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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Jun 13. 2022

코로나의 가까운 끝, 마스크와 소독제

[내게 외면받은 물건들] 불안감이 쟁여놓은 것



오늘 선반을 열어보니 마스크 떨어지랴, 소독제 떨어지랴 열심히 쟁여두거나 여기저기서 받았던 마스크와 소독제가 한가득인 것을 발견했다. 코로나로 쓰고 있던 마스크를 이제 실외에서는 벗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저걸 언제 다 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벗으라고는 했지만 아직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들인 습관 덕에 나는 코로나가 지나갔음에도 실외에서도 정말 답답한 경우가 아니면 마스크를 잘 벗지 못하고 있다. 나처럼 사람들도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 실내에서 어차피 쓸 거 귀찮아서 계속 쓴다는 입장과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이미 걸렸는데 또 걸리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축약되는 것 같다.  하지만, 머지 않아 물론 반대 입장도 있다. 이미 식당에서 벗고 밥먹는데 밖에서 벗는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 어차피 걸릴 코로나라면 차라리 숨이라도 편히 쉬고 싶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말한다. 어찌 되었건 거리에서 아직은 마스크를 벗은 이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간혹 보이더라고,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데, 날씨가 나의 이 마스크를 벗게 될 것 같다.  기후변화로 더 뜨거워지고 있는 날씨가 아무래도 지금 코로나보다는 더 힘이 센 것 같으니 말이다.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코로나 때문에 쟁여두었던 마스크나 소독제의 소비량이 줄어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독제가 저만큼인데 나는 그나마 적은 편이다. 상황이 되는 한 천 마스크를 되도록 쓰려고 했고, 소독제는 이미 있는 것을 소진한 뒤에 사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초창기 마스크 대란이 내게 주었던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내 안위를 걱정해주는 식구나 친구들이 챙겨주는 소독제가 하나씩 생겨 저만큼이 되었다. 아마 대개는 나보다 훨씬 많겠지? 집집마다 마스크와 소독제가 쌓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겠구나 싶다. 아이 두명을 기르는 친구네 이야기만 들어도 최소 100장은 넉넉히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한 사람당 여분의 마스크를 20장씩만 가지고 있다고 쳐도 5천만 인구이니, 우리에겐 쓰이든 쓰이지 않든 버려질 예정인 대략 10억 장이 잠자고 있는 것이겠다. 미세먼지용이면 그나마 미세먼지가 심할 때 쓰겠지만 비말용은 감기 걸렸을 때나 쓸까? 그리고 저 수많은 마스크를 보며 '플라스틱을 줄이면 뭐하나, 이렇게 폐기될 수밖에 없는 마스크라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그 비닐봉지가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마스크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새로운 팬데믹이 와 모두가 다시 마스크를 써야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면 쓰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날 너무 오래되었다며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려지지 않을까? 아직 버려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것이고 불필요한 탄소가 배출된 것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마스크의 소재는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에 맞먹는 팬데믹이 와 다시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 되어, 낭비 없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 생산한 것을 그냥 폐기해도 괜찮은 팬데믹이 오지 않는 상황이 좋을까? 답은 뻔하다. 팬데믹이 오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원숭이 두창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새로운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것은 학자들 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설 같으니 어쩌면 마스크와 소독제에 대한 내 고민이 적어도 '쓰는' 면에서는 쓸 데 없는 걱정일 것 같다. 이래도 저래도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남았으니... 걱정도 그대로 남았다.



<내가 생각하는 마스크와 소독제 쓰레기 줄이는 법>

- 천 마스크를 함께 사용한다 (매일 잘 빨아주자)

- 손을 씻을 수 있다면 되도록 손을 씻고, 소독제 사용은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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