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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샷추가 Mar 21. 2022

딴지를 거는 사람은 꼭 있다.

[밟아도 밟히지마 ep.01]

처음 재수를 한다고 했을 때 고3 담임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너네 집 돈 많아? 부모님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성적 맞춰 대학 가!”     


내신만 좋았던 내가 수시에서 모두 떨어졌다. 누구보다 고민스럽고 고통스러운 내게 어른들은 이야기했다. ‘굳이 뭘 재수를 하려고 그려니.’

그리고 당시의 나이에 가장 어려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재수하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재수한다고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은 많은 조언을 한다. 살아보니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고 꿈만 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기에 어른으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물론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응원과 지지가 빠진 조언이었다.    




나의 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엄마는 내게 “우리 큰딸은 아나운서가 되면 참 잘할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첫째 콤플렉스였을까? 거부감 없이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기대에 맞춰드리고 싶었던 어린아이의 첫 마음은 차차 굳은 결심이 되었다.   

   

말만 잘하면 아나운서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나의 꿈은 생각보다 말이 안 되는 그야말로 ‘장래희망’이었다. 그러기엔 갖춰야 할 조건들이 많았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대학 입학 후 대학 방송국 경험, 22살 때 어학연수, 24살 때 아나운서 준비 등 연도별 계획부터 세부적인 일정까지 고려하며 나름의 플랜을 짰지만 사실 그것들이 환영을 받진 못했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결심 했던 나는, 외국에서 영어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사귀며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여러 경험들을 쌓고 싶었다. 준비를 위해 나 홀로 유학원을 찾아다니며 내게 맞는 도시와 어학원을 정했고, 필요한 서류들을 챙겼다. 그보다 앞선 1년 동안은 영어학원을 다니며 외국에 나가기 전 영어 실력을 키워놓았다. 그런데 출국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런 말들이었다.   

  


“밴쿠버에 가도 한국 사람 많아.”

“갔다 온다고 영어 실력이 많이 느는 것도 아니고.”

“또 부모님 고생시키는구나.”      


    

부모님 고생시킨다는 2005년 재수 끝에 합격한 대학에서 나는, 내 인생에 너무 소중한 친구들과 값진 경험들을 만났다. 나의 가장 빛나는 20대는 다 그곳에 있다. 졸업 전 아나운서도 되었고 대학원 입학을 도와주신 나의 멘토와 같은 교수님도 그곳에 계셨고 사랑하는 지금의 남편도 그곳에서 만났다.


어차피 가도 별볼일 없다는 2009년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G20영어권 자원봉사 영어면접에 당당히 합격도 해봤으며, 아나운서 재직 시절 주한 멕시코 주한대사와 영어로 방송도 하는 영예로운 순간도 경험해봤다.   


   



다행이다. 딴지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내 계획대로 나의 소신대로 밀고 나가서. 만약 주변 우려에, 훈수에 나아가지 못했다면 나는 아-무런 경험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사람은 실제로 아무것도 못 해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방법을 모르기에 그냥 하지 말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할 수 있다고, 쉽진 않겠지만 해낼 수 있다고. 그리고 그 가운데 만난 많은 경험들이 당신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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