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맞는 게 아니야.
맞이하는 거지.
추억이 떨어진 자리는 잊는 게 나아.
비말 쫓는 흐릿함은 눈이 아니라 등 뒤가 젖는 거거든.
한쪽 어깨쯤은 맞이해도 돼.
심장이 맞고 뛰는 사이 기쁘게 마를 거야.
사방으로 옆에서 뜻하지 않게 들이닥쳐도,
그럴 수 있을까?
대를 꽉 움켜쥔 두 손만 기도하고 있으면.
비가 내릴 그럴듯한 날보다,
유난히도 태양이 뜨거운 날 가슴 시리게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이 아프게 맞아야 하는 건가 봐.
맞는 비와
맞이하는 비를
마주 보는 시선이
짙은 새벽을 여는 걸로 믿어볼까?
비를 내리기로 했으니까.
한 번쯤은 날아오르겠지.
손잡이를 놓아야 신날까,
꼬옥 잡고 하늘로 오르는 게 자유로울까?
우산이 비를 만든 걸까,
비가 우산을 부른 걸까?
쓸데없는 남 걱정에
유난히,
라떼가 날 마시게 하고 싶은
그런 날이 살 끝을 스치듯 지나간다.
비를 맞고 싶다.
오늘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