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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부자작가 Mar 22. 2023

너와 나의 보드게임

이기는 방법보다 알려주고 싶은 건...


수요일 오후 4시가 되기 전 우리는 항상 보드게임을 한다.

상담시간이 되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원하는 게임을 골라 자리에 앉으면 누가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유독 이 시간을 기다리는 건 엄마가 게임꽝손이라 그런 건지... 10번 중 8~9번은 늘 8살 아이의 승리다.



봐주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겠지만..

나는 진심이다. 예전엔 봐줄 때도 있었는데 이젠 이기려고 애를 써도 지는 판이다.



"오늘도 엄마가 졌네."

할리갈리에서 진 엄마를 보며 둘째는 자기얻은 카드를 보았다. 그리곤 "아니야. 내가 나눠줄게." 말다. 카드의 절반을 엄마에게 내밀어 손에 카드를 쥐어주곤  "엄마가 더 많은 것 같은데?"라며 카드의 두께를 재보았다.




문득 아이가 자매와 보드게임을 처음 할 때가 생각난다. 규칙도 모르고 민첩하지 않아서 번번이 언니에게 졌다. 그때마다 "흥. 나 안 해."라며 삐졌다. "만날 나만 져. 나도 이기고 싶다고!" 말하며 연신 흥흥거렸다. 그때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야.", "연습해서 다음에 다시 해보면 돼."라고 하곤 했다. 그리고 아이는 종종 어린이집에서 연습을 해오곤 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게임에서 진 감정에 속상해하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 패자도 살필 수 있는 승자가 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늘 잘하고 싶었고 실패는 두려웠다. 그래서 주산, 피아노, 태권도, 미술, 학습지 등 다양한 것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한 게 없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해서, 친구들이 손등을 맞는 걸 보고 그만두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간에 포기를 했다. 사실 이유들은 핑계다. 난 단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만둔 것이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것 같지 않았다. 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맨 것이다. 하루, 3일, 2주, 한 달, 3달... 짧은 기간 안에 잘하길 바랐다. 어린 나는 잘 재는 아이였다. 혹은 빠른 성과만을 바라는 아이였는지도.



 어른이 된 난  더 나아진 사람이었을까? 20대, 30대를 돌아보면 나아진 것 없는 것 같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이고 싶단 마음은 나를 움직이게도, 힘들게도 했다. 이기는 게임만 하고 싶은 어린아이였다. 작은 돌부리도 큰 바위 앞에 선 것처럼 두려웠다. 자라지 않았던 난, 언제나 문제 앞에선 작을 뿐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생의 지혜를 깨닫는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거울이라 문득 보이는 내 모습에 외면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아이의 한마디 말에, 행동 하나가 나를 바꾸게도 만든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와 패자는 없다.

늘 이기는 게임만 할 수는 없, 

항상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기는 어렵다.


아이에게 오늘도 내가 바라는 건 이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려주고 싶은 건 이기는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나와 너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기는 것보다 더 필요한 건...

다시 한번 더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의 ,

실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용기.



'누군가는 나를 믿고 있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듯이

자신을 믿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말해주듯이.

나 자신도 믿,

끝까지 응원하길.



한 번 더,  지금보다 더 나 사람이 되길.

네가 '엄마처럼 살고 싶다.' 생각하는 더 좋은 엄마이자

어른이 되길 오늘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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