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꼬마는 장수풍뎅이과 사슴벌레에 푹 빠져있다. 처음 만났던 18개월 즈음에는 동물 그림책을 읽어주면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직접 볼 수 있는 움직이고 만져지는 곤충들에게 잔뜩 호기심을 보였다. 내 보기에 징그럽고 오래 보고 싶지 않은, 다양한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모습까지 아이의 눈에는 모두 신기하고 새로운 세계인 것을 지켜보았다.
요즈음은 그 어렵고 긴 공룡들의 이름을 줄줄이 들먹이며 제일 좋아하는 공룡이 뭐냐고 내게 묻기 시작했다. 순삭 되는 내 기억력 위에 아직 ㄹ(리을) 발음을 정확하지 않은 아이와의 대화가 만만치 않지만 (예:뽀로로를 뽀요요라고 발음함.) 호기심을 채워주는 정보와 지식의 책 읽기 놀이터에서 나도 함께 마음껏 즐거워한다. 정해진 아이와의 시간이 모두 채워지기 전에 이야기가 있는 한 두 권은 꼭 읽어주고 싶어 같이 책을 고른다. 어제는 '장화 신은 고양이'로 정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방앗간과 조랑말과 고양이 한 마리 중, 막내아들은 두 형들의 결정에 순순히 고양이 한 마리만 받아 들고 집을 나선다. 살길이 막막한 그가 시름에 잠기자 고양이는 자기에게 장화 한 켤레를 사달라며 걱정 말라 큰소리친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갖가지 거짓말로 주인의 앞길을 예비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고양이의 꾀 혹은 지혜라고 불리는 에피소드들의 정점은 마을의 괴물이 제거되는 상황. 고양이의 모든 말을 믿은 왕은 딸과의 결혼을 주도하여 막내아들은 공주의 남편이면서 큰 성의 주인이 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
아마 오래전에도 여러 번 읽고 읽혔던 유명한 동화가 어째 이번에는 불편했다. 공정한 유산분배를 운운하지 않은 것은 과연 잘한 일인가? 평화주의? 가진 것에 만족하면 늘 꿀처럼 달콤한 결과를 가져오나? 거짓말로 일관된 그 과정은 옳은가? 고양이가 장화를 신은 것은 범상치 않은 고양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마지막 책장을 닫으며 나는 서둘러 말했다.
니: "와, 진짜 영리한 고양이네?! 고양이가 장화를 신고서 주인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구나? 막내아들은 신났겠네! 참, 너도 고양이 좋아하지?"
아이: (끄덕끄덕)
나: "무슨 색깔 고양이가 좋아?"
아이:" 하얀색 고양이!"
나: "나도 하얀 고양이, 하얀 토끼, 하얀 북극곰 모두 멋지다고 생각해! 그런데 난 호랑이 무늬 고양이도 좋더라! 지난번에 길에서 연한 갈색 고양이 만지려다 할퀴어서, 아야! 했다며?"
아이:(끄덕끄덕)
나"모르는 고양이는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친해지면 쓰다듬어 주고.."
아이:(끄덕끄덕)
보통은 리액션이 엄청 큰 아이인데 오늘은 안 그랬다. 아무래도 생쥐로 변한 괴물을 꿀떡 삼켜버린 고양이에게 충격을 받은 듯... 나는 재빨리 폰을 열고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을 클릭했다.
나: 음~~ 그럼, 우리 이제 고양이 야옹 소리로 형아 두 명이 노래하는 것 한번 들어볼래?"
아이: 좋아!!
파리나무 합창단원 둘이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야옹야옹하는 이중창은 정말 재미있었다. 야옹 소리에 담긴 멜로디와 화음이 아름답고 때때로 두 소리의 조합이 우스꽝스러웠다. 아이는 초집중하여 야옹이 노래를 진지하게 들었는데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에서는 나 만 웃었다.(아직 릴렉스가 안된 상태임.)
참고: 위의 사진 속 고양이는 오래전 임시 보호했던 자동차 보닛에서 구조된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