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로컬 스타트업의 조직문화 이야기
신뢰 하나로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담백 진솔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작은 조직이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고충을 해결하는 방법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을 거쳐 처음으로 경험한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실로 놀라웠다. 그중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별명으로 부르기였다. 심지어 ‘~님’도 안 붙였다. 상사에게도 대표에게도 동일했다. 상명하복의 구조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입사하고 한동안은 상사의 별명을 부르기 어려워서 “저…” 하면서 운을 떼기도 했다.
많은 조직들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기 위해 별명을 부른다. 그런데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 안에서 호칭만 별명으로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도 별명을 부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별명으로 부르는 게 익숙해지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만약 내가 별명 대신 ‘부장님’, ‘대표님’으로 불렀다면 호칭에서 오는 경직성 때문에 생각도 대화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른 회사 직원들이 자신의 상사를 부를 때 느껴지는 딱딱한 분위기를 보며 언어의 힘이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경험한 스타트업은 공장공장이었는데, 이곳의 조직문화도 실로 놀라웠다. 밖에서 본 공장공장은 서로 별명을 부를 것 같은 유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씨’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너무 딱딱한 호칭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보니 누구에게나 붙이는 ‘~씨’라는 호칭 역시 동등한 문화와 사회적인 거리를 지킬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의 스타트업 경험과 다른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면서 느낀 것은 열이면 열 모두 다른 가지각색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유한 조직문화를 만들게 되기까지 각자의 이유와 사연이 있을 터. 공장공장은 왜 직원들이 서로 ‘~씨’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그 외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에게 물었다.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저는 스타트업 경험이 있었는데도 공장공장에 와서 적응 안 되는 문화가 있었어요. 바로 ‘인사하지 않고 퇴근하기’였는데요, “먼저 갑니다.”, “내일 봐요.” 하는 인사 없이 사라지는 게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이런 규칙을 만드신 이유는 뭔가요?
▶︎ 공장공장은 ‘한량유치원’이나 ‘괜찮아마을’처럼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많이 했었는데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소비되더라고요. 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지나친 심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담당한 업무를 책임감을 가지고 몰입해서 하는 것 외에는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을 고민했고요. 그러면서 나온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인사하지 않고 퇴근하기’었어요. 제가 직장생활 할 때 퇴근 시간이 되더라도 선배나 동료들이 남아있으면 먼저 일어서는 게 쉽지 않았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명호 씨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조직문화였군요. 다른 문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요, 명호 씨는 공장공장 조직문화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공장공장의 조직문화에는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다면 그 외의 규칙이나 절차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생각이 조직문화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신뢰가 필요한데요, 신뢰를 쌓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구성원이 2명이었을 때부터 슬랙이나 닥스웨이브 같은 업무 도구를 사용했어요. 투명하고 효율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런 노력 덕분에 원격근무를 해도 업무에 대한 신뢰가 생기게 되었어요.
업무적인 측면 외에 정서적인 측면에서 공장공장만의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 구성원들이 서로 친해지도록 느슨한 계기를 만들어줬어요. 하루에 한 번씩 체조도 같이하고, 날이 좋으면 같이 소풍 가거나 밖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코로나 이후로 축소되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배우는 날이라고 해서 견문을 넓히는 활동을 하는데, 이건 지금도 하고 있어요. 구성원들끼리 알아서 친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안 맞는다면 굳이 친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서로 이해하는 문화, 평가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무리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해도 정착시키기까지 시간도 노력도 필요한데요, 초기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어요?
▶︎ 처음에는 공장공장 직원들이 모두 공장공장 때문에 수도권에서 목포로 이주해온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목포에 아는 사람은 직원들뿐이었죠. 집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퇴근 후 일상까지 챙기는, 말 그대로 가족처럼 지내는 시기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차차 일과 일상을 분리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해졌는데요, 공동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따로 또 같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죠.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면서 커뮤니티 참여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이때도 조직문화가 크게 변동이 있었을 것 같아요.
▶︎ ‘괜찮아마을’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공장공장과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지역에 초대하기 위해서였어요. 실제로 ‘괜찮아마을’ 참여자들 중 일부가 직원으로 대거 합류하게 되었죠. 그런데 커뮤니티 안에서 사적인 관계였던 사람들을 공장공장 조직문화에 융화되도록 하는 게 특히 어려웠어요. 주민일 때는 별명으로 부르고 반말을 쓰면서 편하게 지내다가, 회사에서는 ‘~씨’라고 실명으로 부르고 존댓말을 써야 했거든요. 나이로 구분하거나 형, 누나, 동생 하며 사적인 관계를 강조하려는 일도 있었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수용되고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5년 이상 지났으니 어느 정도 조직문화가 정착되었을 것 같아요. 지금 조직문화를 점검해보았을 때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아직 조직이 작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업무 시스템을 조금 더 보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규칙을 만들어서 지나치게 제한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돕는 거죠.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그 조직의 방향성을 알 수 있는데요, 공장공장은 이러한 조직문화를 통해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었을까요?
▶︎ 공장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후회되지 않고, 자신의 이력에 도움이 되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다양한 일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장하고, 공장공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공장공장에 와보고 싶게 하기 위해서 조직문화를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직원들의 근속기간을 늘리려면 실제로 입사한 후에 밖에서 보는 공장공장과 직접 경험한 공장공장의 괴리를 적게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밖에서 보는 공장공장과 안에서 보는 공장공장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어쩌면 외부에는 공장공장에 대해 좋은 것, 자극적인 것만 이야기되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의 모습으로만 공장공장이 인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유롭고 능동적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내부에서 봤을 때 결국 생존이 중요하거든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생존 자체가 힘들기 때문인데요, 생존을 위해 동기부여가 되지 않거나 돈만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설득이 어렵더라고요.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투명한 의사소통이 중요할 것 같아요. 투명한 의사소통이 탁월한 조직을 만든다고 하니 더욱 중요하겠죠. 공장공장은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나요?
▶︎ 연봉 빼고는 거의 다 공개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다 공개하고 있죠. 사실 공유하는 것도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할일이 많은 작은 조직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도 최대한 소통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기록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도록 시스템적으로도 구축해놓았어요. 공장공장 웹사이트에 다이어리를 써서 공유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런 창구가 있어야 이야기를 꺼내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죠.
투명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불편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불투명한 소통이 쌓이면 오해도 생기고요.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우선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 ‘다름’을 인정하고 인내하는 거죠. 하지만 아예 결이 달라서 같이 갈 수 없는 지점도 생기는데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결단해서 관계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직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법, 조직을 운영하며 얻은 교훈, 인터뷰어가 정리한 인사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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