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땅 (1)
나는 12대를 이어온 고향에서 75년을 살고 있다. 그 땅을 지키며, 59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다.
59년 전, 그때는 모두들 유기농 농사를 했다. 비료와 농약이 없었으니 '농사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며 어렵고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그냥 했었다.
소 몰아 밭 갈고 콩 씨앗만 심고 호미로 김매기(풀 뽑아주기) 두세 번만 해주면 콩 농사가 잘 되었고, 논엔 갈(봄에 나온 나무의 햇순) 꺾어다 넣고 써레질(논에 물 대고 갈고 평탄하게 하는 일)하고 모를 심고, 김매기만 하면 벼농사도 잘 되었다.
텃밭에 심은 채소들을 벌레가 먹으면 손으로 잡아주었다, 숨어있는 벌래들을 다 못 잡으니 배추 여러 포기는 벌레가 다 먹고, 날씨가 안 좋은 해에는 병충해가 심해서 벼농사가 안되어서 수확이 많이 줄어도 '하늘이 그런데 농부가 어찌하겠냐 내년엔 잘 되겠지'하는 말로 위로를 했다. 그때는 이렇게 하는 농사가 유기농인줄 몰랐다.(유기농업이라는 말이 없었으니) 물이 가득한 논에는 올챙이들의 천국이었고, 벼 이삭이 누렇게 고개 숙인 가을 에는 벼 메뚜기를 잡아다 들기름에 볶아서 소금 살짝 뿌려서 먹으면 고소한 그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
수백 년을 조상님들이 비료 한알 농약 한 방울 안 뿌리고 농사를 해왔으니 땅이 살아 있었고, 그 땅에서 자란 곡식들은 건강한 열매를 농부에게 주었다.
10여 년 동안 나도,
이렇게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농사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