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의사결정을 향한 여정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그리고 다음 주 석가탄신일로 인해 삼주 연속 주 4일제 체험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직장 생활 25년 차, 4 반세기의 직장 생활 후유증으로 이런 호사스러운 연휴에도 가전제품 대기전력 마냥 쉬는 동안에문득문득 회사일이 생각나고, 휴일 후 출근해서 할 보고 내용까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준비하고 있다.
최악은 해외출장 다녀온 상사가 혹시 출근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까지 엄습하곤 한다.
그 쓸데없는 직업정신과 불안은 꿈속에 까지 종종 연결되곤 한다.
어젯밤 꿈에 부서원들에게 평소 내 생각과 지침과 다른 “마음씨 좋은 톰아저씨” 같은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내리자마자 꿈속임에도 아차 하는 마음과 함께 이걸 어떻게 걷어들이고 뒷수습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휩싸이고 말았다.
언제나 그런 꿈들의 결말이 그렇듯, '아 꿈이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안도 속 기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21세기 MZ세대와 공존하기 위한 리더로서, 유연한 리더십을 항상 지향하며, 혹시라도 나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있더라도 과감히 인정, 사과하고 나의 결정을 수정하는 것이 최선임을 명심하고 실천하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질기고 질긴 과거의 리더십 경험과 라떼&꼰대 기질로 여전히 인정, 사과, 수정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리더십은 큰 결심과 큰 한숨이 동반되어야만이 가능한 것 같다. (꿈속마저도...)
주말에 프로골프 중계를 TV로 자주 본다.
티샷, 아이언샷, 어프로치샷을 넘어 맨 마지막 홀컵(구멍)에 공을 넣기 위해서 넓적한 퍼터로 퍼팅을 한다.
TV중계 화면으로 보기엔 양탄자 마냥 반듯하고 평평한 그린 위에서 불과 몇 미터 홀컵에 공을 넣기 위해 선수들은 공과 홀컵 사이를 분주히 오가고 손가락으로 각도를 가늠해 보고, 잔뜩 웅크리고 쪼그려 앉아서 라인을 본다. 더 나아가 눈을 넘어서 오감을 총 동원하려는 듯 공이 지나갈 지형에 두 발로 딛고 지면의 세밀한 굴곡조차 가늠해 보려고 한다.
급기야는 자신의 오감과 판단에 더해 캐디의 눈과 조언까지 동원하면서 최대한 마지막 퍼팅을 성공하려고 그 짧은 순간에 모든 실험과 확인을 거친다.
그렇게 어렵게 라이를 읽고 퍼팅을 하건만, 5미터 이상의 롱퍼팅뿐만 아니라 불과 1미터 이내의 퍼팅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걸 보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의 어려움이 떠올랐다.
리더의 결정에는 사업장에 게시할 현수막 디자인부터 수천만 원 장비 구입을 결정하기도 하고, 앞으로 회사의 미래가 될 수 있거나 혹은 회사의 큰 인재(人災)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결정까지 그 폭과 넓이 모두 크다.
골프를 직업으로 하며 눈뜬 시간에는 온통 연습과 골프 생각뿐일 선수들도 그렇게 많이 재고 확인해도 실패하는 퍼팅처럼 리더도 역시나 아무리 확인하고 연습했어도 실패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골프 선수는 멘털이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골프선수 중 아깝게 퍼팅을 실패하여 보기를 범한 경우에는 그 홀을 뒤돌아 보지 않는다.
묵묵히 야디지북(Yardagebook)에 홀의 특성과 퍼팅의 내용을 적고 다음 홀로 무심하게 향한다.