일이 아니고 어디서 무엇을 하던 계속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북부정류장 쪽에 근무를 나오면 정류장 승강장 안에 있는 약국에 한 번씩 들렸다. 약국에 가면 동네 복덕방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대하여 논하기도 한다.


그러고 있으면 히끼들이 인사를 하며 찾아와 피로 회복제를 사주기도 하고 히끼들이 없으면 약사가 피로 회복제를 그냥 주기도 한다.


그날도 조장을 따라 어김없이 약국에 들렸다. 약국에 들어서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약 사는 조장과 나를 반겼다.


“ 어이구! 김형사 오셨는가?”

“ 아! 예 별일 없지요”

“ 오늘은 손님이 좀 있는가?”

“ 요사이 촌에 바쁜 시절이라 손님이 좀 덜하네요. 이거나 하나씩 드시지요”


조장과 나에게 피로 해복제를 하나씩 권하여 마시고 약국 의자에 앉자 조장이

“ 요새 아들 안 오는가?”

“ 터미널 손님이 줄어서 인지 잘 안 보이네요”

“ 히끼 아들도 안 보이네..”

“ 아 가들도 손님이 줄어 점심을 먹고 나오겠지요”


히끼들과 약사는 동네 정보통이기도 했다. 치기배들이 오면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 체기도 하지만 절대로 먼저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신고한 게 알려지면 영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끈질기게 묻고 버티면 슬쩍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씩 던져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늘 안보이던 아이들 몇 명이 돌아다닌다’는 정도..


조장이 약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나는 약국 밖으로 나와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당시는 금연법이 없었음) 가을철 농번기라 손님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북부정류장에는 시내, 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까 정 약사와 얘기를 나눌 때부터 계속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줄지어 서있는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는 타지 않고 계속 주변을 둘러보는 청년이 이었다.


형사의 직감이랄까. 뭔가 의심스러운 나는 계속 그 청년을 주시했다. 한참을 주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순간 버스를 타려는 여성의 핸드백에 손을 넣어 지갑을 빼 내려는 것이었다.


그렇다 치기범이었다. 나는 순간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그 소매치기범을 향해 뛰어가며 소리쳤다.


“ 야 인마!! 너 거기서!! ”


순간 범인은 나를 보고 대항할 생각 없이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나 또한 범인을 추격했다.


‘ 야! 이 새끼야! ’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형사 생활을 하면 얼굴이나 몸에서 형사 냄새가 나는가 보다. 내가 경찰이라고 얘기를 안 해도 범인들은 무당처럼 우리가 형사인 것을 알고 도망부터 친다.


“ 마!! 거기 서!! 안 설래? ”


말을 들을 범인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소매치기범이든 모든 범죄자들은 늘 빠르다.


놈은 북부정류장 앞 6차선 도로를 뛰어들어 지나가는 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죽자살자 도망갔다. 나 역시도 지지 않게 놈을 추격했다. 그래도 나는 지나가는 차에 양해의 손짓은 다 하고 추격했다.


그러다 보니 거리가 멀어졌다.


도망을 치던 소매치기범은 갑자기 달서천 하수도 하천에(지금은 복개되었음) 뛰어들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 냄새나고 더러운 하천에 뛰어 들리라고는 나 역시 생각을 못 했다.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놈을 향해 소리쳤다.


“ 야 인마!!! 나중에 함 보자. 알겠나!! ”괜스레 큰소리를 쳐봤다. “


그놈은 나에게 비웃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크게 흔들어댔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눈앞에서 범인을 놓쳐 보기는 처음이었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지만 창피하기도 했다.

내 소리를 듣고 뒤따라온 조장은 멀리서 그저 웃기만 하고 있었다.


잡지도 못하고 돌아온 나에게

“어이 김형사 마음대로 안되지.. 형사는 힘으로 잡는 것이 아니고 꾀로 잡아야지 그렇게 큰소리를 치는데 도망 안 갈 놈이 어디 있나 하하하”

나보다 나이가 16세 더 많은 조장은 하나 잡아 볼 것이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닌 나를 보고 아직 풋내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리라..


비록 검거는 실패했지만 반드시 그놈을 잡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형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출내기 형사였지만 자존심이 상하여 소매치기 전과자들을 상대로 이리저리 물어보니 그놈은 집이 내당동인데 성질이 별나서 같이 조를 짜서 안 하고 혼자 특공대로 다니는데 이름은 태식이라고 했다.


내가 이놈은 꼭 잡는다고 생각을 했지만 당시 피해자 확보를 못해놓은 상태라 당장 잡아도 어떻게 처벌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북부정류장에서의 일이 일어나고 당직을 마친 다음날, 그날도 특별한 일이 없어 저번에 북부 정류장에서 놓친 태식이를 한번 찾아볼까 싶어 조장하고 걸어서 비산 로터리를 지나 인파가 많은 서문시장으로 슬슬 걸어갔다.


