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을 유치한 사람들 | ② 제주특별자치도 기업투자과 정진영 주무관
이 아티클은 <갑자기 워케이션> 의 8화입니다.
✧ 워케이션 기본 정보
• 워케이션 시작 시기: 2021년 말
• 워케이션 평균 기간: 2주
• 워케이션 주요 타깃: 기업 임직원들
• 워케이션 진행 방식: 팀
• 워케이션 장소: 직접 임차해서 운영하는 공간
• 워케이션 프로그램 유무: 없음
INTERVIEWER’S COMMENT
워케이션이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제주도는 워케이션 시장 성장 가능성과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 바 있다. 그 이면에는 코로나 이전부터 구상해 왔던 제주도만의 전략과 보다 큰 그림이 숨어있었다. 국내외 유명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워케이션 성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제주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어 | 공장공장 양애진 콘텐츠 기획자
목적은 기업 분산 오피스 유치
인베스트 제주는 어떤 곳인가요?
︎︎▶︎ 인베스트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기업투자과의 투자를 홍보하는 브랜드입니다. 주로 국내외의 다양한 투자가들과 국가를 대상으로 제주의 다양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홍보와 기업의 전반적인 제주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관광정책과가 아닌 기업투자과에서 워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니 신기해요.
︎︎▶︎ 제주도는 유명 관광지인만큼 이미 완성된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관광정책과 뿐만 아니라 기업투자과, 미래성장과 등 다양한 부서에서 제주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워케이션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기업투자과의 경우는 워케이션에서 ‘워크' 더 초점을 맞추고 이를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었잖아요. 이에 따라 업무 방식도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한 변화에 중점을 두었어요. 어떻게 하면 기업들에게 좋은 업무 환경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제주도는 이미 훌륭한 자연과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 여기에 ‘디지털 인프라’를 잘 접목시키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제주도는 이미 관광지로 유명하잖아요. 그럼에도 워케이션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 기업투자과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코로나19로 기업의 투자관심이 위축되며 고민이 생겼어요. 동시에 기업들도 생존을 위하여 원격근무, 재택근무 제도를 빠르고 강력하게 시행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기업의 새로운 업무방식의 도입은 제주도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설정하는 시간이었어요. 또한 앞으로 창의적인 기업들은 강남이나 판교처럼 고층 빌딩과 사람들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에서만 일하는 것보다, 자연과 가까운 곳이라든지 새로운 업무환경의 변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자극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도 많이 나왔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늘어난다면 제주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을 하며 제주에 워케이션을 도입하게 된 경우입니다.
단순히 업무 방식의 변화를 넘어 기업의 변화까지 생각하고 있군요. 지자체에서는 워케이션을 ‘관광' 개념으로 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일과 휴가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관광의 한 분야로 먼저 접근을 했어요. 제주도도 이미 수준 높은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관광산업도 발달했지요. 관광업 분야에 종사하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워케이션을 새로운 관광 동력으로 접근하는 것은 당연해요. 다만 좀 더 양질의 워케이션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업의 관점에서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 지원이 필요해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워케이션의 핵심은 업무 인프라 구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주의 관광업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과 연계하는 것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현재 기업투자과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 저희는 기업의 워케이션 수요 유치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2021년부터는 저희와 투자 협약을 체결한 기업과 잠재 투자 기업들에게 차별화된 워케이션 시설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현재 기업들도 원격 근무, 하이브리드 워크 등의 분산 근무를 막 시작하고 있어요.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되면 점차 기업의 분산근무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자체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충족시켜야 해요. 예를 들어 기업은 워케이션일지라도 업무만큼은 확실하게 해서 성과를 내야 하거든요. 카페나 호텔에서 놀면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는 업무답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죠. 아직은 워케이션에 오면 조금 느슨하게 일해도 된다는 개념이 있는 듯 하지만 이는 시행 초기라서 그렇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기업이 일할 때는 확실하게 일할 수 있는 알맞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쉬는 시간에는 제대로 휴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인프라라면 공간 인프라가 맞을까요?
︎︎▶︎ 맞아요. 공간 인프라입니다. 기업들은 공간에 대한 요구 사항과 제약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더라고요. 특히 기업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게 보안도 철저해야 해요. 한 가지 사례로 작년에 저희는 제주에 투자 관심 있는 회사가 제주로 이전하기에 앞서 기업이 제주도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로서 워케이션 시범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기업의 임직원분들이 실제로 서귀포시에서 6주 동안 업무도 하고 살아보면서 추후 제주도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해도 될지 판단하는 과정이었어요. 경험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판교 수준의 업무 인프라를 원하더라고요. 그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주도에서 최상의 업무 및 복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 제주 워케이션 이미지에 어울리는 적합한 시설을 찾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저희가 경치가 아름다운 카페 등을 직접 임차해서 3개월 동안 운영한 공간을 찾는 데도 애 많이 먹었어요.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발품을 팔면서 카페나 공간을 찾아다녔고요. 다행히 그렇게 찾아낸 공간에 대해서 워케이션 참여자의 만족도도 높았어요. 결과적으로 시범 운영은 성공적이었지요.
공간을 직접 임차했다고요. 직접 운영까지 하고 있나요?
︎︎▶︎ 현재는 초기 단계라 저희가 직접 공간을 운영을 하고 있어요. 공간을 계속 확대해갈 예정이라 나중에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프로그램도 직접 기획하고 있나요?
︎︎▶︎ 여가 프로그램도 일부는 기획하고 있지만 사실 제주도는 관광 인프라가 이미 워낙 잘 되어있고 다양한 로컬 상점과 프로그램도 많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은 저희가 전부 직접 기획하기보다는 이미 좋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제주관광공사나 로컬 기업들과 협업해서 기존 프로그램들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하고 있어요.
시범 운영했던 워케이션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어땠나요?
︎︎▶︎ 2021년 첫 시범 사업에는 26개 기업에서 총 30명 참여했는데요. 사업 종료 후 만족도 조사를 해보니 놀랍게도 30명 전원 만족도 100%가 나왔어요. 심지어 전부 재참여 의사를 보였고요. 설문조사에 ‘이 부분이 좋았다, 저게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등등 정말 성심성의껏 답변을 써주신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작년은 시범 사업이었고 올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해예요. 1년 반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사실 2021년 말에 처음 워케이션을 시작했을 때는 내부에서도 “워케이션이 뭐야”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아무도 몰랐던 덕분에 비교적 자유롭게 워케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어요. 시범사업 운영 이후 워케이션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이 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빨리 달라졌어요. 시범 운영했던 것보다 홍보 효과가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 민선 8기 도정 공약사항으로 “글로벌 워케이션 조성과 주민주도형 워케이션 산업 육성"이 들어갔어요. 불과 6~7개월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게 느껴져요.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기업 유치 설명회’도 진행했어요.
︎︎▶︎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제주도 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들을 초청해서 저희가 지원하는 투자 지원 제도, 투자 환경, 그리고 기업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등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였어요. 2019년 이후로 3년 만에 처음 열린 대면행사였죠.
기업들을 직접 만나보니 어땠나요?
︎︎▶︎ 특히 테크 기업들의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느꼈어요. 사실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물류나 제조업이 약해요. 기업 유치하는 데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불리한 지역이죠. 그렇지만 뛰어난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제주국제공항은 동아시아의 여러 해외 도시들과 직항 노선이 연결돼 있어 해외 교류도 편리하고요. 핀테크, 게임,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지식기반 산업은 상대적으로 장소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제주도를 더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워케이션의 어떤 점이 기업에게 도움이 될까요?