우리가 갈려는 곳은 서문시장 서쪽과 남쪽이 중부서와 서부서 경계지점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치안이 조금 소홀한 지역이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발생 사건을 줄이려고 서로 관활 다툼을 하면서 떠미는 형국이었다.


삼성 예식장 앞 지하도 입구에서 리어카에 빵틀을 얹어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가서 매상을 올려주며 허기를 달래는데 평소 정보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주머니는 손으로는 빵틀에 손을 올려 일을 하면서 입으로..,


“아재, 저 뒤쪽 길 건너 한복집 앞에, 양복 입은 놈하고 옆에 두 놈이 오늘 왔다”라고 하여 보니 말쑥하게 차려입은 놈들이 소매치기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붕어빵 아주머니는 그곳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소매치기들을 전부 잘 알고 있었고 현장을 목격한 것도 있지만 신고를 할 수 없었다.


소매치기범들은 항상 3-4명이 조를 짜서 움직이기 때문에 신고한 게 알려지면 보복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어 적군도 아니지만 아군도 아니었다.


우리는 입에 넣어 먹던 붕어빵만 먹고 지하도를 건너가니 이미 골목으로 도망가고 없었다, 눈치 하나는 진짜 빠르다.


형사와 소매치기는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가 냄새를 맡는다고 보면 된다.

형사들의 행동은 조금 느긋하지만, 소매치기범들은 언제 어디서 덮칠 맹수에 대비하는 노루 같이 눈이 팽팽 돌아간다.


이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 조장 보고

“형님! 오늘 나온 김에 한놈이라도 달아봅시다”

“그래 한번 해보자”

우리는 다시 붕어빵 아주머니에게로 와서 아까 먹다 남은 빵을 먹으며

“아주머니! 우리가 양복점 안에 들어가 있을 테니 치기들 오면 연락 줘요”

하며 계산 안된 빵값에 천 원을 더 얹어 계산을 하고 바로 앞 양복점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양복점 안에서 주인하고 이야기를 하며 붕어빵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는데 다시 그놈들이 왔다는 신호를 해주어


“형님! 왔답니다. 가입 시다”

“그래 가보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둘이 떨어져서 지하도로 바로 가지 않고 시장 쪽으로 내려가서 지하도를 이용하여 다시 올라가니 이놈들이 지하도 입구 승강장에서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 뒤에 한놈이 붙고, 한놈은 옆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병풍을 치는 것 같았다.


“됐습니다, 형님!”

“알았다”며 같이 뛰어가 잡으려는 순간 한놈은 차도를 뛰어들었고, 우리를 보지 못하고 작업을 하려던 놈은 나에게 허리춤이 잡혔다.


차가 밀려 들어오는 차도로 도망간 놈은 반대편 인도로 올라가 사람들 속에 섞여 어디론가 사라졌고, 조장은 아주머니를 잡고 피해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는데 이놈들이 업혀 있던 아이를 얼리며 아주머니의 신경을 아이에게 쏟도록 하며 작업을 시도하는데 우리가 덮쳐서 실행에 옮겼지만 피해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놈을 그냥 보내 줄 수가 없어 가까운 비산 파출소로 데려가 인적사항과 전과조회를 해보니 이름은 김상철 (가명, 당시 34세)이며 특수절도 전과가 여러 개 나왔는데 수법을 보니 전부 소매치기였다 그것도 여자들 목걸이를 노리는 굴레 따기였는데 아마 기계였던가 보다.


“야. 도망간 놈은 누구야?”

“예전 교도소에서 만났던 아이고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 한탕하려고 왔었는데 어디에 사는 누군지 모릅니다”

“하기야 인마! 네가 안들 이야기하겠나?”

“근데 형님! 내가 뭐했다고 이렇게 합니까?”


“이 새끼가 지금 뭐 라카나?”

“내가 작업도 안 했는데 왜 이럽니까?”


“너들이 한탕하러 왔다고 했고, 작업을 시도했잖아”

“뭐 증거 있습니까?”


“야 이 새끼야 형사인 내가 현장을 봤는데 무슨 증거?”

“그거는..”


“너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옆에 있던 조장이

“즉결이라도 보내자. 김형사! 불안감 조성으로 즉결 보내라”

“알겠습니다”


파출소에 비치되어 있는 즉결심판청구서에 시내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불안감을 조성하였다고 즉결 용지를 작성하고 신병은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 했다.


대개 이런 용의자를 즉결로 보내면 즉결 판사들이 구류 15일 정도 선고하여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가 나온다.


형사들이 가끔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즉결을 이용하면 앞에 이루어졌던 범죄들을 처벌할 수 없어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경찰서 유치장으로 데려가면서 내당동 태식이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이름만 들었지 누군지 잘 모른다고 해서 태식이는 그만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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