︎︎▶︎ 무엇보다 워케이션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기여할 수 있어요. 원격근무 같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업무방식이 기업에 점진적으로 도입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 기업들이 워케이션 같은 업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유연근무제가 확산된다면 국민들의 일과 삶의 균형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주도 워케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이 궁금해요.
︎︎▶︎ 물론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경제 활성화예요. 이를 위해 관광객보다 더 오래 지역에 체류하는 이른바 ‘생활인구’를 유입을 도모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로 제주도 내 관광 산업이 양극화되었다고 해요. 고급 리조트나 호텔은 호황이었던 반면 비즈니스호텔이나 저가 숙소는 경영난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워케이션을 제안한 거예요. 기업들이 제주도로 내려와서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조금만 지원해 준다면, 기업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지역의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게 될 테고, 코로나로 힘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워케이션 장소를 선정할 때 주변에 호텔이나 식당이 충분히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봐요. 기업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하도록 안내해 드리고요.
업무와 생활을 모두 충족하는 공간
개인적으로도 워케이션 다녀온 경험이 있나요?
︎︎▶︎ 워케이션이라기보다는 원격근무에 더 가깝긴 한데요. 저희가 운영하는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업무차 다녀오곤 했어요. 실제로 경험해 보니 확실히 주변에서 말을 걸어오거나 갑자기 업무 지시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집중도 잘 되고 업무 효율이 훨씬 올라가더라고요. 점차 디지털 워크가 심화될수록 업무 환경도 그에 알맞게 계속해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저희 공무원도 원격근무를 위한 노트북이 있는걸요. 이를 통해 워케이션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워케이션 장소를 결정할 때 더 높은 생산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에요. 그리고 개인 입장에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빠르게 마친 다음에 개인 시간을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하겠죠.
정말 온전히 기업의 관점에서 생각하네요!
︎︎▶︎ 맞아요. 저희는 투자를 유치하는 부서로서 최우선순위가 무조건 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니까요.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해요. 워케이션을 기획할 때 ‘지역 관광 자원이 무엇이 있는가’나 ‘지역 내 상공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로 시작하게 되면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게 돼요. 하지만 제주도는 이미 충분한 관광객 수가 확보되어 있어요. 오히려 잘 알려진 관광 자원보다는 업무 환경으로 홍보하는 게 유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존의 관광 인프라는 잘 활용하되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 거죠.
기업 대상 워케이션 시장이 앞으로도 유망하다고 보나요?
︎︎▶︎ 오히려 갈수록 이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이미 워케이션을 상시화 시키는 기업들도 있고요. 제가 리서치한 바로는 이 기업들의 성과가 나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현재도 저희와 워케이션 오피스 입주에 관해 논의 중인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생각이더라고요. 물론 코로나가 완화되면 다시 전통적인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기업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에요.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워케이션을 포함한 원격근무 또는 하이브리드워크 제도를 상시 운영하거나 확대해 나가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워케이션 성지가 되는 그날까지
현재 워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제주도에 계속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민간 사업자와 협업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계신가요?
︎︎▶︎ 물론이에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절대 행정의 힘으로만 할 수 없어요. 아무리 행정에서 멋진 공간 구축하고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애를 써도 결국 민간에서 산업이 일어나서 받아줘야 해요. 제주도에 민간의 훌륭한 사업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거예요. 실제로 그분들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요. 장기적으로 워케이션 산업은 민간에서 주도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저희 지자체는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충분해질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씨앗을 뿌려놓아야죠. 멋진 민간 사업자분들이 많이 등장하셔서 워케이션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저희 행정의 목표이기도 하거든요.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인프라와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기초를 쌓아가려고 해요.
✧ <갑자기 워케이션> 시리즈
코로나 이후 유연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과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이 결합하여 탄생한 혼종의 단어, 워케이션. 완전한 일도 완전한 휴가도 아닌 일의 방식은 도대체 왜 뜨고 있는 걸까? 워케이션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일의 미래일까,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일까? 뉴노멀시대에 어쩌면 이미 다가온 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